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합창도시 부산

浩溪 金昌旭 2012. 12. 20. 19:09

 

BSCF 부산문화재단

'공감 그리고' 2012년 겨울호(통권 제7호)

 

합창도시 부산을 위하여

 

 

김 창 욱(음악평론가)

 

 

이제 부산이 합창의 도시가 된 듯하다. 올해만 하더라도 사하구의 ‘소년소녀합창단’과 서구의 ‘어린이합창단’, 동구의 ‘초록드림합창단’을 비롯해서, 사하구 괴정의 ‘드림합창단’, 감천마을의 ‘산복도로 합창단’ 등 청소년 및 성인 합창단이 잇따라 창단되었고, 부산지방우정청합창단, 부산실버합창단, 부산진구 라온소년소녀합창단 등의 연주무대가 앞다투어 열렸기 때문이다. 더우기 프로 성악단체인 브릴란떼남성앙상블, 부산솔리스트앙상블 연주회는 물론, 부산합창제와 부산국제합창제 그리고 KBS부산청소년합창제와 같은 합창음악축제도 잇따랐던 터이다.

 

 

합창단 창단과 연주, 그리고 합창축제 잇따라

 

 

사실 부산 합창음악은 꽤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1956년 부산합창단, 1957년 콜 에올리안, 1958년 성모합창단, 1960년 갈릴리합창단, 1961년 노엘합창단, 1964년 부산무반주합창단․교사합창단, 1965년 아가피모브라더즈합창단․부산연합합창단 등의 잇단 창단으로 활기를 띤 부산의 합창음악은 1973년 부산시립합창단이 창단됨으로써 더 한층 활성화되었다.

 

이후 멜로매니아․진하모니․부산시립소년소녀합창단․부산솔리스트앙상블․한울림합창단․수정합창단․부일여성합창단․원음합창단․부산여성합창단․부산가톨릭합창단․부산코러스․부산쌍투스합창단․부산콘서트콰이어․뉴코리아합창단․동아쳄버콰이어․못골합창단․목련합창단․청라합창단․글로리콰이어․은파합창단․해운대소리여성합창단 등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부산 합창음악문화의 저변확대를 가져왔다. 이처럼 합창음악이 우리의 일상생활 깊숙이 뿌리내리게 된 데는 합창이란 것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가장 민주적인 예술이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2005년 APEC 국제합창경연대회로 시작된 부산국제합창제는 올해로 8회를 맞았다. 오늘날 세계 합창음악의 지평을 가늠하고, 부산 시민들에게 합창음악의 아름다움을 전한 이번 합창제는 11월 14일부터 17일까지 나흘간에 걸쳐 부산문화회관을 중심으로 펼쳐졌다. 14개국 28개팀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올 합창제는 개막공연(14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을 필두로 갈라콘서트(15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코랄워크샵(15-17일 부산문화회관 국제회의장), 합창경연(15-17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찾아가는 콘서트(12-17일 부산전역)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다.

 

 

합창제 개막과 민속음악 경연무대 돋봬

 

 

개막공연에는 제1부 ‘미리 보는 콘서트’, 제2부 초청연주로 나뉘어 꾸며졌다. 제1부에서는 해외 참가팀 14팀의 ‘맛배기’ 연주무대가 선보였고, 제2부에서는 한복차림의 인천시립합창단이 무대를 가득 수놓았다. 특히 인천시립은 한국민요․성가곡․외국민요․가요 등의 다양한 레퍼토리를 자유롭게 구사함으로써 청중들의 폭발적인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원곡의 변주와 변용, 자유자재의 셈여림, 변화무쌍한 템포, 타악기(북․징․공)를 가미한 음향효과, 유머러스한 율동과 극적 반전, 무대 동선(動線)의 적극적인 활용 등이 그러한 결과를 가져오게 했을 것이다. 아울러 인천시립의 장점과 강점을 최대한 살려낸 데는 지휘자 윤학원의 무대예술에 대한 탁월한 감각과 통찰력을 간과할 수 없다.

