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흥신」 관람후기
창작오페라 「윤흥신」 공연
2017. 7. 22 (토) 저녁 6시
을숙도문화회관 대극장
오페라 문화가 활성화되지 않는 데는 언론의 책임도 없지 않습니다. 홍보성 기사만 마구 쏟아내는 반면, 사후 객관적 평가에 대한 지면 할애는 그다지 고려하지 않는 까닭입니다. 그러니 주최, 주관측은 립서비스와 자화자찬에 도취되고 매몰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동네 골목대장 수준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주된 요인입니다.
이번 창작오페라에서 가장 기초를 이루는 대본과 작곡은 여러 점에서 문제가 노출되었습니다. 예컨대 내용이 단순하고 빈약해서 극적 긴장도를 현저히 떨어뜨렸고, 특히 독창이든 합창이든 오케스트라든 간에 뭔가 풍성하게 보여진 것 같습니다만, 실상 기억에 남는 아리아나 선율, 혹은 오케스트레이션을 보기 어려웠습니다. 이것은 작품의 생명력과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부분입니다.
더우기 오케스트라에 활용된 일본민요 「사쿠라」(櫻)는 미야꼬부시 음계(都節音階, 라·시·도·미·파의 5음)에 의한 것으로 전형적인 왜색풍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이 왜적의 침략 때 뿐만 아니라 아군의 죽음과 슬픔의 장면에서도 절제없이 쓰여졌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사쿠라」와 「아리랑」의 콘트라스트, 혹은 두 민요선율의 2중적 변주가 필요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덧붙여, 수로왕과 관련된 구지가(龜旨歌)가 여기에 등장하는 것은 참 뜬금없는 일입니다. 지역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전혀 무관한 까닭입니다.
창작오페라의 경우 그 의미만 애써 강조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창작, 즉 '처음'이라는 것에 있다기 보다 그 이후 사회와의 적극적인 소통과 공감에 있습니다. 첫 무대가 곧 마지막 무대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창작'이라는 의미의 과장이나 침소봉대는 기실 다리가 부러질 만한 상차림에 정작 먹을 만한 음식이 없다는 말과 같습니다. 그런 경우를 또 한 번 경험할 수 있었던 기회였습니다.
2017. 7. 25
들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