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비치다

부산국제아트센터, 지역 최대 클래식홀

浩溪 金昌旭 2017. 1. 16. 13:14


[부산국제아트센터 긴급진단]

지역 최대 클래식홀중소 규모 공연 설 자리가 없다


『부산일보』 2017. 1. 16 (24  


부산국제아트센터에는 작은 규모의 클래식 공연을 펼칠 공간이 뒷받침되지 않아 센터가 애물단지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찮다. 사진은 부산국제아트센터 조감도. 부산일보DB

 

부산국제아트센터 설계 공모가 한창 진행 중이다.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하면 2000석 규모의 클래식 콘서트홀은 처음이어서 지역 음악계가 거는 기대가 크다. 하지만 작은 규모의 클래식 공연을 펼칠 공간이 뒷받침되지 않아 센터가 애물단지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찮다.

 

1200석서 2000석 규모로 확대

다음 달까지 설계 공모 내년 착공

큰 공연 상시적 콘텐츠 급선무

활용 방안 없을 땐 애물단지 걱정

"설계 때부터 기본 설비 갖춰야"

 

 

클래식콘서트홀로는 영남권 최대 규모   


·시비 912억 원을 투입해 부산시민공원 내 부지 29408(연면적 19862)에 지하 2, 지상 4층 규모로 지어질 예정인 부산국제아트센터는 대공연장을 비롯해 5000명 이상 수용 가능한 야외공연장, 세미나실, 전시·체험실, 어린이 공간 등으로 구성된다. 부산시로부터 국제아트센터 건립사업을 위탁받은 부산도시공사는 다음달 말 설계공모 심사 후 이르면 3월 초 심사결과를 발표하고, 계약 및 설계용역을 거쳐 내년 6월께 착공에 들어가 2020년 하반기 건물을 완성할 계획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애초 1200석 규모의 대극장과 300석 규모의 소극장으로 구성하려고 했으나 기존 기관들과 차별성이 없어 전문가들의 자문을 거쳐 201572000석 규모의 대공연장으로 변경했다""클래식 공연을 위주로 하는 콘서트홀로서는 영남권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0석 이상의 클래식 대공연장 건립은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하면 사실상 처음이다. 영남권의 클래식 콘서트홀은 2013년 완공된 통영국제음악당(1309), 리모델링 후 지난해 초 대구시민회관에서 이름을 바꾼 '대구콘서트하우스'(1532)가 전부다.

 

 

·소규모 공연 설 무대 없어 논란

 

문제는 2000석 규모의 대공연장 외에 중·소규모 공연이 열릴 수 있는 클래식 전용 공간이 없다는 것. 서울 예술의전당은 대규모 공연을 위한 콘서트홀(2523)과 실내악 전용 연주홀인 IBK챔버홀(600), 개인 독주회 등 소규모 공연 위주의 리사이틀홀(354) 등으로 구성돼 다양한 규모의 클래식 공연이 무대에 오를 수 있도록 했다. 대구콘서트하우스 역시 그랜드홀(1284)과 챔버홀(248)로 나뉘어있다. 한 음악인은 "2의 도시 부산에 클래식 전용홀 하나 없다는 것은 그동안 지역 음악계의 수치였던 만큼 클래식 콘서트홀 건립에는 대찬성"이라면서도 "2000석 규모의 대공연을 소화할 수 있는 지역 오케스트라가 많지 않은 데다 초청 공연으로 채우기엔 비용 문제가 만만찮아 대공연장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할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클래식 전용홀을 준비 중인 부산문화회관과의 연계도 쉬운 일이 아니다. 15일 부산문화회관에 따르면 대극장(1403)에서 열렸던 공연(2015년 기준) 182회 중 135(74%), 중극장(767)233회의 65%(152)가 클래식 음악 무대였다. 하지만 정작 클래식 전용 음악홀인 400석 규모의 '부산 챔버홀'로 바뀌는 곳은 회의석 146석과 75석 규모의 방청석 등으로 구성된 국제회의장이고, 중극장은 뮤지컬 전용극장으로 리모델링된다. 중극장 규모의 클래식 전용홀을 지역 내에 찾기 힘들게 된 것이다. 이는 결국, 거시적인 문화행정 부재라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 다른 음악인은 "국제회의장 리모델링에 12억 원이 책정된 것으로 아는데 이는 클래식 전문공연장으로 만들기엔 턱없이 부족한 예산일 것"이라며 "면밀한 수요조사와 공청회 등을 거쳐 큰틀에서 클래식 공연장이 논의되고 마련되어야 하는데 이같은 과정이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짓기 전 제대로 짓고 활용하자" 한 목소리

 

대규모 예산을 들여 완공한 뒤 보완해나가는 것보다는 전문가들과 시민들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한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를 냈다. 설계 단계부터 2000석 규모의 대공연장에 중극장 규모의 전용홀을 만들고 잔향 시간 2.0초 이상 등 음향지표를 준수하는 것은 물론 파이프오르간 등 기본 설비를 갖추자는 것이다.

 

한 음악전문가는 "클래식 전용홀 가운데 국내 처음으로 파이프오르간을 설치하고 객석이 무대를 감싸는 빈야드 스타일로 설계된 서울 롯데콘서트홀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기본 설비를 충분히 갖추고 다양한 클래식 공연이 이뤄질 수 있는 센터가 지어진다면 공연단체뿐 아니라 지역민의 만족도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공연장을 위한 운영 방침과 콘텐츠 마련이 급선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운영 방침과 콘텐츠에 따라 센터 설계와 향후 활용 방안 등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 음악계 인사는 "2000석 규모의 대공연장을 연중 대부분 비워두지 않으려면 전속 오케스트라를 창단해 상시적으로 공연할 필요가 있다""단순한 수익 창출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클래식 공연을 자주 접하고 다양한 레퍼토리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게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