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부산시와 사하구가 추진하고 있는 괴정천 생태공원 조성사업은 환경과 문화가 어우러져 흐르는 공간으로 조성하되 이에 앞서 수질개선이 우선돼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미복개 구간 뿐 아니라 괴정천 모든 구간을 복원해야 한다.”
지난 26일 오후 4시 괴정동 소재 사하사랑채노인복지관에서 열린 아름다운 괴정천 만들기 부산시민 토론회에서 이 사업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
지난 26일 오후 4시부터 사하구 괴정동 소재 사하사랑채노인복지관에서 열린 '아름다운 괴정천 만들기 시민토론회' 모습. |
이날 행사는 환경문화연합(대표 이유상)과 100만평문화공원범시민협의회 주관으로 60여명의 학생과 주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김수명 환경문화연합 아름다운 괴정천 사업위원회 위원장이 ‘아름다운 괴정천 만들기와 창조도시 사하’를 주제로, 김정판 사하구 도시개발과장이 ‘미복개 구간 괴정천의 생태하천 사업과 개요’를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이어 이유상 대표의 사회로 김승환 동아대 교수, 강동진 경성대 교수, 이병준 부산대 교수, 윤지영 동서대 교수, 김창욱 음악평론가 등이 토론에 나섰다.
|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수명 아름다운 괴정천 사업위원회 위원장(사진 위)과 김정판 사하구 도시개발과장(사진 아래). |
첫 발제자로 나선 김수명 위원장은 괴정천의 유래를 소개한데 이어 “괴정천 가운데 현재 미복개된 구간은 생활하수의 방류와 쓰레기 무단투기 등으로 악취가 나고 주민들의 민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고 지적하면서 최근 생태하천으로 거듭 나고 있는 북구 대천천과 동래구 온천천, 서울 청계천과 같이 “괴정천 안팎의 오염원을 제거하고 일대를 잘 정비해 환경과 문화가 함께 하는 곳으로 바꾸자.” 고 말했다.
특히 각종 문화행사가 사계절 열리면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서울 청계천을 예를 들면서 전시·공연·축제 등 문화소통의 장으로 만들자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괴정천을 살리기를 위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관계당국과 정치권 등에 전달할 수 있는 위원회 구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어 발제에 나선 김정판 도시개발과장은 괴정천 생태하천조성사업의 현황에 대해 설명했다.
김 과장에 따르면 이 사업은 괴정천 전체 5.16㎞ 가운데 미복개 구간인 하단역 공영주차장에서 낙동강에 이르는 길이 652m, 폭 45m 구간을 국·시비 300억원을 투입해 오는 2015년 6월까지 생태하천으로 조성하는 것이다.
이 사업의 핵심은 우선 악취의 가장 큰 원인인 오니 제거를 위해 하천 바닥을 1m정도 준설해 수질 개선 및 생태계 복원을 도모해 하천 본래의 기능을 회복하고, 하천 주변 경관을 개선해 주민 친수공간으로 조성한다는 것.
특히 친수공간 조성을 위해 주변 395m에 갈대 등 수변식물을 심는 한편 하천 양쪽에 전망 및 관람 데크를 만들고 강변교와 인도교를 재가설할 계획으로 오는 8월 감리업체를 선정해 9월에 착공에 들어갈 방침이다.
김 과장은 “현재 이 구간은 오수 분리가 안 돼 악취가 심한 편이다. 그러나 이번 사업으로 이런 문제점들이 크게 해소됨은 물론이고 주민들의 쉼터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발제에 이은 토론회에서는 패널들의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강동진 교수는 “괴정천은 낙동강을 끼고 있을 뿐 아니라 하천 양 옆으로 주거 및 생활 공간이 연결돼 있는, 입지적으로 매우 보기 드문 곳이다. 현재에는 수질 오염에 따른 악취 등으로 사람들이 싫어하지만 앞으로 수질이 깨끗해지는 등 변화가 온다면 온천천과 비교할 수 없는 가치를 가진다.” 며 괴정천의 잠재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윤지영 교수는 “현재 추진 중인 괴정천 생태하천 조성사업을 보면 과연 괴정천이 갖고 있는 ‘장소성’에 맞은 디자인으로 추진되고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고 지적하면서 “지역주민들이 이곳을 아름다운 추억의 장소로 떠올릴 수 있도록 ‘장소성’을 살려 나가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또 “이 일대를 문화공간으로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특히 재가설하는 인도교는 폭을 넓혀 작은 공연이나 전시가 가능한 축제의 장소로 살아나면 좋을 것” 이라는 말과 함께 현재 직선적인 디자인에서 유기적 곡선이 흐르는 인간적인 장소로 조성돼야 한다는 견해도 내놓았다.
