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 전지영 리사이틀
『예술부산』 2016년 4월호(통권 제130호)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했던가. 봄이 왔으되, 아직도 쌀쌀한 날씨다. 이럴 때, 따습고 포근한 음악을 들을 수 있다면 그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때마침 열린 소프라노 전지영 리사이틀은 그런 점에서 퍽 유쾌한 콘서트였다(3월 25일 부산문화회관 중극장). 더욱이 그것은 고향에서 꾸민 그녀의 첫 솔로 무대라는 점에서 그 의미 또한 남달랐다.
부산출신의 전지영은 일찍이 부산예고와 연세대를 졸업하고 도독(渡獨), 뮌헨국립음대에서 디플롬을 땄다. 이후 그녀는 도이치오퍼베를린·하노버국립극장에서 모차르트의 「마술피리」의 ‘밤의 여왕’ 역으로 화려하게 데뷔하는 한편, 스위스·오스트리아·프랑스·일본·체코·인도네시아 등 세계 유수의 오페라 무대를 넘나들었다. 그녀는 20여 년 동안 무려 1천 회에 이르는 무대에 섰고, 그 가운데 ‘밤의 여왕’ 역은 이미 500회를 훌쩍 넘어섰다.
이번 리사이틀에서 보여준 그녀의 연주력은 ‘유럽 최정상 오페라극장 주역가수’라는 높은 명성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이날 그녀는 폭넓은 레퍼토리를 선보였다. 바로크에서 20세기에 이르기까지, 독일에서 프랑스·이탈리아·노르웨이·한국에 이르기까지 두루 섭렵했다. 더욱이 그것은 매우 파퓰러한 것이었다. 드보르작의 「어머니가 가르쳐 준 노래」, 그리그의 「그대를 사랑해」 등의 가곡, 푸치니의 「라보엠」 중에서 ‘내가 거리를 걸을 때면’, 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엣」 중에서 「꿈속에 살고 싶어라」와 같은 아리아, 이흥렬의 「꽃구름 속에」, 김동진의 「진달래꽃」 등의 한국가곡이 그러했다.
무엇보다 그녀는 이번 무대에서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의 매력과 마력을 동시에 보여주었다. 화려하고 현란한 성악적 테크닉, 풍부한 음량과 윤기 넘치는 음색,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셈여림이 그랬고, 전혀 작위적이지 않는 자연스런 음악적 흐름이 그랬다. 아울러, 오페라 가수다운 제스처와 무대 매너, 청중과의 적극적인 교감, 찬조로 출연한 테너 전병호와의 성질(聲質) 대비도 새삼스런 묘미였다.
그러나 아쉬움도 없지 않았다. 유럽과 서울에서 드높은 존재감을 과시하는 그녀임에도, 정작 고향 부산에서는 그녀의 존재가 오히려 덜 알려져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단순하고 소극적인 홍보에서 벗어나 적극적이고 전략적인, 혹은 공격적인 홍보가 이루어져야 함을 뜻한다.
한편 이번 연주회는 새로운 기획콘서트의 가능성을 모색케 한다. 예컨대 유명 출향 음악가들의 고향 무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서울 및 해외에서 연주활동을 벌이는 이들 가운데는 임종필·김희재(피아노), 금난새·금노상(지휘), 강동석(바이올린), 최은식(비올라), 양희준·김영석·조규희(성악), 김동수(작곡) 등 부산출신의 음악가들이 적지 않다. 이들의 무대를 정례화한다면, 지역의 토착 음악가들에게도 적잖은 자극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음악의 메카’ 부산문화회관이 이 사업을 수행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