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날들

금주의 이유

浩溪 金昌旭 2011. 3. 12. 21:05

慈仙 할아버지 친견(2011. 3. 12 금정산 영조대)

육임신문 동문방 제10기생 입문기념으로 할아버지께서 일차왕림하시다.

 

10기로 입문한 이뿐이(와~ 이뿌다!)와 함께 할아버지로부터 기를 받다.

내 손바닥 위에 중지를 올리고 氣를 불어 넣어주시다.

손바닥 살점에 노오란 반점이 생기다.

 

포토 바이 小軒 김영복


 

뜬금없이 할아버지께서 내게 말씀하시었다.

 

"뭐 하나 물어보자..."

"....."

" 니 술 좀 마시제?"

"....."

 

멀뚱멀뚱한 나를 빤히 치어다 보시며,

손가락으로 ×표를 치시다.

 

"술은 안돼!"

"....."

 

어떻게 아셨을까?

내가 술 좀 한다는 사실을.

한 마디 말도 못하고 우두커니 섰는 나에게

다시금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시었다.

 

"기가 참 맑아!

내 젊었을 때 널 만났다면,

하늘이라도 날아 올랐을 텐데..."

 

옆의 방주님께 한 말씀 더 하시었다.

 

"공부 잘 시켜 봐!"

 

꽁무니 빼고 슬금슬금 물러나오니,

옹기종기 귀를 쫑긋 세우고 지켜보던 9기 도반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내게 말하였다.

 

"지난 모임 때 도망 가더니,

딴 데서 술 마셨나 보제?"

 

순간 나는 초뺑이가 되었고, 

이제 단박에 술 끊을 때가 되었나 싶었다.

 

그날 저녁,

周易하는 知堂에게 전화를 냈다.

 

"할아버지가 술 마시지 말라는데,

술이 내게 안 좋나?"

 

知堂선생 가라사대,

 

"너는 5행 중 유독 불기운이 태산 같으므로

火氣를 불러 일으키는 술은 금하는 것이 옳다."

 

아아,

희로애락 함께 했던

나의 오랜 벗이여!

이제는 정녕 너와 작별할 시간이 되었단 말이더냐.

슬프고 애닳도다.

오늘밤 너와 마주 탄식하며,

구슬픈 弔酒曲이나 한 곡조 불러 볼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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