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까머리 중학시절이던가? 교과서를 통해 중국 수필가 주쯔칭(朱自清 1898~1948)의 ‘아버지의 뒷모습’(1925)을 읽은 적이 있다. 그는 자기의 아버지가 세상 물정을 모르고, 자식을 못미더워 한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아버지가 뚱뚱한 몸으로 철길을 가로질러 귤을 사 오고 있었다. 짐짓 자식에 대해 무관심한 듯했으나, 아버지는 은연 중에 아들에 대한 정과 사랑을 보여주고 있다.
산길을 걸었다, 맨발로. 신록이 눈부신 5월 어느 날, 관음사와 정각사 사이에 난 황토 길가를. 나는 세상 물정을 얼마나 알고, 자식들을 얼마나 미더워 하고 있는가. 자식에 대한 나의 정과 사랑은 얼마만큼 깊은가. 과연 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