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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名品, Masterpiece)이란 아주 뛰어난 물건이나 예술작품을 말한다. 달리 말해 그것은 누구나 만들 수 있지만 아무나 만들 수 없는 것, 창의적이고 독창적이어서 그 밖의 것과 뚜렷한 차별성을 갖는 것, 장인(匠人)의 오랜 시간과 적잖은 노력이 깃든 것,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오히려 더 큰 만족감을 얻게 해 주는 물건이나 예술품을 의미하는 것이겠다. 그러니까 그것은 실용적 쓰임새만 맞으면 된다는 사고를 넘어서서 그것의 의미와 가치, 나아가 역사 속에서 어떻게 평가 받을 것인가 하는 생각까지도 더불어 담겨져야 한다.
지역의 창작음악문화 활성화 측면에서는 긍정적
올 봄부터 우리 동네의 을숙도문화회관에서는 ‘명품 콘서트’라는 것을 기획, 공연하고 있다. 지역민들을 클래식 명곡의 세계로 안내하는 이 콘서트는 상반기 4회 가운데 이미 3회를 갈무리한 상태다. 여기서는 상주단체인 뉴프라임오케스트라(지휘 임준오)가 중심축이 되어 창작 교향시를 비롯, 협주곡·교향곡 전곡도 무대에 올려진다. 그것은 지역 창작음악문화의 활성화, 비르투오소(virtuoso)적 연주를 통한 지역 연주문화의 제고 등 긍정적인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콘서트가 과연 ‘명품’인가, 혹은 적어도 ‘명품다운’가 하는 점에는 왠지 고개가 갸웃해진다. 아마도 명품, 혹은 명품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까닭이 아닐까.
지난 2일 ‘명품 콘서트’에서 눈길을 끈 것은 무엇보다 초․중등학생, 즉 청소년 청중이 객석을 가득 메웠다는 점이다. 줄잡아 객석의 절반이 이들로 채워진 듯 보였다. 그런데 그들은 같은 또래의 친구들과 심심찮게 잡담을 나누고, 전화도 받고, 게임에 빠지기도 했다. 심지어 연주회 도중에 객석을 자유롭게 넘나들다 일순 썰물처럼 빠져 나가는 용감무쌍함을 뽐내기도 했다. 그들은 전후좌우에 진지하고 심각한 청중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고, 오직 자신들의 즐거움을 누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덕분에 적지 않은 청중은 음악감상은 고사하고, 서둘러 자리를 털고 싶은 충동에 사로 잡혔으리라.
그렇다면 그들은 집안에서 마음 놓고 꾀할 수 있는 자유와 즐거움을 왜 굳이 공연장에까지 와서 누리려 했을까. 그들이 공연장까지 와서만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던 어떤 이유가 있었던 게 아닐까. 누군가에 의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서, 가고 싶은 마음이 털끝만큼도 없는데 가지 않으면 안 되는, 가지 않았을 때 뭔가 불이익을 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어려운 걸음을 한 것일지도 모른다. ‘명품 콘서트’에 감히 명품스럽지 않게!
‘명품 콘서트’라면, 으레 명품 연주자와 연주단체가 초청되어야 한다. 명품 콘서트의 포스터와 팸플릿에는 한결같이 ‘최정상의 연주자’, ‘완벽한 하모니 국내 최정상의 오케스트라’, ‘클래식 음악계의 새로운 역사’, ‘세기의 앙상블’과 같은 잇단 수식어를 달고 있다. ‘명품’이 되기 위해서는 마땅히 그러해야 한다.
요란한 수식어로 관람객 혼란…명칭에 걸맞은 기획·공연을
그런데, 과연 그러한가. 협연자는 과연 최정상의 연주자로 자타가 인정하고 있는가. 오케스트라는 과연 국내 최정상의 교향악단으로서 완벽한 하모니를 구사하고 있는가. 협연자와 오케스트라는 과연 세기의 앙상블이라 할 만큼 이상적인 음향을 빚어내고 있는가. 그래서 이 기획콘서트가 마침내 클래식 음악계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고 해도 무방한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허위 과장광고가 아닌가.
정녕 ‘명품’ 콘서트가 되려면, 콘텐츠 기획부터 개발․제작․판매에 이르기까지 명품화(名品化)를 위한 제대로 된 가공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간판을 바꿔 달아야 한다.
/김창욱(kcw66@chol.com)
· 음악평론가. 부산음악협회 부회장. 동아대 동의대 부경대 강사.
· 부산음악협회 제29회 부산음악상 수상(2004).
· 저서 ‘음악의 이해’(공저), ‘부산음악의 지평’, ‘나는 이렇게 들었다’, ‘홍난파 음악연구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