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작고 섬세한 문화를 위하여

浩溪 金昌旭 2018. 6. 4. 07:26



부산에는 유독 초대형·초고층 건물이 많다. 해운대 센텀·마린시티, 명지 국제신도시, 강서 에코델타시티 등에 특히 많이 들어서고 있다. 공공 문화시설도 예외는 아니다. 이달에 개관하는 부산현대미술관이 그렇고, 지난달에 착공한 부산오페라하우스, 내년에 착공할 부산국제아트센터가 그렇다.


2017년 말 현대미술관은 대형 건설사에 의해 턴키방식으로 건립되었다. 턴키는 건축물의 설계·시공을 일괄 입찰하는 방식으로 공사비 절감·공기 단축 등의 장점이 있지만, 미술관처럼 지역의 문화 정체성을 상징하는 건축물 건립에는 걸맞지 않다. 더욱이 현대미술관은 총 430억 원 중 266억 원의 시비를 들였지만 '공장' '창고' 같다는 혹평을 들었고, 전시실엔 항습 시설을 갖추지 못하는 등 미술관 입지를 고려하지 않은 문제점도 드러났다.


초고층 건물 유독 많은 부산

대형 공연장도 잇따라 개관

'크고 강한' 것만 문화 아냐

'시설'에 담을 '내용' 고민을


2021년 개관을 목표로 하는 오페라하우스는 대극장·소극장·전시실·부대시설 등이 들어간다. 오페라·발레·뮤지컬 등이 가능한 극전문 공연장으로 총 사업비 2500억 원 가운데 시비가 1500억 원에 이른다. 그러나 문제는 운영과 콘텐츠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여전히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요컨대 '문화'보다 '시설'에 더 관심을 쏟는 형국이다.

 

또한 부산국제아트센터가 내년에 착공될 계획이다. 내달 기본·실시설계 용역을 갈무리하고 202012월 준공이 목표다. 부산시민공원 부지에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과 소공연장 등이 들어선다. 여기에는 총사업비 9124000만 원 가운데 4847000만 원의 시비가 투입된다. 복합 문화시설밖에 없는 부산에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이 만들어진다는 것은 필요하고 타당한 일이다. 그러나 2000석 규모의 대형 전용홀은 활용도 면에서 자못 회의적이다. 대형 무대에 설 수 있을 만한 음악 단체가 과연 부산에서 몇이나 될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국내외 유명 오케스트라나 연주자를 초청할 수 있겠지만, 제한된 예산으로 상시 운영이 가능할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어쨌든 이들 공연장이 모두 들어서게 되면, 부산에 1000석 이상 규모의 대형 공연장은 기존 부산문화회관 대극장(1403), 부산시민회관 대극장(1606)을 비롯해서 오페라하우스 대극장(1800), 국제아트센터 대극장(2000) 등 무려 4개나 된다. 객석 규모로 볼 때 이전에 비해 배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기존 극장의 평균 가동률과 객석 점유율을 고려할 때 상시 객석을 메울 만큼의 시민 참여를 어느 정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더구나 참여자의 만족도를 드높일 만한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얼마만큼 개발·제작할 수 있을지 알기 어렵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문화시설 건립에 드는 비용이 늘어날수록 현장 문화예술 활동에 대한 예산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예컨대 2017년 부산시 문화예술 분야 총 예산이 전체의 2.25% 정도다. 6대 광역시 가운데 광주(2.64%)·대전(2.40%) 다음이다. 이를 인구 1인당으로 환산해 보면, 부산은 1인당 연 59000원으로 광주(72068) 다음으로 많은 액수다. 그런데 부산 시민들은 과연 1인당 연 59000원의 문화 혜택을 얻고 있다고 생각할까?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 이유가 무엇일까?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시민들의 마음을 이끌어 낼 만한 콘텐츠나 프로그램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2017년 부산시의회가 '부산시 문화정책 인지도 및 만족도' 설문조사를 행한 바 있다. 일반 시민, 관계 전문가와 종사자, 관계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600). 이에 따르면, 부산시 미래 문화비전을 위해서는 문화시설 건립 등 시설투자(11.2%)보다 운영 효율화(25.3%)나 인력 양성(23.5%), 전문기획·연출가에 의한 프로그램 개발 등이 중장기 계획 설정(20.8%) 아래 이뤄져야 한다는 여론이 압도적이다. 문화란, 반드시 '크고 강한' 것이 아니다. 의외로 작고 섬세한 것이 문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