새벽녘 바람이 차다. 그러나 한낮이 오면, 흩뿌려지는 햇살의 파편에 눈이 부실 지경이다. 곧 해가 떨어질 것이다. 저녁이 오면, 고요ㅎ던 바람도 다시금 불기 시작하리라. 가을저녁에 '시를 위한 시'를 들을라치면, 저마다 마음 깊이 묻었던 이별의 아쉬움이 스멀스멀 거미처럼 기어나오리라. 김춘수(金春洙)의 '가을저녁의 시'는 또 어떤가? 세상을 떠난 누군가도 이따금 환영처럼 떠오를 것이다.
이문세가 부른 '시를 위한 시'는 1987년 이영훈이 작곡했다. 작곡가 이영훈(1960-2008)은 1986년 '난 아직 모르잖아요'로 음악계 데뷔해서 이문세와 오랫동안 콤비를 이루었다. 이문세 제4집 앨범 '사랑이 지나가면', '이별이야기', '그녀의 웃음소리뿐'을 비롯, '광화문 연가', '깊은 밤을 날아서' 등을 잇따라 힛트시켰다. 그러나 그는 2006년 대장암 판정을 받고, 투병 끝에 2008년 세상을 떠났다. 주옥같은 노래를 남겨두고, 오십도 되기 전에 이승과 결별한 것이다. 들풀처럼
가을 저녁의 시
누가 죽어가나 보다
차마 다 감을 수 없는 눈
반만 뜬 채
이 저녁
누가 죽어가나 보다.
이 저녁
누가 죽어가나 보다
살을 저미는 세상
외롬 속에서
물같이 흘러간
그 나날 속에서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면서
애 터지게 부르면서 살아온
그 누가 죽어가나 보다
풀과 나무
그리고 산과 언덕
온누리 위에 스며 번진
가을의 저 슬픈
눈을 보아라
정녕코
비길 수 없이
정한 목숨이 하나
어디로 물같이
흘러 가버리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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