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적시고 간 노래들 345

검은 장갑

헤어지기 섭섭하여 망설이는 나에게 굿바이 하며 내미는 손 검은 장갑 낀 손 할 말은 많아도 아무 말 못하고 돌아서는 내 모양을 저 달은 웃으리. 1958년에 나온 「검은 장갑」은 손석우가 작사·작곡했고, 손시향(孫詩鄕)이 노래를 불렀다. 당시 '한국의 이브 몽땅'이라고 불려진 그는 매우 부드럽고 달콤한 음색의 소유자였다. 더구나 빼어난 신사적 풍모는 뭇 여성들의 마음을 온통 휘저어 놓았다. 바쁜 하루 일과를 겨우 끝내고, 어렵사리 연인을 만난다. 그들은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영화도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은 그들을 기다려 주지 않았다. 마침내 성큼 다가선 이별의 시간. 헤어지기 아쉬워도, 가슴 속 할 말이 비록 많아도, 그들은 서로 말 한 마디 남기지 못하고 돌아서고 만다. 60년대식이라고 할까? ..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

김창욱의 '나를 적시고 간 노래들' 『인저리타임』 2017. 11. 3 최초의 여성 싱어송라이터가 스물 여덟의 꽃다운 나이에 죽었다. 수면제에 의한 약물과다복용이 사인(死因)이었다. 「소녀와 가로등」, 「님 떠난 후」, 「너 나 좋아해, 나 너 좋아해」, 「예정된 시간을 위하여」 등을 잇따라 힛트한 장덕(1961-1990)이 바로 그녀다. 이은하가 작사·노래한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1986)도 그녀가 만든 것이다. 날 사랑하지 말아요 너무 늦은 얘기잖아요 애타게 기다리지 말아요 사랑은 끝났으니까 그대 왜 나를 그냥 떠나가게 했나요 이렇게 다시 후회할 줄 알았다면 아픈 시련 속에 방황하지 않았을 텐데 사랑은 이제 내게 남아 있지 않아요 아무런 느낌 가질 수 없어요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