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부산문화회관, 누구를 위한 것인가?

浩溪 金昌旭 2018. 1. 4. 20:46


(사) 한국예술문화비평가협회, 『예술문화비평』 2017년 겨울호(통권 제25호)





부산문화회관은 명실공히 부산 공연문화의 '메카'라 할 만하다. 1,403석 규모의 대극장(1,403)을 비롯해서 중극장(767), 챔버홀(414), 사랑채극장(212)을 두루 갖추고 있다. 근래 1,606석의 부산시민회관도 통합되었다. 어디 그 뿐인가? 교향악단·국악관현악단·무용단·합창단·극단은 물론, 소년소녀합창단과 청소년교향악단 등 305명 규모의 시립예술단을 위탁 운영하고 있다. 


 

문화회관의 존재 이유는 시민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 확대


이같은 문화회관이 올해 11일 재단법인화되면서 많은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즉 문화회관 본연의 임무수행은 등한시하면서도 오히려 부수적인 수익사업에 골몰하고 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재보다 오히려 잿밥에 눈독을 들이는 모양새다.


근본적으로 ()부산문화회관은 부산 시민들의 세금으로 설립, 운영되는 기관이다. 그런 점에서 문화회관은 마땅히 시민을 위한, 시민에 의한, 시민의 문화공간이 되어야 한다. 그것은 '재단법인 부산문화회관 설립 및 운영 지원 조례'에도 잘 나타나 있다. 1(목적)에 문화예술의 진흥과 시민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 확대 등을 위한 사업 수행을 해야 한다고 분명히 적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문화회관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문화회관이 과연 설립 목적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가? 문화회관이 부산 문화예술 진흥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으며, 시민 문화예술 향유 기회 확대를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가?


문화회관의 공연 프로그램은 실로 다종다기하다. 그 가운데 기획공연은 문화회관의 핵심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공공성은 물론, 마땅히 수익성도 고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익률은 기대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기획력 부재, 브랜드 콘텐츠 못 만들어


내부자료에 따르면, 올해 11일부터 930일까지 부산문화회관에서 열린 기획공연은 모두 24개다. 그 현황은 아래와 같다.


연번

공연명

극장명

지출

(천원)

수입

(천원)

수지율

(%)

비고

1

빈 소년 합창단 신년음악회

대극장

49,641

39,613

79.8%

 

2

발렌타인데이 콘서트

대극장

28,712

10,790

37.6%

 

3

뮤지컬 <팬텀>

대극장

194,247

244,684

126.0%

공동

4

벡조드 피아노 리사이틀

대극장

14,552

5,979

41.1%

 

5

마티네 웰빙콘서트 1

대극장

14,542

6,197

42.6%

 

6

노자와 베토벤 1

대극장

20,000

8,142

40.7%

공동

7

러시아 국립볼쇼이합창단

대극장

42,536

15,945

37.5%

 

8

마티네 웰빙콘서트 2

대극장

14,897

5,171

34.7%

 

9

어린이날 특별 기획공연

대극장

34,292

4,978

14.5%

 

10

어버이와 함께하는 효 콘서트

대극장

53,324

6,657

12.5%

 

11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대극장

181,794

53,374

29.4%

 

12

마티네 웰빙콘서트 3

대극장

15,230

5,648

37.1%

 

13

노자와 베토벤 2

대극장

21,500

6,423

29.9%

공동

14

마티네 웰빙콘서트 4

대극장

18,573

3,626

19.5%

 

15

그라츠 챔버 오케스트라

대극장

43,921

10,763

24.5%

 

16

상트페테르부르크 아이스발레

대극장

81,598

51,506

63.1%

 

17

챔버홀 개관 페스티벌

챔버홀

85,670

32,576

38.0%

 

18

키즈 웰컴 콘서트

대극장

18,000

1,190

6.6%

 

19

에듀테인먼트 <로보카폴리>

사랑채

95,433

19,836

20.8%

진행

20

2017 Theatre 이문세

대극장

32,700

37,417

114.4%

공동

21

다비드프레이&세종솔리이스츠

챔버홀

19,700

4,919

25.0%

 

22

솔로이스트 첼로 앙상블_경상

챔버홀

800

1,786

223.3%

 

23

마티네 웰빙콘서트 5

대극장

18,550

4,189

22.6%

 

24

노자와 베토벤 3

대극장

20,225

8,789

43.5%

공동

합 계

1,120,437

590,198

52.7%

 

 

여기에는 총 112천여 만원의 예산이 투입되었으나, 수익은 59천여 만원에 불과하다. 수익률이 50% 조금 넘는 수준이다. 다시 말해 10억원을 투자해서 그 절반에 해당하는 5억원 정도의 수익을 얻은 셈이다. 요컨대 적자라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적자의 폭이 지나치게 크다는 사실이다.


