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수토화신공
모처럼 부산의 명산(名山)이자 진산(珍山) 앞에 서다. 금성마을 산성(山城) 동문(東門) 근처다. 입구에는 등산길 지도가 있고, 갖가지 '○○집'이 즐비하다. 오늘은 용수토화신공(龍手吐火神功)이라는 새 공(功)을 배우고 익히다.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2013. 6. 8 금정산에서
開運萬事亨通 万解神妙術技 如意神功也
立半浮 三世哈 交坐平降作
海重回 昇上下 哈念通成也
동영상 바이 들풀처럼. 언뜻 보아도 난이도가 있다.
포토 바이 들풀처럼. 난수표 같은 등산로 안내도.
포토 바이 들풀처럼. 등산로 입구에 즐비한 '○○집'들. 침을 꼴딱 삼키다.
포토 바이 들풀처럼. '○○집'들 가운데 단연 자태를 뽐내는 무심정(無心亭). 집 지을 때는 결코 무심하지 않았으리.
포토 바이 들풀처럼. 산을 오르는 도중에 만난 바위. 괴상망측한 생김새를 보아 '흘레바위'라 이름하다. 문득 오탁번의 '굴비'가 생각나다.
수수밭 김매던 계집이 솔개그늘에서 쉬고 있는데
마침 굴비장수가 지나갔다
ㅡ 굴비 사려, 굴비! 아주머니, 굴비 사요
ㅡ 사고 싶어도 돈이 없어요
메기수염을 한 굴비장수는
뙤약볕 들녘을 휘 둘러보았다
ㅡ 그거 한 번 하면 한 마리 주겠소
가난한 계집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품 팔러 간 사내의 얼굴이 떠올랐다
저녁 밥상에 굴비 한 마리가 올랐다
ㅡ 웬 굴비여?
계집은 수수밭 고랑에서 굴비 잡은 이야기를 했다
사내는 굴비를 맛있게 먹고 나서 말했다
ㅡ 앞으로는 절대로 하지 마!
수수밭 이랑에는 수수 이삭 아직 패지도 않았지만
소쩍새가 목이 쉬는 새벽녘까지
사내와 계집은
풍년을 기원하며 수수방아를 찧었다
며칠 후 굴비장수가 다시 마을에 나타났다
그날 저녁 밥상에 굴비 한 마리가 또 올랐다
ㅡ 또 웬 굴비여?
계집이 굴비를 발려주며 말했다
ㅡ 앞으로는 안 했어요
사내는 계집을 끌어안고 목이 메었다
개똥벌레들이 밤새도록
사랑의 등 깜박이며 날아다니고
베짱이들도 밤이슬 마시며 노래 불렀다
오탁번, '벙어리 장갑'(문학사상사, 2002), 42-4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