김창욱 음악평론가는 “과거에는 하천을 복개하려는 분위기였다면 지금은 덮었던 하천도 원래 모습대로 복원해 자연에 가깝게 재생해 나가려는 추세다.”라고 말하면서 “괴정천은 일상적 삶과 밀착된 공간으로 조성돼야 하며 특히 전시 및 공연을 위해서는 공간적 토대가 있어야 하는 만큼 설계단계에서부터 이를 고려하고 반영해야 할 것” 이라고 지적했다.
이병준 교수는 “사하구의 지역 이미지에는 왠지 쓸쓸하고 삭막한 듯한 부분이 있다.” 고 말하면서 “괴정천을 사하구민들이 따뜻함을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지역의 공동체성을 결집시키고 가꾸어 나가는 콘셉트와 철학으로 만들어 나갈 것”을 주문했다.
이 자리에서는 괴정천 생태공원 조성사업을 전 구간에 걸쳐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수명 위원장은 “과거 괴정천의 모습을 기억하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옛날 괴정천이 정말 좋았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그러나 괴정천에 대한 복개공사가 시작되면서 현재 괴정천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과거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괴정천을 복개하겠다는 공약이 난무했으나 지금은 괴정천을 생태하천으로 복원하겠다는 공약이 나오고 있다. 이는 그만큼 세상이 달라졌고, 지금은 환경의 시대라는 반증” 이라고 말하면서 “현재 괴정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은 미복개 구간인 괴정천 하류 652m 구간에서만 추진되고 있으나 발원지에서부터 하류 끝점인 낙동강과 만나는 곳에 이르기까지 전 구간에 걸쳐 추진돼야 한다.” 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동진 교수 역시 “괴정천 생태하천조성사업은 현재 추진 중인 600여m 구간에 국한해서는 안된다. 5.16km 전 구간에 걸쳐 종합적으로 바라보고 큰 계획을 세워야 한다.” 고 말하면서 지역차원에서 크게 볼 것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김정판 과장은 “괴정천 전체를 복원하는 문제는 괴정뉴타운개발사업에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이 사업이 지구해제로 무산되면서 당장 실현하기는 어렵게 됐다.” 고 말하면서 “괴정천의 악취 등 오염을 줄이기 위한 차집관거사업은 현재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괴정뉴타운개발로 상류지역의 경우 대상에서 제외됐는데 중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주민협의체 등 기구 조직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승환 교수는 “괴정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을 위해서는 김수명 위원장이 제안한 위원회와 같은 조직이 필요하다. 그러나 위원회로는 부족하며 주민협의체 같은, 괴정천의 규모와 미래 모습에 걸맞는 조직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이병준 교수는 “민과 관이 서로 협의와 학습을 통해 지역발전의 모형을 만들어 나가는 일본 가고시마현의 한 도시의 예를 들면서 괴정천을 살리기 위해서는 단순한 주민협의체를 넘어서는 조직이 돼야 할 것” 이라며 사하구청과 연결해 연구팀을 조직하고 평생학습그룹을 만들어 이곳에서 논의된 사항을 설계나 비전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괴정천 생태하천 조성사업에 현재 가장 심각한 문제의 하나인 수질오염문제 해결이 선결과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방청객으로 참석했던 한승정 사하구의회 부의장은 “현재 구상하고 괴정천 생태하천 조성사업을 보면 썩은 피부 위에 화장만 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생태하천 조성사업에는 무엇보다도 이에 앞서 수질 개선이 중요하다.” 고 주장했다.
이어 발언에 나선 김좌관 온천천 살리기 네트워크 공동대표 역시 수질문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생태하천 조성사업의 성공사례로 꼽히는 온천천을 예로 들면서 “문화공간도 중요하지만 그전에 해야 할 일은 수질개선이다. 이를 근간으로 문화공간 조성과 공동체 복원으로 나아가야 한다.” 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이런 부분은 사전에 논의가 되고 협의돼야 하는데 오는 9월 공사에 들어간다니 늦은 것 같다. 시기적으로 매우 아쉽다.” 고 말했다.
또 “현재 관련 예산이 300억원인데 괴정천 미복개 구간 전체 길이가 652m인 점을 감안하면 1m당 대략 4천600만원의 예산이 소요되는데 예산이 과도하게 투입되는 것 같다.” 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정판 과장은 수질개선과 관련해 “이번 사업으로 약 1m가량의 오니가 준설된다. 오니가 악취의 주원인인 만큼 준설이 끝나고 낙동강 물이 유입되면 이 문제의 상당부분이 해소될 것이다. 예산이 높게 책정된 것은 오니 등 폐기물처리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들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