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적시고 간 노래들 345

라 피오지아

비가 내리네. 천지 간에 빗줄기와 빗소리만 가득하다네. 아주 어렸을 적에 라디오로 들었지. 칭케티(Gigliola Cinquetti)가 노래한 「비」(La Pioggia, 1969). 독특한 리듬이 내 가슴 속 깊이 새겨졌네. 여름 한낮이었지만, 비는 오지 않았네. 그런데도 내 가슴은 뛰고 있었지. 엄마가 이튿날 새벽, 시장에 내다 팔 부추를 다듬고 있을 동안에도. 「비」는 1969년 산레모가요제에서 상을 딴 노래. 이탈리아는 제2차 세계대전의 혼란이 수습된 후,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 산레모 가요제(Festival della Canzone Italiana di Sanremo)를 개최했지. 산레모는 이탈리아 반도 서북단에 있는 항구도시. 제1회 산레모 가요제는 1951년에 열렸다네. 2016. 8. 28 ..

야래향

여전히 무더위가 계속되지만, 아침저녁으로 그 기운은 한 풀 꺾인 모양새다. 바람의 빛깔과 향기가 사뭇 달라진 터다. 그도 그럴 것이 벌써 입추(立秋)가 지났고, '모기 입이 삐뚤어진다'는 처서(處暑)도 코 앞에 성큼 다가섰기 때문이다. 가을바람 따라, 머잖아 짙은 야래향*도 풍겨 오것다. 결단코 절기(節氣)는 속일 수 없다. 2016. 8. 20 들풀처럼 ※ 각주: 야래향(夜來香)은 열대지방의 식물로 밤이 되면 그 향기가 더욱 짙어진다. 那南風吹來淸凉 남풍이 시원하게 불어오고 那夜鶯啼聲凄愴 그 밤 꾀꼬리는 구슬피 우네 月下的花兒都入夢 달 아래 꽃들은 모두 잠 들었는데 只有那夜來香 吐露着芬芳 오직 야래향만이 향기를 내뿜네 我愛着夜色茫茫 아득한 밤의 어둠을 사랑하고 也愛着夜鶯歌唱 밤 꾀꼬리의 노래도 사랑하지..

마레키아레

연일 땡볕이다. 바람도 없다. 게다가 열대야다. 이런 날에는 뭐니뭐니해도 시원한 게 최고다. 얼음이나 아이스크림, 수박이나 에어컨은 물론 계곡, 해수욕장 따위가 그렇다. 노래도 마찬가지다. 속까지 시원한 노래는 능히 열대야도 물리칠 수 있다. 가령 '맑은 바다'를 뜻하는 나폴리 칸초네 「마레키아레」(Marecchiare)도 그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마레키아레」는 자코모(S. D. Giacomo)의 노랫말에 그 유명한 토스티(F. P. Tosti)가 선율을 붙였다(1885). 그는 소녀적 감성이 뚝뚝 묻어나는 노래를 많이 썼다. 「기도」, 「4월」, 「최후의 노래」, 「꿈」, 「이상」 등이 그렇다. 귀때기 새파랗던 시절, 참 많이도 불렀지. 귀밑머리 희끗해도 그때의 감성은 아직 살아 있네. 아니, 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