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다시 오페라하우스를 생각한다

浩溪 金昌旭 2012. 12. 20. 18:56

 

한국예술문화비평가협회, '예술문화비평' 2012년 겨울호(통권 제7호)

 

 

 

 

다시 오페라하우스를 생각한다

 

 

창 욱

음악평론가

부산음악협회 부회장

 

 

오늘날 부산시가 계획하고 있는 최대 규모의 건축물은 뭐니뭐니해도 부산오페라하우스다. 부산시는 북항재개발지구 내 해양문화지구 노른자위 땅 3만 4,928㎡ 부지에 1,800석 규모의 오페라 전용극장과 300석 규모의 콘퍼런스홀 등을 갖춘 오페라하우스를 3,037억을 들여서 오는 2018년까지 건립할 예정이다.

 

시는 지난 10월 11일 ‘부산오페라하우스 국제지명초청 설계공모’를 통해 최종 당선작으로 선정된 노르웨이의 스노헤타(Snohetta) 사의 작품을 토대로 오페라하우스 건립사업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당선작은 접근성을 용이하게 하고 시민을 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지면을 융기시키고 지붕과 연결한 형태로 디자인되었다.

 

 

오페라하우스, 어떻게 추진되었나?

 

 

부산시의 오페라하우스 건립사업의 역사는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해 5월 15일 부산시는 롯데그룹과 ‘부산오페라하우스’(가칭, 새롯데 뮤지컬센터) 건립기부 약정식을 체결했다. 약정서는 롯데그룹이 사업비 1천 억원을 들여 북항 재개발지역 내 부지 6만여㎡에 연면적 2만 3,100㎡ 규모의 오페라하우스를 건립, 부산시에 기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기본 약정서에는 롯데가 1천 억원의 시설건립 비용을 투자하기로 했으나, 구체적인 투자내용이나 방법은 추후에 다시 협의하기로 했다.

 

이후 오페라하우스는 부산시와 부산국제건축문화제조직위원회 주관으로 ‘부산오페라하우스 국제지명초청 설계경기’ 공모전을 가졌다. 공모전에는 1차 아이디어 설계공모전 당선자 5명과 오페라하우스 분야의 전문가 및 국제적인 명성을 지닌 초청건축가 5인 등 모두 10명의 건축가가 참여했다. 하지만 오페라하우스가 무대예술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무대예술 전문가는 단 1명에 불과했다. 국제공모전이라는 이름하에 추진된 오페라하우스는 당선작 선정까지 15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었다.

 

 

용역 타당성 조사, 신뢰할 수 있나?

 

 

한편 부산시는 지난 6월 19일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 최종 보고회를 열었다. 이날 한국문화공간건축학회(이하, 건축학회)는 오페라극장(1천800석)과 콘퍼런스홀(300석) 건립이 타당하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아울러 건축학회는 최종 용역결과 보고회에서 오페라하우스가 건립되면, 오페라 7만 5,000여 명, 발레 5만 9,000여 명 등 18만여 명이 관람할 것이며, 객석 점유율은 무려 80%(무료 관람객 15% 포함)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2011년 부산시민 사회조사 결과(부산시의회 이동윤 의원실)에 따르면, 부산시민들이 즐겨 이용하는 문화시설은 영화관이 49.7%로 압도적이었고, 클래식·오페라·음악회 등 음악공연시설은 4.2%에 지나지 않았다.

 

또한 건축학회의 오페라하우스 건립 이후 운영재정 산정결과에 의하면, 3,037억 원의 건립비가 투입되는 오페라하우스의 지출은 한 해 110억 6,200만원, 수입은 84억 3,500만원으로 적자 지원금을 32억 원으로 잡고 있다.

 

그렇지만 부산오페라하우스보다 규모가 작은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연 45억 원의 적자를 내고 있으며, 오페라하우스 건립비의 절반에 해당되는 해운대 ‘영화의 전당’(건립비 1,624억원)은 당초 보고서와는 달리, 올해 80여 억원의 지원비가 들고 있다. 수평적으로 비교한다면, 오페라하우스가 건립될 경우 최소 150억 이상의 운영비가 투입되어야 할 판이다.

