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날들

사하미술협회 정기전 참관

浩溪 金昌旭 2012. 7. 12. 08:49

        2012. 07. 11

 

 

“지역 미술인들의 작품 한 자리에”

사하미협, 10일부터 ‘2012 정기전’ 개최

최근 흐름 반영한 작품 등 55점 선보여 

  

 

사하미술협회(회장 김무성) 회원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만나 볼 수 있는 ‘2012 정기전’이 10일부터 15일까지 을숙도문화회관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사하미술협회는 그동안 연 2회 정기전을 개최해왔는데 올해부터 연 1회 개최하기로 했다. 그런 만큼 이번 전시회는 내용면에서 좀 더 다양하고 밀도 있게 준비됐다. 

 

정기전에는 회원 51명의 작품 55점이 출품됐는데 서양화에서부터 한국화, 디자인, 공예, 도예, 조각, 서예 등 예년보다 훨씬 수준 높고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선보였다.  

 

 

 

작가 이희호 씨가 자신의 작품 '소나무'에 대해 관람객들에게 설명하고 있는 모습.

 

출품작가는 강원수 구자홍 권경철 권영혜 김건홍 김무성 김밝은터 김수휘 김순자 김영환 김영희 김윤숙 김자송 김판수 도연옥 문선경 박명순 박외영 박윤성 박은희 배해주 백성수 서진승 오금구 우동민 우은희 우 징 윤정선 이동훈 이명순 이미근 이미란 이미순 이원우 이재진 이정숙 이지훈 이태훈 이학성 이혜경 이희호 임현정 장희옥 전대운 정택금 제미녀 조승환 진숙희 최영수 한장원 허신지 등이다.  

 

이번 전시회에는 어렵고 난해한 작품 보다는 우선 그림의 소재에서부터 강, 바다, 자연 등 우리 주변의 풍광을 담은 작품들이 많아 관람객들이 편안하고 친근감 있게 볼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그러면서도 조각과 공예 등에서는 소재에서도 특이하고 작가의 발상 면에도 독특하게 느껴지는 새로운 경향을 반영한 창의적인 작품들도 눈에 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우 징 씨의 작품 ‘철을 그리다’로 갈수록 장르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요즈음 미술계의 한 흐름처럼 조각인 듯 회화인 듯 경계를 넘나드는 독특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우 징 씨의 작품 '철을 그리다'.

 

 

우선 이 작품의 소재는 철이다. 우 징 씨는 20년간 철을 소재로 설치미술을 주로 해왔는데 4~5년 전부터 철은 물론 그 부산물인 녹을 이용해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창의적이고 독특한 작품세계를 선보이고 있다. 철가루를 모아 플라스틱 통에 넣고 소금물로 담근 뒤 3개월 이상 지나면 중화가 돼 마치 잼처럼 끈적끈적하게 되는데다 이것을 물감 삼아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린 것이다. 프레임 역시 묵직한 철로 만든 것이다. 온통 철과 철가루로 만든 작품이지만 철이 갖는 차갑고 날카로운 금속성의 이미지 보다는 녹에서 드러나는 오랜 시간의 흐름, 낡고 바랬지만 자연스러운 색깔 등으로 인해 오히려 따뜻함과 익숙함을 느껴볼 수 있다. 

 

우 징 씨는 “철가루로 녹물 물감을 만들기 위해서는 최소 3개월에서 길면 8개월 정도 매일매일 소금물에 담가놓은 철가루를 저어주는 작업을 해야 한다. 철과 내가 교감하는 시간이다. 그 과정을 통해 철은 생명을 얻어 살아나고 비로소 나와 교감하게 된다.”라고 말하면서 “현대미술에 포커스를 맞추고 작업을 계속하다 보니 이런 작품을 하게 됐다. 철이 가지는 성질을 잘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관람객들이 유심히 작품들을 보고 있다.

 

 

김영환 씨의 공예 ‘벽 옷걸이’도 발상의 신선함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아크릴 받침대와 그 위에 놓인 유리컵이 전부인, 얼핏 ‘제품’처럼 느껴지는 평범한 물건이지만 이것을 벽에 붙임으로써 사고의 전환을 불러오는 ‘작품’이 됐다. 

 

미술평론가 이유상 씨는 “원래 컵과 받침대는 바로 놓여 있어야 하는데 이것을 벽에 걸어놓음으로써 사물을 변화시켜서 새로운 차원으로 보게 한다. 일상에서는 실용성을 가진 컵이지만 생각을 바꿔 예술작품으로 쓰일 때는 다른 용도로 사용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이 예술이다.”라고 말했다. 

 

 

전시장 모습.

 

 

이희호 씨의 극사실주의 작품 ‘소나무’도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이희호 씨는 몇 년 전부터 소나무를 연작(連作)으로 발표하고 있는데 이번 전시회에서는 120호 크기의 작품을 선보였다. 이 작품은 내년 후반기 소나무 대작시리즈를 발표하는 전시회를 하기 위한 준비과정에서 만든 작품이다. 사진보다도 더 사실적인 묘사에 작가의 치열함이 그대로 전해진다. 

 

최우석 사하문화사랑방 공동대표는 “작품을 마주하는 순간 맑아지고 밝아지는 느낌이다. 한 마디로 마치 소나무 숲 가운데 서있는 듯 시원한 느낌이다.”라며 감탄했다.

 

 

 

 

 

10일 오후 을숙도문화회관 전시실에서 열린 오픈식 모습(사진 위)과 인사말을 하고 있는

김무성 회장(사진 아래).

 

 

한편 10일 오후 6시30분 전시장에서 열린 오픈식에는 이번 전시회에 출품한 김무성 회장을 비롯한 회원들과 미술 관계자 외에도 오다겸 구의원, 장광자 사하문협 회장, 김미성 사하음협 회장, 최우석 김영준 사하문화사랑방 공동대표, 신선봉 을숙도문화회관 관장, 이정관 사하문화원 사무국장, 김창욱 음악평론가 등 70여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무성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사하구는 멋진 자연경관과는 달리 문화적으로는 매우 황량하다. 이런 사하에서 문화의 르네상스를 한 번 이뤄보자는 이야기도 있었다. 얼마나 이루어지고 얼마나 좋은 일이 많이 생기지 모르겠다.”고 말하면서 “뜻 깊은 자리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 많은 분들의 참여를 당부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김판수 고문은 “오늘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사하미협이 제대로 되고 있구나 하는 자부심 가졌다. 작품 전체가 과거에 보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가치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사하미술인이 가지고 있는 문화예술의 정신으로 사하미협이 부산을 넘어 한국에서 가장 가치 있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격려했다.

 

 

성숙희 기자(prepine@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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