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적시고 간 노래들 345

목련화

조영식 작사, 김동진 작곡의 가곡 '목련화'(1974). 조영식은 경희대학교 설립자, 김동진은 같은 대학의 음악대학 학장이었다. '목련'은 경희대 교화이며, '목련화'는 경희 25주년 기념으로 작곡한 칸타타 '대학송가'에 삽입된 노래. 경희대 성악과 교수였던 테너 엄정행에 의해 널리 대중화되었다. 나무에 피는 연꽃이라하여, 목련(木蓮)이다. 연꽃이 진흙 속에서 핀다면, 목련은 추위 속에서 피어난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도처에 피었던 목련이 바야흐로 비바람에 모두 떨어지고, 이제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그러나 머잖아 처연한 꽃비를 볼 수 있으니, 삶이란 실로 얼마나 무상한 것인가. 엄정행, 목련화

언제나 우리를 이렇게 기억해 줘요

레이디 가가(Lady Gaga 1986~ )가 노래한 ‘언제나 우리를 이렇게 기억해 줘요’(Always Remember Us This Way). 미국 출신인 그녀의 활동반경은 넓디 넓다. DJ, 댄서, 배우, 사업가, 싱어송라이터, 프로듀서, 사업가, 사회운동가로서의 모습이 그것이다. 그의 음악은 창의적·파격적·실험적이다. 이 노래는 더없이 외롭고 높고 쓸쓸하다. Lady Gaga, Always Remember Us This Way 애리조나 하늘 같이 타오르는 그대 눈동자​ 날 보는 그대 눈길에 불타고 싶어​ 내 영혼 깊숙히 캘리포니아 황금처럼 묻힌​ 나도 몰랐던 내 안의 빛을 찾아낸 그대​ 목이 메고 할 말을 찾지 못해​ 헤어질 때마다 가슴이 아파 해가 지고​ 밴드가 연주를 멈추면​ 난 우리 모습을 영..

플랜더스의 개

대저농업협동조합 소식지가 나왔다. 여기에 조합원인 내가 투고한 에세이 '나를 적시고 간 노래: 플랜더스의 개'가 실렸다. 기념선물로 5만원 짜리 농촌사랑상품권 1매를 받았다. 무엇보다 기쁜 일은 나의 문재(文才)를 대저농협에서 비로소 확인해 주었다는 사실이다. 실로 가문의 영광이 아닐 수 없다. 2024. 2. 22 들풀처럼 '플랜더스의 개' 오프닝 「플랜더스의 개」(A Dog of Flanders)는 소년 네로(Nello)와 개 파트라슈(Patrasche)에 관한 이야기다. 1872년 영국인 여류 작가 위더(Ouida)가 쓴 소설을 1975년 일본 쿠로다 요시오 감독이 TV 애니메이션로 각색했다. ​ 「플랜더스의 개」는 어린 시절, 수많은 동심을 울렸던 만화영화다. 그 주제곡만 들어도 순수하고 아름다운..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

최초의 여성 싱어송라이터가 스물 여덟의 꽃다운 나이에 죽었다. 수면제에 의한 약물과다복용이 사인(死因)이었다. 「소녀와 가로등」·「님 떠난 후」·「너 나 좋아해, 나 너 좋아해」·「예정된 시간을 위하여」 등을 잇따라 힛트한 장덕(1961~1990)이 바로 그녀다. 이은하가 작사·노래한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1986)도 그녀가 만든 것이다. 날 사랑하지 말아요 너무 늦은 얘기잖아요 애타게 기다리지 말아요 사랑은 끝났으니까 그대 왜 나를 그냥 떠나가게 했나요 이렇게 다시 후회할 줄 알았다면 아픈 시련 속에 방황하지 않았을 텐데 사랑은 이제 내게 남아 있지 않아요 아무런 느낌 가질 수 없어요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 내가 이 노래를 처음 들은 것은 1987년 쯤이다. 당시 대한..

저 타는 불길을 보라

저 장작더미의 두려운 불길이 내 온몸을 삼키고 태운다! 극악무도한 놈들아, 꺼라! 그렇지 않으면 당장 내가 너희들 피로 꺼 주겠다! 레오노라, 나는 당신에 대한 사랑에 앞서 내 어머니의 아들 고통 받는 어머니를 두고 그대로 앉아 있을 수는 없소 불행한 어머니, 당신을 구하러 달려 갑니다! 「저 타는 불길을 보라」(Di quella pira)는 거장 베르디(G. Verdi 1813~1901)의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Il Trovatore) 제3막에 나오는 주인공 만리코의 아리아다. 만리코는 적에게 붙들린 어머니가 곧 화형에 처해진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이 노래를 부르며 달려간다. 타오르는 불길과도 같은 이 노래는 빛나는 음색, 폭발적인 가창력, 극적인 호소력을 가진 성악가가 불러야 제격이다. 요컨대 20..

