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몰운대에서의 수련이다. 금정에 비가 많이 내린 까닭에 장소를 바꾼 터다. 바닷가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야트막한 언덕배기. 발 아래엔 하얀 포말이 연신 밀려든다. 문득 '귀에 익은 그대 음성'(Je crois entendre encore)이 떠오른다. 비제의 오페라 「진주 조개잡이」에 나오는 아리아다. 겨울바다에 나뒹구는 쓸쓸한 소라껍데기를 연상케 한다. 이 노래는 스페인이 낳은 테너가수 알프레도 크라우스(A. Kraus 1927-1999)의 목소리가 제격이다. 2014. 2. 8 들풀처럼
브라만교 승려의 상징적인 보호를 받는다는 세일론 섬의 진주 조개잡이들 가운데 나디르와 조개잡이 대장 주르가는 어릴 적 친구이자 순결한 여사제인 레일라를 사랑한다. 조개잡이들이 바다에 나가서 조개를 잡는 동안, 바위 위에서 그들의 안녕을 기도하는 레일라. 그녀에 대한 사랑은 금기이므로 그들은 다시는 레일라를 찾지 않기로 맹세한다. 그러나 사랑이 어디 사람 뜻대로 되던가? 레일라에 대한 열병을 억제하지 못하던 나디르가 다음과 같은 로망스를 부른다.
Je crois entendre encore, 내가 다시 들은 것 같네
Cache sous les palmiers, 야자수 아래 숨어서
Sa voix tendre et sonore 그 목소리는 부드럽고 낭랑한
Comme un chant de ramier. 마치 산비둘기 노래같네.
O nuit enchanteresse, 오 매혹적인 밤이여,
Divin ravissement, 숭고한 황홀경이여!
O souvenir charmant, 오 매혹적인 추억이여,
Folle ivresse! doux reve! 광적인 취기여! 달콤한 꿈이여!
Aux clartes des etoiles, 투명한 별빛 아래
Je crois encore la voir, 내가 그녀를 다시 본 것 같네
Entr'ouvrir ses longs voiles 긴 베일을 살짝 열고 있는 그녀를
Aux vents tiedes du soir. 훈훈한 저녁 바람에
O nuit enchanteresse, 오 황홀한 밤이여,
Charmant souvenir! 매혹적인 추억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