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날들 604

장례식장의 보석

어느날 저녁, 지인의 부인께서 별세했다는 소식에 장례식장을 찾았다. 식장 입구 진열장을 보니, 비아젬이라는 것이 전시돼 있다. 2천도의 고열에서 고인의 머리카락과 보석 시드 파우더를 서서히 녹여 만든 보석이 고인의 사진이나 불상 언저리에 박혀 있다. 가격이 무려 280만원에 이른다.  기독교, 불교, 가톨릭 등  고인의 종교에 따라 적절한 문구가 아로 새겨져 있다. 예컨대 잠언과 같은 성경구절이나 일체유심조와 같은 불경구절이 그것이다. 그리고 "사랑하는 어머니 영원히 기억할게요", "영원히 함께 할게요"와 같은 글귀가 뭇 인간들의 한결같은 그리움과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있었다. 새삼 '영원'이라는 어휘가 목에 걸렸다.  영원이란, 끝이 없다는 것이진대 세상에 영원이라는 게 있을까?  그저 한 순간에 지나지..

아름다운 날들 2025.01.26

올해 내 운세

2025년 새해를 맞아 팜모닝이 나의 농사토정비결을 알려주었다. 사주에 흙 기운이 많으므로 농사 짓기에 딱이란다. 게다가 나의 오행강도까지 넌즈시 일러주었다.  불 기운과 흙 기운이 아주 많고, 그런대로 쇠 기운도 없지 않다. 그러나 유감스러운 것은 나무와 물 기운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나무와 가까이 지내고 물을 많이 들이켜야 한다는 의미다. 요컨대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같은 내용을 역리(易理)에 밝은 친구 지당(知堂) 선생한테 보냈더니, 올해 내게 대운이 들어온다고 했다. 여기서 '대운'이란 '큰 운수'라는 말이 아니라 10년 단위로 변화가 일어나는데, 또 한 번의 변화가 올해 입춘(2월 3일)부터 시작된다는 거였다. 괜히 헛물을 켰다. 덧붙여,  내 사주에 대한 해설도 ..

아름다운 날들 2025.01.09

식구, 밥 먹다

식구(食口)란, '먹는 입'을 일컫는다. '먹는 입'이 많으면 많을수록 먹는 양도 그만큼 많고, 불현듯 먹고 싶은 마음도 생겨난다.  오늘, 모처럼 식구가 모여 양고기 구이를 먹었다. 실로 모처럼이다. 타오르는 불길이 맹렬했으나, 구이가 '먹는 입'을 따라가지 못했다.  먹거리는 장녀 다슬 양이 몽땅 계산했다(월급 탄 덕분에). 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머잖아 따봉이와 탱자도 이 아름다운 전통을 이어받기를 기대해 마지 않는다. 먹고 나서, 공동정범들이 모여 사진도 찍었다. 50대 이전의 선녀들이 해맑다.

아름다운 날들 2025.01.03

승학산 치유숲

어제, 모처럼 승학산을 오랐다. 초입에 한창이던 '치유의 숲' 공사가 마침내 끝나 깔끔하게 단장한 모습이다.  한국산림복지진흥원에서 수탁 운영하는 모양인데, 건물의 문이 닫혀 있었고, 진행하고자 하는 프로그램도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명색이 '국립'이 아닌가? 정치권이든 공공 행정기관이든 건물 세우는 일은 일사천리다. 그러나 운영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토요일이나 일요일, 혹은 공휴일에 문을 여는 것이 시민에 기여하는 일이 아닌가?

아름다운 날들 2024.11.11

수습기자들

대학 1학년, 학교 신문사의 수습기자로 들어갔다. 필기 및 면접을 통해 7명을 뽑았는데, 모두 49명이 응시했다. 7:1의 경쟁률이었다. 입사 후 첫 신문에 '수습기자의 변'이라는 것을 썼다. 그때 신문에 실린 수습들의 사진을 신문사의 한 선배(하성인)가 오려서 고이 간직한 모양이다. 당시 그는 군복무 중에 받은 신문에서 사진을 취해 업무수첩에 남겼다고 한다. 내게도 없는 것을. 1984년, 아주 까마득한 옛날이다.

아름다운 날들 2024.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