浩溪 金昌旭 2017. 12. 20. 12:52

 

 

푸른 불 시그낼이 꿈처럼 어리는

거기 조그마한 역이 있다.

 

빈 대합실(待合室)에는

의지할 의자(椅子) 하나 없고

 

이따금

급행열자(急行列車)가 어지럽게 경적(警笛)을 울리며

지나간다

 

눈이 오고

비가 오고...

 

아득한 선로(線路) 위에

없는 듯 있는 듯

거기 조그마한 역처럼 내가 있다.

 

- 한성기(韓性祺 1923-19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