 

‘합창경연’은 클래식 혼성, 민속음악, 클래식 동성, 대중음악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여기에 참여한 합창단은 라트비아․중국․태국․노르웨이․인도네시아․폴란드․필리핀․말레이시아․피지․이스라엘․싱가폴․홍콩 등 15개의 해외팀과 부산․인천․마산․성남․시흥 등 13개의 국내팀이었다.

 

경연에서 입상한 팀으로는 클래식 동성 부문에 노르웨이의 ‘칸투스’(은상), 한국의 ‘시흥시립여성합창단’(동상), 클래식 혼성 부문에 한국의 한세대프레이어즈코랄(은상), 홍콩의 ‘그리너스 사운드’(동상), 대중음악 부문에 라트비아의 ‘아니마 쏠라’(금상), 한국의 ‘패밀리합창단’(은상), 싱가폴의 ‘댓 아카펠라 그룹’(동상), 그리고 민속음악 부문에는 노르웨이의 ‘칸투스’(금상), 인도네시아의 ‘아이엠 텔콤 콰이어’(은상), 폴란스의 ‘하모니아’(동상)가 각각 차지했다.

 

무엇보다 합창경연에서 민속음악 부문이 크게 약진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금상․은상․동상의 수상팀을 모두 냈을 뿐만 아니라 전체 대상도 민속음악 부문에서 났기 때문이다. 전체 대상을 차지한 필리핀의 ‘이무지카펠라’는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풍부한 화음, 그리고 자유자재의 율동과 리듬을 보여주었다. 더욱이 민속음악은 다문화시대의 음악적․문화적 다양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새삼 의미 있는 무대였다.

 

 

합창의 물결 출렁이려면 시민참여 전제돼야

 

 

한편 이번 부산국제합창제를 즈음해서 조직과 운영 면에서 적잖은 변화가 있었다.

 

첫째 조직위원회의 대폭적인 변화다. 올해는 합창조직위원회가 발족된 이래 처음으로 조직위원장(변원탄)이 바뀌었고, 집행위원장(손금숙)과 예술감독(김강규)도 새로 임명되었다. 그러나 이들의 인준이 늦어지면서 합창제를 준비할 시간이 매우 짧았다. 올 3월과 7월에야 겨우 인준을 받은 터다.

 

둘째 음악제 예산이 대폭 삭감되었다. 이전에 4억 원(시비 3억, 국비 1억)에 이르던 예산이 올해 들어 3억 원(시비 2억, 국비 1억)으로 크게 줄어든 것이다. 그것은 기획․마케팅과 같은 음악제 운영은 물론, 경연대회 입상팀에게 주어지는 상금 액수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짧은 준비기간과 제한된 예산에도 불구하고, 새 집행부의 이번 합창제는 비교적 성공적이었다고 여겨진다. 그렇지만 머잖아 10년을 맞게 될 부산국제합창제가 시민들의 일상생활 속에 얼마나 뿌리내렸는가에 대해서는 보다 깊은 성찰이 필요해 보인다. 부산이 합창의 물결로 출렁이게 하려면, 합창제를 통해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한편 합창제 프로그램의 대부분은 부산문화회관에 집중되어 있다. 부산문화회관은 여지껏 부산공연문화의 메카역할을 해 왔고, 인근 지역민들에게 이미 많은 문화향수권을 제공해 왔다. 그것은 그 밖의 지역민(특히, 서부산권)들의 문화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 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아울러 부산국제합창제는 ‘부산에서의 합창제’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부산의 합창제’가 되어야 한다. 곧 ‘부산적’인 합창음악, 부산의 작곡가들이 만든 합창음악, 부산의 합창단이 연주하는 합창음악이 보다 많이 무대에 올려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모습이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는 점은 퍽 아쉬운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