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민 여러분 안녕들 하십니까?
2013-12-30 | 21면
[예술인칼럼 '판']
부산시민 여러분 안녕들 하십니까?
/김창욱 음악평론가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마감하는 부산시민 여러분, 안녕들 하십니까?
오늘날 부산에는 잇따라 초대형 신도시가 만들어졌거나,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해운대 센텀·마린시티, 명지 국제신도시, 강서 에코델타시티 등이 그러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부산에는 초고층 인공 구조물들이 이미 세워졌거나, 세워질 예정입니다. 문현동 부산국제금융센터, 해운대관광리조트, 중앙동 부산롯데타운 등이 그렇습니다.
현재 부산은 서울보다 초고층 건물이 많습니다. 전국에는 50층 이상이거나, 높이가 200m 이상인 초고층 건물이 70곳 있습니다. 그 가운데 부산은 전국의 34%인 24곳에 이릅니다. 이것은 서울의 16곳보다 많은 수치입니다. 바야흐로 부산은 마천루 도시로 급격하게 바뀌고 있습니다.
초대형·초고층 인공 구조물은 수많은 공간들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대규모 복합쇼핑몰, 아파트와 오피스, 백화점·테마파크·카지노·호텔 등이 그러합니다. 이들은 도시민의 실용적 소비 욕망은 물론, 인간 속에 내재된 잠재적 소비 욕망까지 부추깁니다. 거대한 블랙홀은 극대화된 인간의 소비 욕망을 순식간에 빨아들입니다.
여기에는 자본가와 지역정부, 그리고 도시형 인간들의 소비 욕망이 뒤엉켜 있습니다. 미다스의 손을 가진 자본가가 만들어 낸 첨단의 테크놀로지와 시스템, 화려하고 위용에 넘치는 랜드마크, 거대한 욕망의 신전을 순례하며 물신을 경배하는 도시형 인간!
마침내 초대형·초고층의 물신은 자연의 도시경관을 해체시킵니다. 산과 바다, 아련한 노을의 풍경마저 사라지게 만듭니다. 더욱이 그것은 오랜 역사와 문화가 숨쉬던 지역의 장소성과 소박한 사람살이의 정겨움도 말끔하게 지워 버립니다. 급기야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단절되고, 차츰 왜소해진 인간은 거대한 '인공낙원' 밖으로 추방되고 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산시는 여전히 건설과 토목을 앞세워 수많은 바벨탑을 지었고, 또 지으려 하고 있습니다. 1%를 위한 초대형·초고층 건물들이 우리가 사는 부산 곳곳에 똬리를 틀고 앉았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부산시의 레퍼토리는 한결같습니다. 새 건축물이 들어서면, 기존 건축물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마침내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진다! 초대형·초고층 인공 구조물에 둘러싸인 부산시민 여러분, 그간 살림 좀 나아지셨습니까? 정말로 안녕들 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