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풀은 잠들지 않는다

낙엽 가장 아름다운 빛깔로 물들어 가장 아름다운 몸짓으로 사라진다 떠나야 할 때를 아는 순간 잎은 가장 아름다운 언어가 된다.

여유 연극에는 있지만 영화에는 없고, 편지에는 있지만 전화에는 없다. 달력에는 있지만 시계에는 없고, 숭늉에는 있지만 생수에는 없다. 꿈에는 있지만 욕심에는 없는 것.

고추잠자리 파란 하늘 위 온종일 정신없이 노닐던 고추잠자리 그물같은 날개 접어 쑥부쟁이 대궁이에 잠시 내리면 바람도 가는 길을 멈추고 살포시 숨을 죽인다.

침묵 잘 보이지 않는 눈은 안경이 대신하고 잘 들리지 않는 귀에는 보청기가 대신할 수 있다 하지만, 거친 입에는 어떤 것도 대신할 수 없다 침묵이 최선이다.

장난감 어른도 아이도 누구나 갖고 싶어 하지만 누구도 되기는 싫어하는 것. 아무도 찾지 않는 사람이 없을 때 가장 슬프다.

계단 오를 때는 무거워서 살금살금 조용한 길 내려올 때는 가벼워서 우당탕탕 요란한 길 내 삶이 오르막인지 내리막인지 한 번 쯤 나의 발걸음 소리를 들어보면 어떨까?

징검다리 누가 만들었나 띄엄띄엄 덩그러니 놓여진 돌다리 사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가로 질러 흐르는 시냇물 따라 자유에 싫증난 물고기 몇 마리 숨바꼭질 한다.

민들레 살짝 닿았을 뿐인데 다 날아가 버렸다. 그냥 용기 내 다가가지 말고 계속 바라만 볼 걸 그랬다.

콩나물 좁고 어두운 곳에서 옹기종기 살지만 결코 다투지 않는다 한 모금 물로 노오란 아쉬움을 달래지만 햇빛을 향한 초록 꿈이 있어 행복하다.

종이접기 당신에게 닿을 바람이 있다면 종이비행기 접어 힘껏 날리고 싶다. 당신에게 닿을 강이 있다면 종이배 접어 힘껏 띄우고 싶다. 하지만 접히는 건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