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보이는 풍경

우리동네 '초미니 예술관'

浩溪 金昌旭 2014. 8. 22. 19:00

 

중앙일보

2014. 08. 22 (20)

 

때론 공연장 때론 갤러리 … 우리동네 '초미니 예술관'

 

부산에 개인운영 문화공간 50곳

클래식 강연 등 다채로운 행사

카페 등 겸하지만 운영난 호소

 

20일 부산 동래구 명륜동 ‘스페이스 움’에서 열린 재즈 트리오의 연주회. 이 곳은 공연이 없을 때 전시실과 동아리 모임장소로 쓰인다. [송봉근 기자]

 

  벽에는 그림이 걸려있고 면적 99㎡(30평)의 작은 공간에 40여 명의 청중이 앉아 있다. 객석과 같은 높이의 무대에 선 연주자들의 숨소리까지 들린다. ‘Ocean Waves’ 같은 7곡을 피아노 남경윤(계명대 교수), 드럼 서미현(부산 예술대 외래교수), 베이스 비톨드 렉(독일) 등 재즈 트리오가 들려준다. 모두 국내외서 활동하는 유명 연주자들이다.

 

 20일 오후 8시 부산시 동래구 명륜동 ‘스페이스 움’에서 열린 재즈 트리오 공연은 끈적끈적한 재즈곡이 힘찬 드럼 소리와 합쳐진 특이한 무대였다. 공연이 없을 때 이 곳은 전시실과 동아리 모임장소로 쓰인다. 그래서 복합문화공간으로 불린다. 이날 공연은 162회째였다. 2011년 4월 문을 연 이곳은 면적 231㎡(70평)의 카페와 붙어 있다.

 

 부산에 작은 문화공간들이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4∼5년 전부터 하나, 둘씩 생기기 시작하다가 올 들어 50여 곳으로 늘었다. 이 작은 문화공간들은 특색있는 프로그램으로 동네 문화예술의 꽃을 피워가고 있다. 주인들의 장점과 개성을 살린 프로그램으로 대형 문화예술회관들이 못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내놓고 있다.

 

 ‘음악풍경’(사하구 괴정동)은 음악평론가 김창욱(48)씨가 지난 5월 열었다. 이 곳에서는 음악에 강의를 곁들인 ‘렉처 콘서트’ 형태로 진행한다. 음악을 들려주고, 오페라 동영상을 보여준 뒤 얽힌 사연을 설명한다. 음악평론가인 주인의 장점을 살린 프로그램이다.

 

 4년째를 맞는 ‘토리스’(금정구 구서동)는 첼리스트 김판수와 바이올리니스트 황지원 부부가 운영한다. 전문 연주자답게 국악과 클래식을 넘나드는 다양한 공연이 매달 둘째, 넷째 일요일에 열린다. 내년에는 작곡가별로 연주회를 열 계획이다.

 

 부산도시철도 1호선 교대역 근처 ‘무지크바움’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클래식·오페라·영화음악·월드뮤직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돌린다. 매달 둘째 토요일엔 ‘클래식과 재즈의 만남’, 셋째 토요일엔 ‘살롱음악회’를 연다. 살롱음악회는 연주자들이 먼저 공연을 제의해 올 정도로 소문이 났다.

 

 부산도시철도 양정역 2번 출구 근처 ‘커피아노’는 음악교사 출신인 최규일(37) 대표가 올 초에 문을 열었다. 피아노를 전공한 최 대표의 연주를 항상 들을 수 있다. 손님도 피아노 라이브 연주를 할 수 있다. 매주 토요일마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연주자들의 무대가 마련된다. 6000원에 연주를 듣고 차를 마실 수 있다.

 

 고은사진미술관(해운대구 우2동)도 ‘사진이 있는 작은 음악회’를 매달 연다. 음악감독인 윤성현 연세대 교수와 백주영·오신정 등 국내 정상급 연주자들이 출연한다.

 

 그러나 이러한 지역문화공간들의 자립은 과제다. 200회 연주회를 마친 오래된 곳이 문을 닫는가하면 개업 1년 안에 폐업하는 곳도 많다. 스페이스 움 김은숙(39) 대표는 “카페 수입을 연주회에 모두 쏟아넣고 있지만 어렵다”며 “문화공간들의 공연 정보를 한군데 모은 사이트 개설이나 소식지 발행을 자치단체가 지원해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글=김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