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발 '베토벤 바이러스' 시민오케스트라의 꿈
부산발 '베토벤 바이러스' 시민오케스트라의 꿈
부산 클래식 음악계에 아주 흥미로운 실험 하나가 시도되고 있다.
'부산시민오케스트라'를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다. 우선 오케스트라는 시민 355명이 1인당 주식 1주씩 사들여 주인이 되고 그 주주들이 아이디어를 짜내고 레퍼토리를 더해 직접 음악회를 연다. '열린 오케스트라'인 셈이다. 실제 오케스트라는 실력을 갖춘 지역의 젊은 음악인 61명을 단원으로 활동하게 된다. 의지와 열정은 빼놓을 수 없다. 그래야만 '부산의 오케스트라'로서의 면모를 갖출 수 있어서다.
이제 첫걸음을 뗐다. 그동안 준비를 해온 '부산시민오케스트라 창립준비위원회'는 10일 준비위원회 명의의 이메일 등을 통해 일반 시민에게 창립 계획을 공개하고 시민 주주 모집을 시작했다. 동시에 사전 작업의 하나로 창립을 도울 30명의 창립준비위원 모집도 진행하고 나섰다. 현재까지 지역의 문화예술인, 의료인, 학계 인사, 언론인 등 13명이 창립 취지에 공감, 동참의 뜻을 밝혔다.
시민 주주가 직접 음악회 개최
지역 청년 음악인들 단원 참여
창립준비위원 모집 본격 행보
그들은 왜 시민오케스트라를 떠올리고 직접 나서게 됐을까. 활력을 잃어가는 부산, 그리고 시민에게 원래 가졌던 힘을 되돌려주기 위해서다. 준비위원회 간사인 음악평론가 김창욱은 "부산에 공동체적 결속력이 현저히 약화되고 있다. 각 악기가 고유의 소리를 내지만 궁극적으로 조화 협력 균형을 이루는 게 오케스트라다. 오케스트라로 부산 시민의 정서적 정신적 공동체 충분히 회복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음악의 민주화', 나아가 '문화 민주주의'가 바로 시민오케스트라가 지향하는 가치다. 시민 1명이 주식 1주(월 5만 원)만 살 수 있다. 힘 있고 돈 있는 특정인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다. 그러면서 오케스트라 운영 역시 주주인 시민의 몫으로 넘긴다. 음악회부터 주주들로부터 추천받은 작곡가와 작품으로 꾸민다. 물론 운영위원회를 두지만, 모든 운영은 주주총회를 통하고, 그 결과도 투명하게 공개할 예정이다.
아이디어가 현실이 되려면 걸림돌도 있다. 무엇보다 오케스트라 운영에 드는 예산 연 2억 원을 모으느냐가 관건이다. 시민 355명의 후원으로 충당할 계획. 주주를 꼭 355명으로 한정한 부분이 흥미롭다. 주주 355명은 부산 인구 355만 명의 1만 분의 1로 부산 시민을 상징한다는 설명이다. 김창욱 평론가는 "적어도 시민 1만 명 중에 한 명 정도는 시민오케스트라에 힘을 실어주고 지지해줄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대신 주주들에게는 정기콘서트(연4회)에 대한 초대권(2매씩), 주주와 가족이 무대에 서는 특별콘서트(연 1회) 등의 혜택을 준다.
오케스트라는 기본적으로 수석지휘자 1명, 악장 1명, 수석 15명, 단원 44명 모두 61명으로 이룰 예정이다. 2관 편성 규모의 악단으로 웬만한 관현악은 충분히 소화할 규모다.
"부산의 문화예술은 생산자 중심이었습니다. 독자나 관객 청중은 밀려나 있었지요. 이제 바뀌어야 합니다. 시민이 내일의 부산 음악 역사를 만들 주역으로 끌어올려야 합니다. 이제 문화예술을 시민에게 돌려주어야 할 시점입니다." 김창욱 평론가의 말이다. 시민오케스트라가 부산 클래식 음악계의 새 흐름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010-3090-1524. kcw66@chol.com.
김영한 기자 kim0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