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문화 195

조선무용의 미학과 하이데거의 진리

무용평론을 하시는 배학수 교수(경성대 철학과)께서 귀한 책 한 권을 친히 보내주시었다. 타이틀이 '조선무용의 미학과 하이데거의 진리'(해피북미디어, 2022)다. 무용미학을 넘어서 '하이데거'와 '진리'까지 나오니, 갑작스레 움츠려진다. 미학도 어려울 지경인데 어찌 진리가 더 어렵지 않겠는가! 저자는 서문에서 책을 펴낸 목적을 밝히고 있다.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작품의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해서, 둘째 작품의 보편성을 드러내기 위해서, 셋째 작품의 사회적 의미를 발견하기 위해서가 그것. 한국춤의 예술적 가치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미학적 탐구가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말씀이다. 어떤 것에 대하여 '아름답다'거나 '좋다'와 같은 말들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꽃이 아름답다'나 '경치가 좋다' 따위가 그..

삶과 문화 2023.05.18

삼색기

김광규의 「삼색기」(三色旗)라는 시가 있다. 벌써 40여 년 전에 씌어진 것이다. 여기서 삼색이란 흑색, 황색, 녹색을 가리키는데 그것은 관리, 상인, 군인을 각각 상징한다. 당대 사회에서 누구나 선망하던 직종이었다. 안개의 나라에서는 모두들 관리가 되려고 했다 관리가 되어 흑색 제복을 입고 권력을 갖고자 했다 마침내 모두들 관리가 되어버리자 세금을 낼 시민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그들은 당직이나 숙직 근무를 하듯 윤번제로 시민 노릇을 하기로 했다 안개의 나라에서는 모두들 상인이 되려고 했다 상인이 되어 황색 제복을 입고 돈을 벌고자 했다 마침내 모두들 상인이 되어버리자 물건을 사갈 고객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그들은 조합장이나 번영회장을 뽑듯 고객을 선출하기로 했다 안개의 나라에서는 모두들 군인이 되려..

삶과 문화 2023.04.12

못에 관한 명상

꽃마을 구덕문화공원에 들렀다가 우연히 빗돌 하나 만났다. 시비(詩碑)다. 김종철(金鍾鐵) 시인의 '고백성사: 못에 관한 명상 1'이 새겨져 있다. 알고보니, 그는 부산출신의 시인이었고 '못'의 시인이었으며 소싯적에 읽었던 '재봉'(裁縫)의 시인이기도 했다. '재봉'은 언제 읽어도 맑고 향그럽고 따사롭다. 2023. 4. 10 들풀처럼 못을 뽑습니다 휘어진 못을 뽑는 것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못이 뽑혀져 나온 자리는 여간 흉하지 않습니다 오늘도 성당에서 아내와 함께 고백성사를 하였습니다 못 자국이 유난히 많은 남편의 가슴을 아내는 못 본 체 하였습니다 나는 더욱 부끄러웠습니다 아직도 뽑아내지 않은 못 하나가 정말 어쩔 수 없이 숨겨둔 못대가리 하나가 쏘옥 고개를 내밀었기 때문입니다 사시사철 눈 오는 겨울..

삶과 문화 2023.04.10

백영호 기록화사업

부산출신 대중음악 작곡가 백영호(白映湖 1920~2003) 선생에 대한 기록화사업 추진위원회가 꾸려졌다. 부산근현대역사관의 백영호 기록화사업 추진을 위한 학술 자문이 그 목적이다. 근현대역사관이 백경권 씨(백영호의 아들, 의사)로부터 기증 받은 소장자료는 3,094건 10,782점이다. 여기에는 악보, 릴테크 녹음테이프, 생활자료를 비롯해서 초창기 작곡집(원본), 작사·편곡 영수증, 구술자료, 사진자료, 레코드 홍보전단, 카세트 테이프, 앨범 및 기사 스크랩, 한산도 작사 원고집 등이 포함된다. 백영호 선생의 힛트곡으로는 '추억의 소야곡'(한산도 작사, 손인호 노래, 1955), '해운대 엘레지'(한산도 작사, 손인호 노래, 1958), '동백 아가씨'(한산도 작사, 이미자 노래, 1964), '울어라 ..

삶과 문화 2022.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