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민오케스트라

시민오케스트라 공연리뷰

浩溪 金昌旭 2013. 3. 12. 10:53

사하인터넷뉴스

2013. 03. 11

 

 “시작은 미약하나 나중은 창대하리라.”

부산시민오케스트라 9일 창립콘서트

  

부산시민오케스트라가 지난 9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드디어 팡파레를 울렸다. 부산시민오케스트라는 시민이 만들고 시민이 키우는 오케스트라로 시민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음악을 들려주고 시민들(후원자)은 오케스트라가 성장할 수 있도록 책임지고 후원하는 새로운 개념의 오케스트라를 지향한다.

 

창립콘서트를 앞두고 방송과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기도 했는데 창립콘서트가 열린 부산문화회관 1천400여석은 거의 만석(滿席)으로 부산시민오케스트라를 향한 시민들의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학생, 직장인을 불문하고 무한경쟁 사회를 살아야 하는, 삶이 녹록치 않은 보통 시민들에게 음악을 통해 여유를 찾아주고 고단한 삶을 치유할 수 있는 힐링오케스트라를 지향하는 취지를 살려 첫 연주는 대중들의 귀에 익숙한 곡들로 프로그램을 채웠다.

 

코플란드의 ‘보통사람을 위한 팡파레’를 시작으로 1부는 작곡가 호너가 쓴 영화 ‘타이타닉’ 주제곡, 번스타인의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주제곡, 웨버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주제곡 등 영화, 뮤지컬 주제곡을 작품의 주요 장면을 영상으로 보여주며 들려줬다.

 

2부에서는 시민들이 가장 듣고 싶어하는 곡으로 꼽힌 베토벤 ‘교향곡 제5번 운명’ 전 악장을 연주했다. ‘운명교향곡’은 베토벤이 6년간에 걸쳐 완성한 작품으로 술주정뱅이 아버지 밑에서 자라야 했던 불우한 어린 시절과 연애 실패의 연속, 그리고 악화되는 귓병으로 음악가의 삶을 포기하고 싶었던 고단한 삶을 극복하고 마침내 빛을 발한 곡이기도 하다. 클래식 음악을 모르는 사람들도 ‘운명교향곡’의 1악장만큼은 “아하!”라고 할 만큼 친숙한 곡이기도 하다.

 

1부에서 들려준 곡들이 연주자와 관객들을 위한 워밍업이었다면 ‘운명교향곡’은 오케스트라의 역량을 보여주는 메인곡이라 하겠다. 자주 연주회장을 찾았던 시민의 한 사람으로 전체적인 레퍼토리는 괜찮았다고 생각되며, 특히 ‘운명교향곡’ 전 악장을 들을 수 있었던 흔치 않는 기회였다.

 

음악전공자도 평론가도 아닌 만큼 연주에 대한 평은 전문가들의 몫으로 남겨두고 일반 관객의 입장에서 몇 가지 욕심을 내고자 한다.

 

오케스트라는 처음 355명의 후원자를 목표로 했으나 현재 100여 명의 시민주주만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부산시민오케스트라를 널리 홍보하고 또 시민들의 관심을 유도하고자 하는 취지는 공감을 한다. 그러나 1부에서 각각의 곡들이 연주될 때마다 시민오케스트라를 홍보하는 자막이 계속 나와서 연주에 집중할 수 없었을 뿐더러 후원을 강요받는 기분까지 들었다. 연주 시작 전에 관계자가 나와 오케스트라를 소개하고 관심과 후원을 바란다는 멘트를 했더라면 연주회가 더 깔끔하게 진행되지 않았을까 싶다.

 

연주자들은 창단이라는 부담 때문이었는지 연주 내내 다소 경직된 모습이었다. 연주에 보답하는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성이 이어져도 연주자들은 환하게 웃어주지 않았다. 무대에 선 주인공들이 신나고 즐거워야 그들을 지켜보며 함께 호흡해야 하는 관객도 감동과 즐거움을 안고 연주장을 나올 수 있음을 기억해주었으면 한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성공적인 개최로 영화의 도시로 입지를 다지고는 있지만 타 장르의 예술문화 환경은 열악하다고 한다. 그런 중에 시민의 힘으로 키워가는 부산시민오케스트라가 창단돼 시민의 한 사람으로 자긍심을 가지게 된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나중은 창대하리라는 말처럼 연주 때마다 한 뼘씩 성장해 가는 부산시민오케스트라의 모습을 기대하며, 시민들의 후원과 관심도 은근한 군불이 되어 그들의 발전을 지펴주길 더불어 바래본다. 

 

정지영(사하문화사랑방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