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적시고 간 노래들 345

강 건너 봄이 오듯

입춘(立春)을 보내고 나니, 대보름이 찾아왔다. 어언 새봄의 문턱에 다다른 셈이다. 집집마다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 깃발처럼 펄럭인다. 왕희지(王羲之)의 일필휘지(一筆揮之)라면, 아파트 쇠문짝에 방(榜)을 꾹꾹 눌러 붙이리. 찬 바람에 쫄지 않고, 떨어지지 않도록. '강 건너 봄이 오듯'은 KBS 신작가곡 위촉으로 만들어진 노래(송길자 작시, 임긍수 작곡). 작곡자의 가곡집 『강 건너 봄이 오듯』(2001)에 실렸다. 셋잇단음 반주가 즐겨 쓰여 매우 부드럽고 서정적인 느낌을 준다. 작곡자는 이 외에도 애창곡 '그대 창 밖에서'(박화목 시)를 남기고 있다. 2017. 2. 10 들풀처럼. 테너 이원준 님이 노래하는 '강 건너 봄이 오듯'

내 맘의 강물

'노방출주'(老蚌出珠)라는 말 들어봤지? 늙은 조개가 구슬을 낳는다는. 나이듦을 예찬한 글귀지. 생전에 김열규(金烈圭) 교수같은 분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갔어. "주름살이 여름 밤하늘의 은하수 같다. 백발은 이른 봄, 얼음 바람 속에 핀 매화요, 백설이다. 수염은 동지섣달 나뭇가지 끝에 늘어진 눈이다"며 노년을 찬미한 거지. 그러나 그 말씀은 속마음이 아닐 거야. 아니, 거짓말일 거야. 왜냐면, 이 세상에 늙고 싶은 사람은 없기 때문이지. 누구든 다시 유·소년이나 청년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앞다퉈 지나온 길로 달려갈 테니까. 구슬을 낳지 못하더라도, 은하수나 매화나 백설이 되지 않더라도 말이야. 아아, 물샐 틈 없이 엄혹한 세상의 이치여! 2017. 2. 3 들풀처럼 소프라노 박미자 님이 노래하는..

그대는 나의 모든 것

누구나 그럴 때가 있지. "너만이라든지, 우리만이라든지, 이것은 비밀이라든지"(趙炳華, 共存의 理由)를 스스럼없이 내뱉던! "넌 나의 전부"라는 말도 마찬가지야. 그러나 시간은 물처럼 흘러가지. 누구도 그 물길을 멈출 수는 없어. 흘러가고 떠나온 지금, "나의 모든 것"은 오직 누구나의 마음 속에만 남아 있지. '그대는 나의 모든 것'(Dein ist mein ganzes Herz)은 헝가리 출신 프란츠 레하르(Franz Lehár 1870-1948)의 오페레타 「미소의 나라」(Das Land des Lachelns, 1929) 제2막에 나오는 아리아. 중국인 왕자 수총이 부르는 노래로 비엔나 여인 리사에게 바치는 헌사다. 여기서 '미소의 나라'는 중국을 가리킨다. 2017. 1. 22 들풀처럼. Fle..

오 거룩한 밤

또 다시 한 해의 끝자락이다. 언제나처럼 올해도 다사다난했다. 때때로 밤거리엔 성탄 트리가 불을 밝히고, 이따금 구세군의 방울소리도 들려오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여전히 차고 어둡기만 하다. 겨울은 춥고 배고픈 사람들에게 더없이 서러운 계절이다. 갈수록 양극화되는 내일과 모레는 더욱 그러하리라. 아당의 「오 거룩한 밤」(O Holy Night, 1847)을 다시 올린다. 1년에 단 한 번 거룩하게 보내기 위하여. 작곡자 아돌프 샤를 아당(Adolphe Charles Adam 1803-1856)은 오페라와 발레음악을 주로 썼는데, 발레곡으로 유명한 「지젤」(1844)을 남겼다. 2016. 12. 24 들풀처럼 비욜링(J. Björling 1911-1960)이 노래하는 O Holy Night 조선총독부가 있을..

잊혀진 계절

떨어져 뒹구는 은행잎이 샛노랗다. 가을이 저물어 간다는 거다. 이 무렵 김광균(金光均)은 "포화(砲火)에 이지러진 도룬시의 가을하늘을 생각"(秋日抒情)했지만, 나는 어느 "시월의 마지막 밤"과 "시월의 마지막 밤"을 마치 자신의 생일처럼 여겼던 한 여자를 생각한다. 박건호 작사, 이범희 작곡의 「잊혀진 계절」은 1982년 이용이 불러 힛트했다. 2016. 10. 30 들풀처럼 이용, 잊혀진 계절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진실인가요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