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국민행복시대를 위하여

浩溪 金昌旭 2018. 1. 14. 22:29


[아침시선] 

국민행복시대를 위하여

부산일보2018. 1. 15 (31)  


김창욱  악평론가·부산시의회 정책연구위원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원한다. 행복하게 살기 위해 학교에 가고 공부도 한다. 행복해지기 위해 직장에 가고 돈도 번다. 사랑하는 연인과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미는 것도 모두 행복한 삶을 위해서다. "하루를 살아도 행복할 수 있다면, 나는 그 길을 택하고 싶다"는 노랫말도 있지 않는가.
 
그렇다면 행복이란 무엇일까? 사전적 의미로는 '불안감을 느끼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욕구가 충족되어 만족하거나 즐거움을 느끼는 상태'를 말한다. 문제는 오늘, 우리는 과거와 비교할 때 과도한 물질적 풍요를 누리지만 행복 지수는 오히려 과거보다 낮다는 점이다. 그것은 물질적 풍요와 정서적 만족감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런 까닭에, 최근 국민소득 등 경제적 지표보다 '삶의 질'을 추가한 행복지수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시점이다.
 
물질적으론 풍요, 행복 지수는 후퇴
성장 일변도 사회가 낳은 긴 그림자  
국내총생산 위주의 지표서 벗어나  
국민행복 위한 문화지표 제도화를 

유엔 자문기구인 지속발전네트워크(SDSN)는 해마다 '세계행복보고서'라는 것을 발표하고 있다. 2012년부터 세계 150여 나라를 대상으로 국민들의 주관적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행복지표로는 국내총생산(GDP)뿐만 아니라 고용 상태, 소득 격차, 기대 수명, 정부와 기업 투명성, 사회적인 지원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서 행복도(幸福度)를 산출한다. 

2017년 대한민국은 10점 만점에 5점을 받아 156개국 중 56위를 차지했다. 1위 노르웨이에 이어 덴마크·아이슬란드·스위스·핀란드·네덜란드·캐나다·뉴질랜드·호주·스웨덴 등이 차례로 뒤를 따랐다. 높은 점수대의 국가들은 국민 간 소득 격차가 적고 정치·사회적으로 안정되어 있다는 것이 공통된 특징이다. 반면 미국(14위)·독일(16위)·영국(19위)·프랑스(31위)·이탈리아(48위)·러시아(49위)·일본(51위)·중국(79위) 등은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이들은 높은 경제적 위상과 달리 소득 및 빈부 격차가 크고 사회적 안전망과 복지 시스템이 불안하다는 인식이 밑바닥에 깔려 있다.

대한민국은 오랫동안 건설·개발을 통한 '경제성장'을 신앙해 왔다. 그 결과, 산업화 성공이라는 신화를 낳았으나 동시에 지역 불균형, 빈부 격차의 심화·확대, 난개발과 안전 불감증, 외형 팽창의 방만한 거대주의와 같은 깊고 긴 그림자도 남겼다. 더욱이 지금껏 숱한 관주도의 개발·재개발 사업들이 그 속에 사는 사람들에게 과연 얼마만큼의 행복을 안겨 주었던가? 오히려 신도시·국제도시를 표방하고, 고층·초고층 빌딩이 들어설 때마다 그 속에 살던 원주민들은 한결같이 분노와 절규 속에 자신들의 삶터에서 쫓겨나지 않았던가? 오늘날 전국에 걸쳐 진행되고 있는 도시재생사업 또한 주민공동체에 과연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유엔의 행복지표에 준하는 국민행복지표가 우리나라에는 없다. 그렇다면 오로지 국내총생산만이 대한민국의 유일한 척도가 될 것이며, 여전히 '크고 강한' 거대주의와 경쟁주의가 우리 사회를 지배할 수밖에 없다. 지속 가능하고 공정한 사회경제 시스템, 문화의 보존과 진흥, 물리적·심리적 건강, 자연과 환경의 보호, 공동체의 결속력과 역동성 등의 비전 제시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여기에는 고용·소득·문화·환경·건강·교통·복지·안전·교육 등이 주요한 영역으로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도 신년사에서 "국민소득 3만 불 시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삶의 질을 국민이 실제로 누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예컨대 문화지수도 국민행복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면 각급 공공 문화기관 종사자들은 국민의 문화지수를 높이는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발굴·개발하고, 국민의 참여도와 만족도를 드높이는 일에 진력을 다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국민행복을 위한 문화지표의 제도화가 먼저 필요하다. 제도는 정책을 낳고, 정책은 현실적 실천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바삐 그런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