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 2001년 10월 15일자 16면.
'춘향전'은 오랜 세월 우리네 삶과 함께 한,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임에 틀림없다. 판소리에서 연극·마당극·오페라·영화에 이르기까지 그것은 예술의 전 장르에 걸쳐 끊임없이 새롭게 각색되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 왔다.
광복 이후만 해도 열일곱번이나 영화로 제작되었으며, 최은희부터 김희선, 또 최무룡부터 이민우 등에 이르기까지 당대 최고의 인기스타가 탄생되기도 했다.
'춘향전'이 이토록 오랜세월 인기를 유지하는 비결은 뭘까?
그 속에 내재한 인간평등, 허위의식 배격, 계급사회 고발, 봉건주의 타파 따위의 갖가지 정치사회적인 이유를 들 수 있겠으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 작품이 동서고금의 남녀노소에 있어 '마르지 않는 샘', 곧 청춘남녀의 사랑을 다루고 있기 때문일 터이다. 한때 달아오르는 사랑앞에 눈 멀고 귀 멀지 않은 자 뉘 있으랴?
지난해 칸영화제에 당당히 진출한 한국의 거장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은 명창 조상현의 판소리 '춘향가' 완창공연이 열리는 어느 극장에서 공연의 시작과 동시에 시작된다. 조상현의 소리에 따라 가락을 온전하게 화면으로 옮기려는 극중극 구조의 '춘향뎐'은 판소리와 화면을 씨줄과 날줄로 정교하게 얽어냄으로써 음악과 영상의 이상적인 융화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몽룡의 영에 따라 춘향을 부르러 가는 방자가 빠른 판소리 잔가락에 실려 촐랑대며 뛰어가는 꼬락서니나, 변사또의 명으로 춘향을 잡으러 가는 두 사령의 거들먹거리는 행동거지는 영화가 가질 수 있는 시청각적 시너지효과를 한껏 극대화시킨 장면들. 사실 판소리는 그 태생부터가 민중의 노래였다. 창극, 극가, 극창, 창악, 창극조 등으로 불린 이것은 민악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무가에서 파생된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또한 18세기 전후, 서양의 바로크 무렵에 독립된 예술형태로 자리잡은 판소리는 원래 12마당이었으나, 19세기 신재효(1812-1884)에 의해 6마당으로 정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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