먼저, 24개의 기획공연 가운데 투자 대비 수익이 더 많은 경우는 3개에 지나지 않는다.


연번

공연명

극장명

지출

(천원)

수입

(천원)

수지율

(%)

비고

1

뮤지컬 <팬텀>

대극장

194,247

244,684

126.0%

공동

2

2017 Theatre 이문세

대극장

32,700

37,417

114.4%

공동

3

솔로이스트 첼로 앙상블_경상

챔버홀

800

1,786

223.3%

 

 

더구나 3개 중 2개는 순수한 자체기획이 아니라 공동기획이다. 어쨌든 이들을 포함해서 투자 대비 수익률이 50%를 넘는 것은 5개에 불과하다

 

연번

공연명

지출

(천원)

수입

(천원)

수지율

(%)

비고

1

빈 소년 합창단 신년음악회

49,641

39,613

79.8%

 

2

뮤지컬 <팬텀>

194,247

244,684

126.0%

공동

3

상트페테르부르크 아이스발레

81,598

51,506

63.1%

 

4

2017 Theatre 이문세

32,700

37,417

114.4%

공동

5

솔로이스트 첼로 앙상블_경상

800

1,786

223.3%

 


그러니까, 대부분의 기획공연이 투자 대비 수익률이 50%를 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1%, 10%대의 수익률을 보이는 공연도 있다.

 

연번

공연명

지출

(천원)

수입

(천원)

수지율

(%)

비고

1%(1)

키즈 웰컴 콘서트

18,000

1,190

6.6%

 

10%(3)

어버이와 함께하는 효 콘서트

53,324

6,657

12.5%

 

어린이날 특별 기획공연

34,292

4,978

14.5%

 

마티네 웰빙콘서트 4

18,573

3,626

19.5%

 

20(5)

마티네 웰빙콘서트 5

18,550

4,189

22.6%

 

그라츠 챔버 오케스트라

43,921

10,763

24.5%

 

다비드프레이&세종솔리이스츠

19,700

4,919

25.0%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181,794

53,374

29.4%

 

노자와 베토벤 2

21,500

6,423

29.9%

공동

30%(5)

마티네 웰빙콘서트 2

14,897

5,171

34.7%

 

마티네 웰빙콘서트 3

15,230

5,648

37.1%

 

러시아 국립볼쇼이합창단

42,536

15,945

37.5%

 

발렌타인데이 콘서트

28,712

10,790

37.6%

 

챔버홀 개관 페스티벌

85,670

32,576

38.0%

 

40%(4)

노자와 베토벤 1

20,000

8,142

40.7%

공동

벡조드 피아노 리사이틀

14,552

5,979

41.1%

 

마티네 웰빙콘서트 1

14,542

6,197

42.6%

 

노자와 베토벤 3

20,225

8,789

43.5%

공동

70%(1)

빈 소년 합창단 신년음악회

49,641

39,613

79.8%

 


수익률이 가장 넓게 분포된 곳은 20~40%대로 14개가 여기에 해당되며, 그 가운데 3개는 '공동' 기획이다. 이처럼 공연에 대한 관객의 수요가 적다는 것은 그만큼 볼 만한 공연이 부족하다는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문화회관의 기획력 부재가 그만큼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특히 문화회관을 대표할 만한 브랜드 콘텐츠가 있는가라는 물음에 선뜻 답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법인화 이후, 수익사업에 골몰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회관은 수익사업에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법인화 이후 주차장과 팸플릿이 유료화되었고, 대관료도 인상되었다. 여기에 후원회도 곧 조직될 전망이다.


