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비치다

사회적기업: 사하품앗이

浩溪 金昌旭 2011. 7. 28. 11:54

국제신문

 

사회적기업이 여는 희망세상 <1-18> 사회적기업들 : 사하품앗이
천연제품으로 일자리 창출… 직원 전문역량 강화에도 힘써 

  • 김화영 기자 hongdam@kookje.co.kr
  • 2011-07-26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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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하품앗이' 직원들이 자신들이 만든 제품을 앞에 놓고 환한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곽재훈 기자 kwakjh@kookje.co.kr

     

     

    - 도시철도 괴정역 인근 주택 입주
    - 지역 활동가들 도움 2007년 개소…작년 8월 예비 사회적기업 인증
    - 천연재료로 스카프·비누 등 제조…월 500만원 수익, 직원 재교육
    - 구청 등 무상 매장 개설 힘 보태, 공동체 화폐 '송이'로 물품 거래

    부산 도시철도 괴정역 4번 출구에서 빽빽한 골목길을 따라 도보로 10여 분. 예비 사회적기업 '사하품앗이'는 그럴싸한 입간판 하나 없는 일반 주택에 자리잡고 있었다. 작업장에는 직원 10명이 천연재료로 염색한 스카프를 물에 헹궈내고, 천연 비누와 수세미를 만들고 있었다.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음이 떠나지 않는 이 작업장은 직장이 아니라 주부들의 계모임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 직원 역량강화에 힘써

    사하품앗이는 '노동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한 인력을 사하구에서 끌어안자'라는 취지로 사하구에서 활동하던 10여 명의 지역 활동가들이 뜻을 모아 2007년 1월 문을 열었다. 부산시로부터 예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것은 지난해 8월. 직원들은 인체에 해롭지 않은 천연재료를 이용해 스카프와 비누, 수세미, 모기퇴치제 등을 만들고 있다. 특히 최근에 개발한 '실크 때수건'은 피부에 무리가 가지 않으면서도 때가 잘 밀린다는 호평을 받으면서 현재 아이디어 상품 등록 절차를 밟고 있다.

    대다수가 기초생활보장수급자와 결혼이주여성 등 취약계층인 직원들은 이곳에서 생산한 물품을 판매해 매달 500만 원이 넘는 수익을 내고 있다. 수익금으로 지역아동센터와 홀로 사는 노인들을 지원하고 남는 금액은 직원들의 재교육 지원금으로 사용한다. 지난해 전 직원들이 천연비누 전문가 과정을 수료한 데 이어 오는 8월부터는 천연염색 전문가 과정을 수강할 예정이다.

    사하품앗이 이화수 대표는 "전 직원이 이곳에서 일하다가 이직하더라도 천연제품 분야에서 준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다"라며 "실제로 퇴직한 사람 중 천연염색 분야에서 강사로 일하는 사람이 있고, 현재 재직하고 있는 직원 가운데도 초등학교 체험활동 프로그램 등에서 강사로 활동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사회적기업들이 취약계층을 채용해 일자리 문제 해결에만 힘을 쏟고 있지만 사하품앗이는 직원의 전문역량 강화와 재취업까지도 신경쓰고 있다.

    ■ 기업을 넘어 지역공동체로

       
    사회적기업의 가장 큰 문제는 거래처를 확보하는 것이다. 획기적인 상품을 개발하고 대량 생산해도 소비자가 없으면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사하품앗이는 그동안 회원들 간의 거래와 여성단체, 마을도서관 등의 위탁판매를 통해 수익을 올려왔다. 직원들이 지역 축제 등에서 가판을 펼쳐 물건을 팔고, 정기적으로 거리홍보에도 나섰지만 지역민에게 제품을 알리는데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사하구청과 사하국민체육센터에 무상으로 매장을 개설하면서 수익률이 향상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4년 넘게 사하품앗이의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사하구 풀뿌리 자생단체 활동가이다. 이들은 지역공동체를 만들고 다른 지역단체들과의 네트워크 구축에 열정적이다. 현재 회원수는 600여 명. 이 가운데 100여 명이 실질적으로 사하품앗이에서 생산된 물건을 사고 팔고 있다. 회원들은 지역화폐 '송이'를 이용해 거래한다. 한 '송이'에 1원으로 계산해 서로 필요한 품을 나누고 있다. 4시간가량 집안 청소와 도배를 하면 4만 원, 반나절 이웃집 아기를 봐주면 3만 원 등의 '송이'를 벌 수 있고, 사하품앗이에서 만들어진 물품은 물론 병원과 약국, 빨래방 등 10여 곳의 가맹점에서 이 '송이'를 사용할 수 있다.

