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음악 공연장 유럽에서 답을 찾다
[부산 음악 공연장 유럽에서 답을 찾다]
하. 1년 내내 다채로운 연주 콘텐츠
상주 단체·크고 작은 공연 품는 명실상부 '클래식 둥지'
『부산일보』 2017. 5. 11 (29)
박진숙 기자 true@busan.com
▲ 부산국제아트센터에 2000석 규모의 클래식 전용홀을 건립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공연을 1년 내내 하는 것은 무리라며 체임버홀과 같이 중·소규모의 공연을 할 무대도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진은 2014년 공개됐던 부산국제아트센터 조감도. 부산일보DB
■ 클래식 홀 상주 단체 있어야
세계 5대 클래식 콘서트홀 중 하나인 독일 베를린 필하모니 홀. 이곳에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비롯해 필하모니 12 첼리스트, 필하모니 4중주단, 살롱 오케스트라 등이 상주 단체로 활동하고 있다. 이는 독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도 마찬가지. 이곳에도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게반트하우스 4중주단, 게반트하우스 소년합창단 등 여러 개의 상주 단체가 활동하고 있다.
세계 유명 콘서트 홀
연간 100여 회 연주회 빼곡
단체 연습공간까지 제공
부산국제아트센터도
중·소규모 무대 갖춰야
류태형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은 "베를린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 베를린의 주요 오케스트라는 베를린 필하모니 홀에서 연간 100여 회 이상의 정기 연주회를 펼질 정도다"고 설명했다.
체코도 다를 바 없다. 체코는 낭만 시대 이후 민족 부흥 운동에 힘입어 스메타나, 야나체크, 드보르자크 같은 대작곡가들이 등장했으며, 이들의 이름을 딴 클래식 전용 홀이 지어졌다. 이에 프라하, 테플리체 등 체코엔 30여 개의 오케스트라가 활동하고 있으며, 이들이 클래식 전용 홀의 상주 단체로 활동하고 있다. 오충근 부산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 겸 KNN방송교향악단 예술감독은 "콘서트 홀의 상주 단체를 두는 게 일반적이고 상식적이다"고 설명했다.
2020년 부산시민공원 내 부지에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로 건립할 예정인 부산국제아트센터는 2000석 규모의 클래식 전용 홀로, 콘서트홀로서는 영남권 최대 규모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클래식 전용 홀에서 연주할 수 있는 상주 단체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오충근 예술감독은 "클래식 전용 홀의 주력은 오케스트라인데, 부산에서 상주하며 수준 높은 연주를 들려줄 수 있는 오케스트라는 부산시립교향악단(시향)이다"며 "시향이 부산국제아트센터 상주 단체로 활동하며 연주회의 상당 부분을 채우고, 나머지는 민간 오케스트라나 외국 단체를 초청해서 채우는 식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은옥 부산시립교향악단 수석 제1 바이올린은 "지난해 시향 정기 연주회를 지휘했던 한 외국인 지휘자는 새로 만들어지는 클래식 홀에 상주 단체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상주 단체 없이 어떻게 운영이 되겠느냐며 이상하게 생각했다"며 "부산시가 클래식 전용 홀의 소프트웨어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유치 그 자체에만 급급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상주단체가 있어야 하지만, 예산 등을 고려할 때 민간 필하모니, 심포니 오케스트라에 위탁하는 것보다, 부산시가 운영하는 시향이 맡는 게 낫다"고 말했다.
■ 상주 단체 연습 공간도
체코 테플리체 음악 전용홀은 실제 연주하는 무대 위에서 단원들이 리허설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여름에는 곰팡이, 겨울에는 추위에 시달리며 지하에서 연습하는 부산시향과는 대조적이다. 부산국제아트센터에 상주 단체가 있으려면 이들 단체가 연습할 공간이 있어야 한다.
부산문화회관 관계자는 "부산문화회관에는 시향 등 7개 단체가 있는데 연습실은 부산문화회관에 하나밖에 없다"며 "부산국제아트센터 클래식 전용 홀에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 상주 단체로 들어간다고 가정할 때, 무엇보다 서울 예술의 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과 같이 상주 단체가 연습할 수 있는 연습실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소규모 공연 열 수 있는 공연장도
클래식 전용 홀은 독주회, 실내악 등 소규모 공연부터 오케스트라, 합창과 같은 대규모 공연까지 다양한 형태의 클래식 공연을 열 수 있어야 한다. 부산국제아트센터는 현재 설계안이 심사 중에 있다. 당초 계획안에는 실내악용 체임버홀과 같이 중·소규모의 공연을 할 무대는 빠져있었다. 전문가들은 "부산국제아트센터는 2000석 규모의 대극장인데, 대공연을 한 달에 몇 번 할 수 있겠느냐"며 "대규모의 관객을 수용하기 위한 공연을 1년 내내 하는 것 무리"라고 지적한다.
김창욱 부산시의회 정책연구위원은 "클래식 공연을 활성화하려면 부산국제아트센터를 상시로 운용해야 하는데, 부산국제아트센터의 2000석 규모의 대공연을 수용할 지역 오케스트라가 많지 않은 데다 초청 공연으로 채우기엔 비용 문제가 만만찮아서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남는다"고 말했다.
부산문화회관 관계자는 "부산문화회관이 국제회의장을 400석 규모 체임버홀로 리모델링 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클래식 전용 홀에 작은 규모의 홀은 꼭 필요하다"며 "부산국제아트센터 클래식 전용 홀에도 솔로나 실내악을 할 수 있는 300, 500,700석 정도의 체임버홀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를린(독일)·프라하(체코)=박진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