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날들

지역홀대

浩溪 金昌旭 2012. 4. 16. 20:37

문화예술시민연대 세미나

발 제 : 김시한(문예연 기획위원장)

일 시 : 2012. 04. 16 16:00

장 소 : 부산예술회관 4층

 

 

"문화예술진흥기금 지역홀대 극복방안"에 대한 질의문

 

 

 창 욱

음악평론가

부산음악협회 부회장

 

   중국이 세상의 중심이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화이사상(華夷思想)이 팽배했던 조선시대가 그랬습니다. 중국은 세상의 한 가운데 존재했기 때문에 ‘중국’(中國)이 되었고, 조선은 중국의 동쪽에 위치한 까닭에 ‘동국’(東國)이라 불려졌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은 당시로서는 의심의 여지없이 자명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조선후기에 들면서, 일군의 지식인들이 이에 대한 비판적 언설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은 대지 가운데 한 조각의 땅에 불과하다’(이익)거나, ‘중국은 세계의 1/100에 지나지 않는다’(홍대용)거나, ‘동서남북 한 가운데 중(中)이 있기에 어디로 가나 중국인데, 조선을 동국이라 부르는 자체가 잘못이다’(정약용)는 지적이 그것입니다.

 

   그로부터 100여 년이 지난 오늘날, 한국에서 세상의 중심은 미국으로 바뀌었습니다. ‘미국에서 기침을 하면 (한국은) 독감에 걸린다’는 시쳇말이 그 증좌입니다.

 

   그러나 조선왕조 이래 지금까지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이 있으니, 이 나라의 중심이 언제나 수도 서울이라는 점입니다. 단지 한성에서 경성으로, 경성에서 서울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입니다. 오늘날 서울은 남한 인구의 49%, 정부투자기관 및 정부출연기관의 74%, 100대 기업 본사의 95%가 몰려 있고, 금융거래와 조세수입의 70%가 집중되어 있습니다. 거대 공룡도시 서울에 비하면, 나머지 중소도시는 중심지 서울을 빛내주는 그림자 같은 주변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지금, 이 나라는 부익부 빈익빈의 계층간 양극화 문제와 함께 중심과 주변이라는 지역간의 심각한 양극화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문화예술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엇보다 젊고 역량 있는 지역 문화예술가들이 밥줄을 찾아 ‘기회의 땅’(서울)으로 서둘러 발길을 옮기는 것만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돈 가뭄에 시달리는 지역에 더 이상 발 붙이고 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앞서 문화예술시민연대 김시한 기획위원장님께서도 지적하신 바와 같이 문예진흥기금의 서울 독식 현상은 이미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고, 그것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1997년의 경우, 당해 부산에서 문예진흥기금 총액의 9.3%가 걷혔습니다. 그런데 부산에 돌아온 몫은 겨우 0.9%였습니다. 낸 돈의 10분의 1도 못 챙긴 셈입니다. 이에 비해 서울은 매년 80% 수준의 기금을 챙겼습니다.

 

   2010년 부산예총이 밝힌 지역별 현황을 보면, 총 지원금 가운데 무려 63.3%를 서울(461억 9천만 원)이 차지했습니다. 그 다음으로 경기(49억 2천만 원) 6.7%, 대구(38억 5천만 원) 5.3%, 부산(26억 5천만 원) 3.7%의 순입니다. 울산(0.8%)과 경북(0.4%)은 총 지원금의 1%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지역문화에 대한 홀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올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예진흥기금 공모사업 지원 심의결과에 따르면, 서울이 전체의 90%를 차지한 반면(총 298개 사업, 81억 9천만원) 부산의 문화단체가 지원받은 건수는 전체의 2.6%에 지나지 않습니다(8개 사업, 4억 4천 300만원).

 

   해마다 문화예산은 1천 억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문예진흥기금 400억 원을 비롯해서 올해 복권기금 차입금 574억 원(5개의 나눔사업), 57억 원 규모의 기부금 사업이 포함됩니다. 이 가운데 서울(수도권)이 70% 이상을 챙길 때 부산에 돌아오는 돈은 겨우 3-4%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문예진흥기금의 극심한 지역홀대가 아닐 수 없습니다.

 

   따라서 저는 2010년 부산예총이 대안으로 제시했던 문예진흥기금의 ‘지역할당제’를 다시금 진지하게 모색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역할당제는 인구비례에 따라 문예진흥기금 총액을 분배하는 제도입니다. 이것은 누구나 1인 1표의 투표권을 행사하듯 매우 공정하고 공평하며 민주적인 제도입니다. 성․연령․지역․직업․계층․신분 따위를 초월한, 대단히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제도입니다. 참고로 부산지역은 인구 3백 50여만 명에 이르는 대한민국 제2의 도시입니다(서울: 9,820,171명, 부산: 3,523,582명, 인천: 2,531,280명, 대구: 2,464,547명, 대전: 1,442,856명, 광주: 1,417,716명, 울산: 1,049,177명) ※ “지자체 일반현황”(문화체육관광부, 2009), 206쪽.

 

   이에 문예진흥기금 지역할당제의 제도화 가능성을 타진해 봅니다. 아울러 가능성이 있다면, 구체적인 추진전략을 어떻게 짜야할지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