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생로병사(生老病死)의 수레바퀴를 멈출 수 없다. 아침나절 성하던 몸도 저녁 되면 병이 난다. 실낱같은 몸에 태산같은 병이 든다. 어머니를 불러 본들, 냉수를 찾아 본들, 인삼녹용 쓴다한들 죽음은 우리를 피해 가지 않는다.
한손에 창검을 들고 쇠사슬을 비껴 찬 저승사자가 활등같이 굽은 길로 득달같이 달겨든다. 닫힌 문을 박차면서 이름 석자 불러내니 어느 뉘가 거역하고, 어느 뉘가 지체하리. 저승길이 멀다해도 대문 밖이 저승이라. 동기가 많다해도 누가 죽음을 대신하며, 일가친척 많다해도 어느 누가 저승길을 동행할 수 있으랴.
'회심곡'(回心曲)은 조선중기 승려이자 의병장 휴정(休靜)이 지었다는 불가(佛歌)다. 포교의 한 방편으로 대중이 잘 아는 가락에 불교 교리(敎理)를 사설로 붙인 음악. 범패가 한문이나 산스크리트를 쓰고 있는데 비해 회심곡은 우리말 사설로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