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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 무대

浩溪 金昌旭 2015. 3. 3. 05:57

 

부산일보 2015. 3. 3 (22)

 

 

숨결까지 느끼는 마을 어귀 풀뿌리 무대

 

▲ 부산 사하구 괴정동에 소재한 공공적 문화네트워크 '음악풍경'이 리모델링 작업을 마치고 새봄맞이 프로그램들을 의욕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사진은 작년에 열린 렉처콘서트 모습. 음악풍경 제공

 

흔히 문화는 뙤약볕의 나무 그늘과도 같다고 한다. 시민들은 그늘이 가까이 있다면 시키지 않아도 나무에 물을 주고 가꾼다.

 

지역의 굵직굵직한 대형 문화행사가 시민들 가까이에서 시민들의 삶을 자극하고 위로하고 있는지는 살펴볼 일이다. 시민들이 곁에서 누릴 수 있는 생활문화 공간과 예산 확보에는 소홀히 한 채, 큰 것과 외형적인 것에 투자가 집중되고 있는지는 아닌지 말이다.

 

그 가운데 일부 운동가를 중심으로 열악한 지역의 변방에서 문화를 온전히 주민들에게 돌려주자는 자생적인 움직임들을 가끔 볼 수 있다.

 

문화네트워크 '음악풍경'

자생적 공연 등 인기몰이

 

부산 사하구 괴정동에 소재한 공공적 문화네트워크인 '음악풍경'도 그러한 경우다. 괴정3동 산비탈에 위치해 최대 30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소박한 공간이어서 연주자 숨결까지 느낄 수 있다.

 

2013년 말에 부산음악협회와 협약식을 체결하며 창립한 음악풍경은 올해 연주홀 리모델링 작업을 의욕적으로 마친 후 희망의 봄을 기다리고 있다.

 

그동안 토크콘서트·렉처콘서트를 비롯한 다양한 기획을 통해 참가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던 게 동력이 되었다. 새봄을 맞아 '목요일에 만나요'를 매주 목요일 7시 30분에 상설화했다. 인기 프로그램 '나를 적시고 간 노래들'을 포함해 '영화음악 감상', 프로음악가 시리즈 '나의 삶, 나의 음악'('프로앙상블 시리즈'), 그리고 청년음악가 시리즈 '앙팡 테리블'을 순번대로 돌아가며 매주 목요일 개최한다.

 

이달 5일 '나를 적시고 간 노래들'에는 김문홍 극작가가 출연하며, 12일 '음악 영화 살펴보기'는 김지은(뮤지컬 대본작가) 씨 진행으로 제라르 코르비오 감독의 '파리넬리'가 해설과 함께 상영된다. 또 19일 '프로앙상블 시리즈'에는 '포르투나 앙상블'(박미정 홍기정 백흥선 조미혜)이 출연하며, 26일 '청년 음악가 시리즈(조용연 음악학 박사 진행)에는 강소영(소프라노) 이부영(바이올린) 씨가 출연한다.

 

올해부터는 운영의 독립성을 위해 정기회원들을 많이 확보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기획위원장인 김창욱 음악평론가는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주민들을 정기회원으로 유도해 수용자가 원하는 음악을 생산자가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게끔 노력하겠다"라며 "동네 마실 가듯, 우연히 들렀다가 문화의 힘을 발견하고는 그 사람이 다시 일상에서 문화 생산자가 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라며 의지를 밝힌다.

 

자기중심적인 일부 문화 프로그램이 대중을 가르치려 하며 대상화시키는 경우를 간혹 보게 된다. 여기에 반해 음악풍경의 프로그램들은 수용자 중심에 서서 '더 질긴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고 있다는 게 돋보인다. 바로 곁에서 문화와 쉽게 마주치며 시민 스스로가 창조해낼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작은 문화공간들에 대한 지원 역시 지자체에서 필요하다.

 

매주 목요일 오후 7시 30분, 음악풍경에 들르면 음악을 고정적으로 볼 수 있고 어떤 때는 마음씨 좋지만 고집스러운 김창욱 음악평론가가 대접하는 자장면을 맛볼 수도 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것은 문화공간에서도 타당한 말이다. 음악풍경 051-987-5005.

 

박태성 선임기자 pt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