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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기: 민간인

浩溪 金昌旭 2018. 1. 10. 20:20


金宗三(1921-1984)


1947년 봄

심야

황해도 해주의 바다

이남과 이북의 경계선 용당포

 

사공은 조심조심 노를 저어가고 있었다.

울음을 터뜨린 한 영아를 삼킨 곳.

스무 몇 해나 지나서도 누구나 그 수심을 모른다.


- 權命玉 엮음, 『金宗三 全集』(나남출판, 2005), 162쪽.

 

解說】시는 해방공간 때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씌어졌다. 좌우익의 갈등이 첨예했던 시기, 남과 북의 경계인 해주 용당포에는 은밀하게 배를 타고 월남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틈바구니 속에는 갓 태어난 핏덩이가 제 엄마 품에 안겨서 울고 있다. 핏덩이는 필시 배가 고팠거나 어디가 아팠을 것이다.

 

울음을 터뜨린 영아(嬰兒)의 목소리는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다. 자칫 군인한테 들키면 다들 목숨을 내놓아야 할 판이다. 발각될까 두려웠던 누군가가 어미의 품속에서 아이를 낚아챘을 것이다. 그리고는 냉큼 바다에 던져버렸을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아이의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아이를 삼킨 바다도 깊은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인은 핏덩이를 수장 당한 어미의 슬픔이 얼마나 큰 것인지, 피붙이의 죽음이 얼마나 가슴을 아프게 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 다만 그는 어미의 통한(痛恨)을 바다의 수심에 견주고 있다. 즉 누구나 바다의 수심을 모르듯이 누구도 어미의 통한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2018. 1. 10 들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