 

한 해 부산에서 열리는 오페라 공연은 겨우 3-4편, 많아야 5-6편 정도다. 게다가 오페라는 음악은 물론 연극․춤이 포괄되는 종합예술이기 때문에 이를 무대화할 경우 엄청나게 많은 돈이 들어간다. 더구나 오페라 티켓값은 적게는 몇 만원, 많게는 몇 십만원이다. 불특정 다수의 일반 시민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장르라는 말이다. 불과 0.1% 내외의 극소수 관객을 위해서 3천 억짜리 오페라하우스를 짓는 것은 무모한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건립비 예산은 확보되었나?

 

 

부산오페라하우스 부지 매입에 필요한 돈은 약 1,100억 원 정도다. 그러나 부산시는 이 부지를 무상으로 양여할 것이라 보고, 비용은 산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현행 법령상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부산시는 예비 타당성 조사에서 발표한 3,037억 원의 건립비 가운데 롯데의 현물출자 1,000억 원을 제외한 나머지 2,037억 원의 국비와 시비 확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없는 실정이다.

 

2011년 말 기준 부산시의 빚은 무려 3조에 육박한다(2조 9,348억 원). 부산시민 1인당 부채가 82만원 꼴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시비 지원방안도 없이 3,037억 짜리 국제공모 등 오페라하우스 건립을 추진하는 것은 앞뒤가 안맞는 주먹구구식 행정이 아닐 수 없다.

 

 

대구와 서울의 오페라하우스는?

 

 

부산에서 가까운 대구오페라하우스(1,500석 규모)는 지난 2002년 건축사업비 440억 원(부지 130억 원, 건축비 310억 원)을 들여 건립되었다.

 

그런데 대구오페라하우스는 매년 450억 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 이에 비해서 공연실적은 2011년 11월 기준으로 오페라 8건(16,716명), 뮤지컬 5건(관람객 23,844명), 음악회 11건(10,638명), 무용 2건(1,660명), 발레 1건(453명), 창극 1건(2,294명) 등 총 28건의 무대공연에 관람객 수는 모두 5만 5,605명에 머물렀다(부산시의회 이동윤 의원실). 운영비의 대부분은 인건비로 들어가고, 그 밖에 시설물 유지·보수비로도 투입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콘텐츠라 할 수 있는 오페라 제작비는 9억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2012년 10-11월 사이에 한 달 간 열린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경우 주말에만 공연이 있기 때문에 평일에는 개미 한 마리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오페라하우스가 텅 비어 있는 실정이다.

 

한편 서울시도 지난 2005년부터 한강 노들섬에 오페라하우스 건립을 적극 추진한 바 있다. 부산시와 마찬가지로 국제공모전을 실시해서 지난 2006년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의 작품을 당선작으로 선정하고 계약체결을 시도했으나, 당초 설계비 공모액인 130억 원의 2.5배가 넘는 354억 원을 요구함에 따라 무산되고 말았다. 무려 554억 원 이상의 혈세가 투입되고 난 후 막가파식 문화행정은 중단되었고, 현재 이 부지에는 배추와 파 등 각종 채소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그동안 부산에도 공공 문화회관이 많이 지어졌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건물만 많을 뿐 관객수는 그다지 많지 않은 실정이다. 그 이유는 관객이 원하는 공연콘텐츠나 프로그램이 없거나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연콘텐츠나 프로그램이 없거나 부족한 것은 이들을 운영하는 주체가 행정직 공무원이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민간의 전문 기획자나 프로그래머를 적극 영입해야 한다. 뿐만 아니다. 탁월한 현장 예술가들의 활동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이들이 예술의 주체인 까닭이다. 중요한 것은 건물이 아니다. 사람이 먼저다.

 

 

※ 참고사항

 

김영한 외, “부산오페라하우스 설계 당선작 확정, 콘텐츠·재원 마련은?”, '부산일보' 2012. 10. 12

김현정,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 우려의 목소리’, '헬로TV' 2012. 11. 01

김희돈, “콘텐츠 알맹이 빠진 오페라하우스, 안 돼!”, '부산일보' 2012. 7. 18

신귀영, “부산 시민단체·문화계 토론회, 대형 시설보다 예술인 지원을”, '국제신문' 2012. 7. 18

정민규, “부산시, 3천억 오페라하우스 ‘짓고 보자’”, '오마이뉴스' 2012. 7.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