    지난 5월 28일 부산 사하구 다대 오일장 옆 공터에서는 '사하품앗이 어린이 벼룩시장'이 열렸다. 회원들의 어린이가 사용하지 않는 장난감, 의류 등을 가지고 나와 물물교환 또는 판매했고 판매수익금의 20%는 독거노인과 취약계층을 돕는데 사용됐다. 이 대표는 "돈 벌이 목적으로 취업한 직원들도 자연스럽게 지역공동체 활동에 관심을 두게 되고 사하품앗이를 외부에 알리는데 스스로 힘을 보태고 있다"고 말했다.


    # 직원 이윤애 씨의 변화

    - "일하는 게 즐거워… 잃었던 자신감도 되찾아"
    - 남편 사업 부도 이후 어려움 극복, "전문역량 길러 옷가게 열고 싶어"

       
    "여기서 일하는 것 자체가 즐겁습니다. 무엇보다 그동안 잃었던 자신감을 되찾게 돼서 기쁩니다."

    사하품앗이에서 스카프와 손수건 등의 재봉 작업을 담당하고 있는 이윤애(여·48·사진) 씨는 이곳에 취업한 이후로 의기소침해 있던 자신을 변화시켰다.

    해외에 공장을 설립할 만큼 잘 나가던 남편의 손장갑 사업이 IMF 경제위기 이후 부도를 맞게 됐고, 가정은 한순간에 재정적 어려움에 봉착하게 됐다. 이 씨가 발 벗고 나서 속셈학원 강사와 주차장 매표소 직원 등으로 5년여 일했지만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우울함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던 지난해 9월 부산고용노동청 상담관이 사하품앗이를 소개했고 이 씨는 반신반의하며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 씨는 "처지가 비슷한 또래 여성들과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즐겁게 스카프와 천연 비누 등을 만들다 보니 일하는 게 즐겁고 자연스럽게 재봉 등의 작업에 몰두하게 되면서 그동안의 우울증을 모두 털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오후 6시에 퇴근한 뒤 인근 대학 평생교육원에서 실시하는 의류재봉전문가 과정을 매일 3시간가량 수강하고 있다. 또 한 대학병원 산부인과에서 산모들에게 '황토 배내옷 만들기'를 강의하고 있다.

    이 씨는 "사하품앗이가 그동안 몰랐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면서 "전문적 역량을 더 기른 뒤 개인 옷가게를 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 여성활동가 이화수 대표

    - "지역공동체와 함께 해야 기업이 성공한다는 롤모델 되고 싶어"
    - 품앗이·공동체 화폐 더욱 홍보, '천연 타올' 대표상품으로 개발

       
    사하품앗이를 이끌고 있는 이화수(여·43·사진)대표는 15년 전부터 여성활동가로 부산에서 활동해왔다. 현재 민주노동당 서·사하구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는 등 사하구 지역에서는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녀는 지역공동체와 함께하는 사회적 기업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최근 많은 기업이 지역민의 노동력만 착취하고 정작 사회 환원에는 인색하다"며 "지역민과 기업은 별개가 아니고 함께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사하품앗이가 롤모델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를 위해 "지역공동체 발전에 헌신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을 우선 채용하겠다"면서 "노동력을 공유하는 품앗이 활동과 공동체 화폐 '송이' 사용을 지역민들에게 더 홍보하고 가맹점을 늘려가겠다"고 말했다. 또 "여러 사업 아이템이 있겠지만 현재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천연 타올(때수건)의 질을 강화시켜 더 많은 사람이 찾는 사하품앗이의 대표 상품으로 만들어 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계획에 대해 이 대표는 "1년가량 예비 사회적기업으로서 기반을 튼튼하게 만든 뒤 내년에 사회적기업으로 전환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그동안 해왔던 판매 방법 외에 다른 방법 등을 모색하고 수익률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언제 어디에서든 준전문가 이상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직원들의 자기계발에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