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이면 생각나는 노래가 있다. 바로 이연실이 부른 '찔레꽃'이다. 본디 이 노래는 윤복진(尹福鎭 1907~1991, 필명 金水鄕·金貴環)이 쓴 '기러기'에 1920년 동향(同鄕)의 작곡가 박태준(朴泰俊 1900~1986)이 선율을 얹은 거였다.
대구출신의 윤복진은 이원수(李元壽), 윤석중(尹石重) 등과 더불어 일제강점기 대표적인 동요시인으로 활약했으나, 해방 이후 월북했다. 그런 까닭에, 그의 '기러기' 노랫말의 가창이 금지되었고, 이태선의 '가을밤'으로 대체되었다. 이후 '찔레꽃'으로도 변용되어 널리 불리고 있다. 2019. 9. 14 들풀처럼.
울 밑에 귀뚜라미
우는 달밤에
길을 잃은 기러기
날아갑니다
가도가도 끝없는
넓은 하늘로
엄마 엄마 찾으며
홀로 갑니다
오동잎이 우수수
지는 달밤에
아들 찾는 기러기
울며 갑니다
엄마 엄마 울고간
잠든 하늘로
기럭기럭 부르며
찾아갑니다. (윤복진, 기러기)
가을 밤 외로운 밤
벌레 우는 밤
초가집 뒷 산길
어두워질 때
엄마 품이 그리워
눈물 나오면
마루 끝에 나와 앉아
별만 셉니다
가을 밤 고요한 밤
잠 안 오는 밤
기러기 울음 소리
높고 낮을 때
엄마 품이 그리워
눈물 나오면
마루 끝에 나와 앉아
별만 셉니다. (이태선, 가을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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