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적시고 간 노래들 345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

최초의 여성 싱어송라이터가 스물 여덟의 꽃다운 나이에 죽었다. 수면제에 의한 약물과다복용이 사인(死因)이었다. 「소녀와 가로등」, 「님 떠난 후」, 「너 나 좋아해, 나 너 좋아해」, 「예정된 시간을 위하여」 등을 잇따라 힛트한 장덕(1961-1990)이 바로 그녀다. 이은하가 작사·노래한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1986)도 그녀가 만든 것이다. 날 사랑하지 말아요 너무 늦은 얘기잖아요 애타게 기다리지 말아요 사랑은 끝났으니까 그대 왜 나를 그냥 떠나가게 했나요 이렇게 다시 후회할 줄 알았다면 아픈 시련 속에 방황하지 않았을 텐데 사랑은 이제 내게 남아 있지 않아요 아무런 느낌 가질 수 없어요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 내가 이 노래를 처음 들은 것은 ..

잊혀진 계절

'시월의 마지막 밤'은 고요하고 높고 쓸쓸하다. 언제나 돌아오고, 어디서나 맞을 수 있는 밤이다. 그런데, '시월의 마지막 밤'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던 여인도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생일보다 더한 의미를 '시월의 마지막 밤'에 쏟아붓고 있었다. 경기도 수원출신의 가수 이용(李龍, 본명은 李湧, 1957- )은 휘문고·서울예전을 졸업하고, 1981년 국풍81로 가요계에 데뷔했다. 이후 MBC 10대 가수상, KBS 가요대상 등을 두루 싹쓸이 했다. 주요 힛트곡으로는 '바람이려오'(1982), '서울'(1983), '사랑 행복 그리고 이별(1983) 등이 있다. 이용이 부르는 '잊혀진 계절'(박건호 작사, 이범희 작곡, 1982)

시를 위한 시

이문세가 부르는 '시를 위한 시' 1987년 이영훈이 작곡한 노래. 작곡가 이영훈(1960-2008)은 1986년 '난 아직 모르잖아요'로 음악계 데뷔. 이문세 제4집 앨범 '사랑이 지나가면', '이별이야기', '그녀의 웃음소리뿐'을 비롯, '광화문 연가', '깊은 밤을 날아서' 등을 잇따라 힛트했다. 2006년 대장암 판정을 받고, 투병 끝에 2008년 세상을 떠났다. 가을 저녁의 시 누가 죽어가나 보다 차마 다 감을 수 없는 눈 반만 뜬 채 이 저녁 누가 죽어가나 보다. 이 저녁 누가 죽어가나 보다 살을 저미는 세상 외롬 속에서 물같이 흘러간 그 나날 속에서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면서 애 터지게 부르면서 살아온 그 누가 죽어가나 보다 풀과 나무 그리고 산과 언덕 온누리 위에 스며 번진 가을의 저..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

박춘석 작사·작곡의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1983) 서울출신의 박춘석(朴椿石 1933-2010, 본명은 朴義秉)은 경기고 1학년 때 명동의 클럽에서 피아노 연주자로 데뷔. 1949년 서울대 기악과 피아노 전공으로 입학, 1년 만에 중퇴. 1950년 신흥대학(현재 경희대) 영문과에 편입해 졸업. 1950년대 이후 40여 년간 무려 2,700여 곡의 가요를 발표, 국내 대중음악계의 거목으로 평가 받음. 오랫동안 뇌졸중으로 투병하다 2010년 3월에 세상을 뜸. 패티김(Patti Kim 1938- )은 서울 중앙여고를 졸업하고, 1959년 미 8군 무대로 데뷔함 본명은 김혜자. 1962년 최초의 '리사이틀', 1971년 최초의 '디너쇼' 시도 1989년 최초로 뉴욕 카네기홀에서 공연 작곡가 길옥윤과 결혼..

바빌론 강가에서

1978년 보니엠이 힛트한 '바빌론 강가에서'(By the rivers of Babylon) 보니엠(Boney M)은 여성 3명과 남성 1명, 모두 흑인으로 구성된 4인조 그룹. 바빌론에 정복당한 유대인들의 심정을 노래한 '바빌론 강가에서'는 구약 시편 137장의 내용과 긴밀한 관련이 있다."우리가 바빌론 강가에 앉아 시온을 기억하며 울고...'(1절) 그러나 가사와 음악은 매우 이질적이다.조국을 잃은 슬픈 심정의 가사내용과는 달리, 음악은 대단히 경쾌한 디스코 리듬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본디 이 노래는 보니엠이 만든 것이 아니다. 1970년 자메이카의 '멜로디언스'(Melodians)가 먼저 불렀던 까닭이다. 바빌론의 강가에 우리들은 앉아 있었다오. 그래요, 우린 시온을 생각하며 눈물..

슬픈 영화는 나를 울려요

엄마한테는 말할 수 없었지. 바쁘다던 내 연인이 나의 제일 친한 친구와 영화를 보러갔다고, 하필이면 그들이 앉은 곳이 영화관 바로 내 앞자리였다고, 불 꺼진 앞자리에서 내 연인이 나의 제일 친한 친구에게 짙은 키스를 퍼부었다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하마터면 숨이 멎을 뻔했다고. 엄마한테는 그렇게 말할 수 없었지. 엄마한테는 차마 그렇게 말할 수 없었지. 슈 톰슨(Sue Thompson)이 부르는 「슬픈 영화는 나를 울려요」(1976). 1961년 루드밀크(John D. Loudermilk)가 작곡한 Sad Movies Make Me Cry(줄여서 Sad Movies)의 우리말 제목이다. 이 노래는 톰슨이 36살 때 미국 팝챠트 5위에 올라 밀리언 셀러가 되었고, 한참 뒤 이창동 감독의 영화 「초록물..

쟈클린의 눈물

「자클린의 눈물」(Les Larmes De Jacqueline)은 오펜바흐의 미발표 작품. 그가 죽은지 한참 지난 뒤 첼리스트 베르느 토마스(Werner Thomas)가 발굴해서 제목도 붙였다 한다. 이유는 비운의 여성 첼리스트 자클린 뒤 프레(Jacqueline du Pre 1945-1987)의 요절을 애도하기 위한 것. 자클린은 탁월한 재능과 매력적인 외모를 겸비한 첼리스트였다. 1967년에는 세계적인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과 결혼하기도 했다. 그러나 1971년 다발성 경화증 진단을 받고 42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한편 19세기 프랑스의 오펜바흐(Offenbach 1819-1880)는 오페레타 작곡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오페레타(operetta)는 당대 대중의 정서와 취향에 맞도록 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