검은 장갑

헤어지기 섭섭하여 망설이는 나에게 굿바이 하며 내미는 손 검은 장갑 낀 손 할 말은 많아도 아무 말 못하고 돌아서는 내 모양을 저 달은 웃으리. 1958년에 나온 「검은 장갑」은 손석우가 작사·작곡했고, 손시향(孫詩鄕)이 노래를 불렀다. 당시 ‘한국의 이브 몽땅'이라고 불려진 그는 매우 부드럽고 달콤한 음색의 소유자였다. 더구나 빼어난 신사적 풍모는 뭇 여성들의 마음을 온통 휘저어 놓았다. 바쁜 하루 일과를 겨우 끝내고, 어렵사리 연인을 만난다. 그들은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영화도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은 그들을 기다려 주지 않았다. 마침내 성큼 다가선 이별의 시간. 헤어지기 아쉬워도, 가슴 속 할 말이 비록 많아도, 그들은 서로 말 한 마디 남기지 못하고 돌아서고 만다. 60년대식이라고 할까? ..

봄이 오면

1913년 3월 평안남도 안주에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김동진은 어려서부터 교회에서 찬송가 등으로 서양음악을 접하며 자랐다. 평양 숭실중학교를 다니면서 D. R. 말스베리에게 바이올린을 배우고, 5학년 때(편집자註=현 고등학교 2학년, 18세) 「봄이 오면」(김동환 작시, 1932)을 작곡했다. 2022. 3. 2 들풀처럼 소프라노 박순복 님이 노래하는 '봄이 오면' “그 당시 나는 숭실중학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밤 학교 음악실에 가서 혼자 바이올린 연습을 끝내고 풍금을 치면서 발성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평소 애송하던 파인 김동환 님의 시 「봄이 오면」에서 ‘건너마을 젊은 처자’의 악상이 뇌리에 떠올랐다. 동시에 나의 손가락은 어떤 선율을 짚고 있었다. 나는 즉시 오선지에..

리허설 풍경

1960년 베를린 콘서트 리허설 풍경. ‘황금의 트럼펫’, 마리오 델 모나코의 영상자료다. 20세기 최고의 드라마틱 테너, 컬러 화면은 극히 드물다. 그는 여기서 두 곡을 노래한다. 베르디의 「맥베드」 중에 맥더프가 노래하는 ‘오, 나의 아들들이여’와 푸치니의 「나비부인」 가운데 핀커톤의 아리아 ‘잘 있으라, 행복했던 집이여’다. 2022. 2. 4 들풀처럼 Mario Del Monaco Concerto Berlino 1960 「맥베드」 4막에 나오는 ‘오, 나의 아들들이여’(O figli miei...Ah la paterna mano)는 맥더프가 맥베드에 의해 살해된 그의 아내와 자식들의 죽음을 탄식하며 부르는 노래다. 아, 사랑하는 아들들이여 너희들을 죽음으로 몰아 넣은 비열한 살인자들로부터 아버지의..

오묘한 조화

푸치니(G. Puccini 1858-1924)의 오페라 「토스카」(Tosca, 1900). 「라보엠」, 「나비부인」과 더불어 그의 3대 걸작으로 평가된다. 1막에 나오는 화가 마리오 카바라도시의 아리아 「오묘한 조화」(Recondita Armonia)는 연인 플로리아 토스카에 대한 사랑을 자신이 그린 막달라 마리아의 초상에 비유하며 부르는 노래다. 「오묘한 조화」를 노래하는 ‘황금의 트럼펫’. 델 모나코는 20세기 최고의 드라마틱 테너가수로 손꼽힌다. 내가 그를 알았을 때, 그는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다. 2022. 1. 31 들풀처럼 Recondita Armonia(1974) Recondita armonia di bellezze diverse! È bruna Floria, l'ardente amante..

누가 울어

올해는 가수 배호(裵湖 1942~1971)가 세상을 떠난지 50년이 되는 해다. 아명은 배신웅(裵信雄), 본명은 배만금(裵晩今). 그는 스물 아홉의 아주 짧은 삶을 살았지만, 「돌아가는 삼각지」·「안개 낀 장충단 공원」 등을 잇따라 힛트함으로써 60년대 한국의 대표적인 가수로 떠올랐다. 특히 그는 당대 풍미했던 트로트를 스탠더드 팝으로 노래했다. 중후한 저음, 특유의 바이브레이션, 매력적인 고음 등은 여느 가수의 노래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그의 세련된 도시적 풍모도 팬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배호는 광복군 제3지대 대위였던 아버지 배국민(1912~1955)과 어머니 김금순 사이에서 1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중국 산둥성에 살다가 3살 때 해방을 맞아 귀국했다.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