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통영국제음악제 윤이상의 '류퉁의 꿈'

浩溪 金昌旭 2011. 3. 13. 21:45

 

'부산일보' 2003년 4월 3일자 29면.

 


윤이상의 예술혼을 기리는 2003년 통영국제음악제가 지난 325일부터 42일까지 통영시 전역에서 화려하게 펼쳐졌다.


''이라는 테마로 꾸며진 이번 음악제는 서양과 동양, 전통과 현대를 두루 아우름으로써 그 폭과 깊이를 한층 더했다.


특히,오페라 '류퉁의 꿈''나비의 미망인' 그리고 주빈 메타가 이끄는 빈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폐막연주회는 윤이상 예술의 고갱이와 서양 정통음악의 진수를 각각 선보였다는 점에서 청중들의 반향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류퉁의 꿈'은 주인공 류퉁을 통해 작곡가는 부와 권력과 명예를 지향하는 인간의 삶이 얼마나 헛된 일인가를 지적하고, 60년대 박정희 정권의 반민주적 권력 의지에 적극 저항한다.


보편적 동양정서에 기초한 이 단막 오페라에서, 윤이상은 20세기 음악의 음향적 효과에 극적 표현력을 정치하게 결합시키고 있다.

 

그러나, ·권력에 대한 류퉁의 탐닉이 비교적 평범하게 그려짐으로써 클라이맥스에서의 반전(反轉) 효과를 오히려 반감시켰고, 삶에 대한 인간의 집착을 그린 '나비의 미망인'은 선명하지 못한 주제의식이 자못 아쉬움으로 남았다.

 

한편 마에스트로 주빈 메타가 지휘한 빈필의 폐막연주회는 세계 정상의 오케스트라가 서양 예술음악의 수도 비엔나의 음악전통을 현란하게, 그리고 유감없이 발휘한 무대였다.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협연 장영주),베토벤의 '교향곡 제3번 에로이카'등을 잇따라 선보였는데,시종 정제되고 절제된 지휘,일사분란한 악단의 결집력은 빈필의 탁월한 연주력을 새삼 확인하는 과정에 지나지 않았다.

 

브람스의 무게를 지탱하기에, 아직은 힘이 좀더 필요로 했던 장영주의 협연만해도 기교적 카덴차를 자유자재로 구사했고, 비록 베를린 필의 역동성에 미치지 못한다 하더라도 빈필은 베토벤을 오히려 부드러운 영웅의 이미지로 우리 속에 재현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이번 음악제를 총결산하는 이 연주회가 그 상징성이나 정체성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사실은 안타까운 일이다.

 

2곡의 잇단 앵콜곡조차 끝내 비엔나를 떠나지 않았다. 빈필은 그들 음악의 우월성 과시에도 아랑곳 않고 오직 열광에 도취하는 청중들을 보면서 그 얼마나 가슴 뿌듯해 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