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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부산문화회관 시설환경

浩溪 金昌旭 2014. 1. 21.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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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21 | 21면

 

[긴급 진단-부산문화회관] 중. 시설환경 분야

115억 들인 리모델링 4년 만에 또 보강공사

 

▲ 2010년 11월 리모델링을 끝낸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로비. 부산일보 DB

 

지난 17일 오후 부산문화회관. 부산국제음악제 신년음악회를 감상하기 위해 대극장을 찾았던 박 모(42·해운대구 우동) 씨는 객석 자리를 찾을 때 다소 불편함을 겪어야 했다. 자신의 자리는 왼쪽에 있었지만, 오른쪽 입구를 통해 극장 안으로 들어간 게 우선 잘못이었다. 극장 안에 들어서자 콘솔(음향컨트롤 기기) 박스가 가로막고 있어서 좌우로 이동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박 씨는 공연이 시작되지 않아 콘솔 박스 안으로 살짝 들어가 왼쪽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박 씨는 자신만 그런가 싶었지만, 다른 몇몇 관객도 불편을 겪기는 마찬가지였다.

 

2010년 115억 원 상당을 들여 객석 의자 교체, 로비 확장, 무대 설비(음향·조명) 증설 등 대극장에 대해 대대적으로 리모델링을 한 바 있는 부산문화회관은 편의 시설만 놓고 보면 예전보다 분명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카페도 들어서고 대극장의 경우 매표도 실내에서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3년이 흐른 지금, 박 씨가 불편을 겪었듯이 하나하나 훑어보면 부산문화회관이 제대로 리모델링을 한 게 맞는지 의구심이 든다는 게 문화계 안팎의 진단이다.

 

대극장 바닥 대리석 벌써 패어 '흉물'

오는 7월 무대시설 공사로 다시 휴관

"외관만 신경… 공연환경 조성 더 중요"

 

요컨대, 2010년 새로 공사를 해 교체한 대리석 바닥은 공사한 지 4년도 안 돼 일부는 움푹 파이고 또 일부는 잔금이 가 흉물스럽게 변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부산문화회관 시설 담당자는 "3년 정도 사용하다 보면 깨질 수도 있고, 금이 갈 수도 있는 게 아니냐"며 대수롭지 않은 듯이 얘기했다. 하지만 한두 푼도 아니고 100억 원이 넘는 시민의 혈세를 투입해 리모델링한 것에 대한 답변치고는 너무도 궁색하다.

 

2012년 7월 대극장 천장에서 배수관이 터지는 사고로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을 막기 위해 대극장내 좌석에 비닐천막을 덮어놓은 모습. 부산일보 DB

 

배수관 공사도 리모델링 대상에 분명 포함돼 있었지만, 공사 후 2년도 안 돼 공연장 천장 배수관이 터지는 소동도 있었다. 출연자 전용출구가 없어서 장치, 화물반입구로 연주자들이 출입하고 있고 객석 바닥은 시공 오류로 인한 소음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이것만이 아니다. 이렇게 대규모 리모델링을 한 지 4년여 만에 오는 7월, 또다시 2억 원 상당을 들여 무대 시설 보강공사를 해야 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그것도 공사 때문에 한 달 정도 대극장 문을 닫아야 한다. 이렇다 보니, 2010년 리모델링 공사에 대해 '엉터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두현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부산시립예술단지부장은 "당시 상황에서 보면, 대극장 외벽보다는 대극장 음향이나, 예술단 연습실 등이 우선돼야 할 리모델링 순서다. 일의 우선 순위에서 놓고 보면, 무대기계 공사를 위해 덜 시급한 요소들, 요컨대, 리모델링 기념 조형물 제작, 건물 뒷 벽면 화강석 마감공사 등은 하지 말았어야 할 공사였다. 수십억 원을 들여 건물 외관 공사는 하면서 2억 원가량이 부족해 무대 시설을 제대로 못 해 4년 만에 다시 한 달간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면 이건 심각하게 잘못된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아울러 그는 "리모델링 사업과정에서 전문가들의 자문을 제대로 받았는지, 공사범위, 공사내용 등을 결정하기 위한 절차들을 제대로 밟았는지 등이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2010년 리모델링을 하면서 건축공사에만 전체 비용의 절반가량(51억 9천만 원)을 사용했다.

 

부산시의회 이동윤 시의원은 "당시 리모델링 금액이 100억 원이 넘게 들어갔는데, 기계, 음향, 조명 등 무대 공사에는 소홀했고, 너무 외관에만 치중한 것 아니었느냐"고 비판했다.

 

몇 년 전 리모델링을 문제 삼는 것은 이 때문에 지금도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고 또 다음에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부산문화회관은 2014~2015년 중극장 등 노후 공연시설을 리모델링할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문화회관의 시설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시민 편의 부대시설 입점 등 공연중심시설다운 주변 공연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음악평론가 김창욱 씨는 "공연이 없으면 사람들이 찾지 않는 그런 문화공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 북카페 등의 다양한 시설을 통해 시민들을 유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또 다른 공연기획 전문가도 "멀티플렉스 영화관처럼 이제 공연장도 공연만 보러 오는 곳이 아니라 만남의 장소, 사교의 장소, 휴식의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대응해야 한다. 다만 어느 정도 준비 과정을 거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