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음악가 연주실황: 한예정 김나연
청년음악가 시리즈 '청년이 살아야 음악도 산다'는 역량 있는 신예 음악가들을 발굴·데뷔시키는 프로그램이다(솔로 및 앙상블). 우리가 살고 있는 부산에는 열정적인 청년음악가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그들이 음악가로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는 지극히 제한적이다. 이에, 젊은 그들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무대와 홍보를 상시 제공함으로써 미래의 프로 음악가로 성장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청년음악가 한예정과 김나연의 연주실황(2016. 8. 11 무지크바움)
슈베르트, 「방랑자 환상곡」(op. 15, D. 760)
‘가곡의 왕’이라 불리는 슈베르트(F. P. Schubert 1797-1828)는, 그러나 왕의 위풍당당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키가 작았던 그는 몸이 굽었고, 게다가 지독한 근시였다. 늘 안색이 좋지 않았으므로 풍채가 나지 않았다. 더구나 말솜씨도 몹시 서툴러 자기가 생각하는 바를 상대방에게 쉽게 이해시킬 수가 없었다. 친구와 가족들에게 마음 터놓고 이야기하는 것과는 달리, 낯선 사람에게는 수줍고 소심한 나머지 실례될 만한 언동이 잦았다. 특히 여성에게 그러했다.
이 작품을 「방랑자 환상곡」(Wanderer Fantasia, 1822)이라 명명한 것은 슈베르트가 자신의 가곡 「방랑자」(Der Wanderer) 주제를 이것의 두 번째 악장에 넣었기 때문이다. 시종 어둡고 우울한 이 곡은 그의 피아노곡 가운데 가장 어려운 테크닉을 보여준다. 자신도 제대로 연주할 수 없었던 슈베르트는 ‘악마만이 제대로 연주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래서일까? 뒤에 등장한 ‘악마 피아니스트’ 리스트는 이 작품에 크게 매료되었고, 스스로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곡으로, 또는 2대의 피아노를 위한 버전으로 편곡할 만큼 큰 관심을 기울였다. 전 4악장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빠른 1악장, 매우 느린 2악장, 대단히 빠른 3악장, 그리고 빠른 4악장으로 각각 이루어져 있다.
파가니니,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칸타빌레」
19세기 이탈리아 출신의 파가니니(N. Paganini 1782-1840)는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 특히 그는 낭만시기 연주 테크닉에 일대 변혁을 일으킨 ‘바이올린계의 악마’였다. 기교적인 그의 연주는 뭇 여성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고, 순회연주를 통해 명성을 쌓았지만, 도박과 연애에 빠저 바이올린을 저당 잡히기도 했다. 그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칸타빌레」(Cantabile for violin & piano, 1824)는 제목대로 ‘노래하듯이’ 연주한다. 잔잔한 물결처럼 일렁이는 피아노의 화음 위에서 마치 오페라 아리아와 같은 바이올린 선율이 노래된다. 파가니니가 세상을 떠난지 82년이나 지난 1922년에 비로소 악보로 출판되었다.
마스네, 「타이스 명상곡」
낭만시기를 살았던 쥘 마스네(J. Massenet 1842-1912)는 프랑스의 오페라 작곡가. 「타이스」는 「마농」, 「베르테르」와 더불어 마스네의 대표적인 오페라. 향락에 젖은 알렉산드리아의 창녀 타이스를 구하기 위해 기독교로 개종시키는 아타나엘이, 도리어 타이스에 매혹되어 함께 타락해 간다는 내용이다. 그의 오페라는 서정성·관능성을 주요한 특징으로 한다. 「타이스」(Thais, 1894)도 마찬가지다. 아타나엘의 지속적인 설득에 마음이 산란해진 타이스가 고민에 휩싸여 있을 때 어디선가 '명상곡'(Meditation)이 들려온다. 바이올린의 빼어난 선율이 가슴을 저민다. 살을 에고, 뼈를 깎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