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집안 식구들이 모처럼 단체로 성묘를 했다. 엄마를 비롯해서 큰형, 작은형 내외, 우리 내외, 누이 등 모두 일곱이다. 부산 강서에서 김해 선암다리를 건너면 불암동이 나온다. 여기서 신어산 줄기를 30분 가량 타고 오르면, 할매 고(故) 정묘연 여사의 묘가 숲속에 감추어져 있다. 그러나 아부지가 5살 때 돌아가신 터라, 여기 모인 사람 중에 할매를 아는 이는 전혀 없다.
시종 땡볕이 내려 쪼였다. 숨이 막힐 지경이다. 묘소를 살피고 인사를 하고 음복도 했다. 내려와서는 '향옥정'에 들러 점심을 먹었다. 향옥정은 1977년에 공모(孔某) 여사가 개업, 지금은 다 큰 두 아들과 함께 장사를 하고 있다.
한편, 내가 초등학생 때만 해도 앞서와 같은 행위를 '성묘(省墓)'라 칭했다. 조상의 묘(산소)를 두루 살핀다는 의미다. 그런데 어느 순간 '성묘' 대신에 '벌초(伐草)'라는 말이 일반화되었다. '벌초'란 단순히 '풀을 벤다'는 뜻으로 풀베기 외에 일체의 행위를 삭제시켜 버린 용어다. 이제 '벌초'에서 '성묘'로 그 의미를 복원해야 한다. (포토 바이 김정아 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