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연수 후감
지난 5월 21일부터 28일까지 다녀온 말레이시아·브루나이 국외연수에 대한 결과보고서가 이제야 책자로 나왔다(부산시의회 입법정책담당관실, 2017). 여기에는 나의 후감(後感)도 실렸다. 2017. 12. 18 들풀처럼.
'동남아'라고 했을 때 저의 뇌리에는 몇 가지 이미지가 남아 있습니다.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방금 동남아 순회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가수 ○○○씨를 소개합니다"라는 TV 프로그램 진행자의 멘트입니다. 물론 70년대에 유행하던 것인데, 거기에는 적어도 동남아 쯤은 순회하고 돌아와야 가수로 쳐준다는 다수 대중의 의식이 잠재해 있습니다. 곧 대중문화에 대한 흡입력이 한국에 비해 동남아가 한수 위라는 의미이겠습니다. 긍정적인 이미지입니다.
그런데 또 다른 이미지는 사뭇 부정적입니다. 이 역시 TV를 통해 얻은 인식일 것입니다. 요컨대 까무잡잡한 피부, 치렁치렁한 의상이 왠지 촌스럽게 보였고, 더구나 수저를 쓰지 않고 맨손으로 밥을 버무려 입에 넣는 모습이 그런 인식을 갖게 했을 터입니다. 또한 그것은 '서구=문명', '동양=야만'과 같은 도식적 구도, 즉 서양인에 의한 오리엔탈리즘이 저도 모르게 내면화되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습니다.
이번 말레이시아와 브루나이의 국외연수는 제 속에 잠재하고 있는 이런저런 이미지들이 비논리적으로 재구성된 허구였음을 새삼 깨닫게 해 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동남아 사람들은 한국의 대중문화를 좋아하고 즐겨 했으나, 정작 자기 나라의 문화적 전통은 그다지 두드러져 보이지 않았습니다. 비록 촌스러운 느낌이 없지 않았으나, 그것은 오히려 소박한 아름다움과 도회지에서 느낄 수 없는 여유로움으로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책상머리에서 비롯된 관념은 상상에 의한 허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관념과 사실 간의 거리를 좁히려면 무릇 책상머리를 박차고 집을 나서야 합니다. 보고, 듣고, 놀고, 느껴야 사실에 보다 가까이 다가설 수 있습니다. 모름지기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는 말이 허언(虛言)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