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적시고 간 노래들

서른 즈음에

浩溪 金昌旭 2014. 1. 11. 03:16

 

스물에서 서른 즈음,

서른에서 마흔 즈음,

마흔을 훌쩍 건너

지금은 쉰 즈음.

 

아, 살아온 나날보다

살아갈 날이 짧은

어느 해 겨울이여!

 

김광석이 노래하는 ‘서른 즈음에’(강승원 작사, 작곡)

 

혼자서는 갈 수 없는 줄 알았다

설운 서른에 바라본 쉰은

너무 아득하여 누군가

손잡아 주지 않으면 못 닿을 줄 알았다

비틀거리며 마흔까지 왔을 때도

쉰은 저 만큼 멀었다

 

술은 여전하였지만

말은 부질없고 괜히 언성만 높았다

술에 잠긴 말은 실종되고

더러는 익사하여 부표처럼 떠다녔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몇몇 벗들은 술병과 씨름하다

그만 샅바를 놓고 말았다

팽개치듯 처자식 앞질러 간 벗을 생각하다

은근슬쩍 내가 쓰러뜨린 술병을 헤아렸고

휴지처럼 구겨진 카드 영수증을 아내 몰래 버리면서

다가오는 건강검진 날짜를 손꼽는다.

 

- 김수열, '쉰', 『생각을 훔치다』 중에서

 

 

김수열 시인  1959년 제주출생. 1982년 실천문학으로 등단. 시집 어디에 선들 어떠랴』, 신호등 쓰러진 길 위에서』, 바람의 목례』, 산문집 김수열의 책읽기』, 섯마파람 부는 날이면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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