주차관제 시스템을 설치하는데 14,400만원의 비용이 들었다. 그리고 지난 10월 한 달간 벌어들인 유료주차 수입은 14백여 만원에 이른다. 여기에는 공연 관객들에게도 2천원 씩의 주차비가 원천 징수된다. 문화회관의 고객에게 주차비를 부과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가? 백화점대형마트 같은 곳에 주차비를 부과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물며 공공기관임에랴! 더욱이 부산의 공연장 가운데 주차비를 받는 곳이 어디에 있는가?


또한 문화회관은 이미 지난 1월부터 팸플릿(프로그램)도 팔고 있다. 그 현황은 아래와 같다.


(’17.9.30 기준, 단위: , 천원)

구분

소계

1

2

3

4

5

6

7

8

9

부수

2,870

336

278

320

453

508

284

-

567

124

판매액

4,168

672

278

320

453

903

284

-

1,134

124


팸플릿은 당일 누가, 어떤 내용으로 무대를 꾸미는지를 안내하는 기능이 있다. 관객에게 팸플릿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은, 그것이 주최측의 임무이자 최소한의 서비스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팸플릿은 판매할 만큼 그 가치를 높인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문화회관은 대관료도 순수예술공연은 5%, 상업적 대중공연은 28%나 인상했다. 그 내용은, 첫째 순수예술공연과 대중공연을 인상률 차등 부과한다는 점, 둘째 순수예술공연은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상업적 대중공연은 대관료를 현실화한다는 점 등이다.


그런데, 문화회관에서 상업적 대중공연이 얼마나 많이 이루어졌다는 것인가? 내가 알기로는 상업적인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대중공연은 거의 없다. 게다가 "순수예술공연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기 위해서 대관료를 올렸다는 것은 대체 무슨 말인가? 장려하기 위해서는, 더구나 적극적으로 장려하기 위해서는 대관료의 문턱을 낮춰야 하는 것이 아닌가? 결국 그것은 대관료를 올리기 위한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문제는 주차비와 팸플릿 유료화 이전에, 이에 대한 공론화가 이루어진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요컨대, 전문가시민들에게 유료화의 불가피성을 설명설득하고, 동의를 구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어떠한 사회적 공론화 없이, 문화회관이 일방적으로 유료화를 감행한 것은 실로 반 문화적이지 않는가?


한편, 문화회관은 후원회 조직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0월 말까지 60명의 회원을 모집했고, 올해까지 회원을 더 확보한 후 내년 1월에 창립총회를 가질 계획이다.


후원회원에는 특별회원이사회원일반회원이 있고, 특별회원은 연간 1,000만원 이상, 이사회원은 연간 300~500만원, 일반회원은 연간 100만원 이상의 회비를 낸다. 그런데 문제는 후원회가 자발적으로 조직된 것이 아니라 문화회관 스스로가 기획하고 조직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이들 후원회원들은 '순수한' 마음으로 후원회에 가입한 것일까?


벌써부터 부작용이 노출되고 있다. 지난 630() 문화회관 기획공연으로 그라츠챔버오케스트라 공연이 열렸다. 이날 바이올린을 협연한 김○○ 씨가 현재 후원회 사무처장을 맡고 있는 윤○○ 씨와 가족관계라는 사실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회원가입을 통해 손쉽게 친인척을 무대에 세울 수 있다는 우려가 없지 않다.


이 무대에는 4천여 만원의 문화회관 예산이 투입되었고, 수익은 1천여 만원에 불과했다. 투자 대비 겨우 24.5%의 수익률이었다.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을 고쳐 쓰지 말라"고 했다. 아직 후원회가 창립되기도 전에, 공교롭게도 이같은 의혹이 생긴 것을 과연 우연이라 여겨야 할까?


무엇보다 부산문화회관의 가장 큰 문제는 그 존재 이유, 즉 부산의 문화예술 진흥 및 시민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 확대를 위해서 깊이 고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문화회관은 부수적인 수익사업은 일사천리다. 주차장과 팸플릿 유료화, 대관료 인상, 후원회 조직운영 등이 그것이다. 분명한 주객전도의 양상이다.


이에, 우리는 재단법인 부산문화회관을 지속적으로, 그리고 면밀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문화회관이 마침내 시민을 위한, 시민의 의한, 시민의 문화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