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날들

노동은 교수, 먼 길 떠나다

浩溪 金昌旭 2016. 12. 4. 13:03


누구보다 열정적이었던 음악학자 노동은(魯棟銀 1946-2016) 교수께서 지난 2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70세. 내가 군에서 갓 제대한 1988년, 아마도 늦가을 쯤이었나 보다. 우연찮게 나는 그의 『한국 민족음악 현단계』(세광음악출판사)를 읽은 적이 있다. 근대 한국 서양음악계의 모순과 왜곡을 처음으로 알게 한 책이었다. 이후 그의 글을 빠짐없이 챙겨 읽으면서 내 피도 점차 뜨거워져 갔다. 이로 말미암아, 1993년 나는 『일제 팟쇼체제기의 친일적 음악경향에 대한 연구: 매일신보(1930-1945)를 중심으로』라는 석사논문을 썼고, 그 첫 장에 다음과 같은 헌사를 썼다. 


"친일파와 친일문학에 대한 논문과 저서는 비교적 눈에 띄지만, 음악분야의 본격적인 연구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대체로 이 분야는 『한국 민족음악 현단계』를 쓴 노동은에 의해 고독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을 따름이다. 그의 전술(前述)한 사전작업이 없었던들 논자의 이같은 논문은 성립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지난해 신학기가 시작된 어느 날, 모처럼 노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힘 없는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기까지 했다. 펄펄 날던 예전의 노동은 교수가 아니었다. 그간 몇 차례 수술을 받았고, 명예교수로 재직하는 대학도 못 나가는 형편이라 했다. 그러면서 먼구름 한형석 선생의 『광복군가집』을 복사해 주기를 내게 부탁했다. 그로부터 채 1년이 지나지 않았다. 세월의 무상함과 삶의 허무감을 새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고인의 명복을 빌어마지 않는다. 2016. 12. 4 들풀처럼.  


고(故) 노동은 교수.

 

1946년 전라북도 익산출신의 노동은(魯棟銀) 교수는 연세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목원대 교수를 거쳐 중앙대 창작음악학과 교수로 정년을 맞았다. 제5회 박헌봉 국악상, 단재학술상, KBS 국악대상 특별공로상, 황조근정훈장을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