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면 | 입력시간: 2003-12-0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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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합창단에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올해 들어 부쩍 기존의 틀을
깨는 과감한 시도와
주제의식이 뚜렷한 음악회를
만들면서 민간합창단의
활동이 많이 달라졌다.
서울서도 하지 못했던
작곡가 변훈 추모음악회를
성공적으로 해내고,
관현악곡을 합창곡으로
편곡하는 과감한 시도를
하는가 하면,합창단으로서는
꿈도 꾸지 못했던 오페라를
직접 만들어내고 있다.
또 합창단들의 연합체인
부산합창연합회가 발족되면서
전체적인 분위기도
많이 고조됐다.
지난해 부산합창올림픽을
치르면서 겪었던
나름대로의 충격들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한
덕택이다.
이런 변화를 이끌어가고 있는
민간합창단들이 한울림합창단,
부산코러스합창단,
부산콘서트콰이어.
최근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선 지난 2000년 8월 29일 작고한 작곡가 변훈 선생의 곡으로만 꾸민 추모음악회가 열렸다. 이 음악회를 기획에 올린 곳은 지난 1978년 창단돼 부산서 가장 오랜 연륜을 갖고 있는 혼성 민간 합창단인 한울림합창단(단장 차재근). 정공채 시인이 '떠나가는 배'의 배경음악에 맞춰 추모시를 낭송하면서 시작된 이날 음악회에서는 베이스 오현명이 '명태'와 '귀천' 등을 노래하면서 삶과 죽음의 경계를 초탈한 숙연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한울림합창단은 '순이야''행복''갈매기야 우는구나''사랑''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등 10곡을 일일이 합창곡으로 편곡해 노래함으로써 고인을 기렸다. 한울림합창단은 변훈 선생이 병상에서 작곡했던 곡과 작고한 뒤 발견된 미완성 유작까지 포함해 78곡에 달하는 변훈 선생의 곡들을 모두 검토한 뒤 이 가운데 22곡을 무대에 올렸다.
이런 노력으로 이들은 변훈 합창곡에 관한 한 여느 합창단에 비해 독보적인 존재로 우뚝섰다. 여기다 후학이 없어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변훈 선생을 위한 훈장 추서에도 발벗고 나서 화관문화훈장을 받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지난 10월 11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 내원암 경내에서는 한울림합창단의 또 다른 시도가 빛을 발했다. 사찰에 등장한 피아노는 따가운 햇살을 피해 우산을 쓰고 있었고 법당 앞 마당은 물론 장독대 아래,돌담 위,처마 아래를 가리지 않고 앉을 자리가 있는 곳이면 관객들이 자리를 잡았다. 산사음악회 프로그램을 클래식과 국악이 어우러진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내는 한울림합창단의 기획 무대를 보려는 관객들이었다. 정법 스님의 수화춤,소리꾼 김정민의 판소리 '심청가',드미트리 로카렌코프의 트럼펫 독주에 이어 마지막 순서는 수녀 비구니 목사 등 종교를 뛰어넘은 성직자들과 함께한 한울림합창단의 무대. 종교인 합창단을 무대에 세우기 위해 힘을 쏟고 내원암을 위한 신작가곡 '내원암 산길따라'를 만들기도 하는 등 기성 합창단에서 볼 수 없던 시도들을 이번 음악회에 쏟아냈다.
지난 10월 20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부산코러스합창단(단장 김여울)의 제4회 정기연주회. 일상적인 정기연주회의 프로그램이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를 통해 파격적인 변신을 했던 무대다. 2대의 피아노 반주로 동아음악학원 원생 어린이들이 사자 거북이 등 각종 동물옷을 입고 앙증맞은 율동을 펼쳤고,부산코러스합창단은 재치있는 노랫말로 엮어진 '동물의 사육제'를 노래했다. 원래 이 곡은 여러 동물의 음악적 이야기를 소재로 한 관현악곡. 합창에서 필수적인 노랫말이나 피아노 반주 부분은 원곡에서 찾아 볼 수 없다. 그래서 박근기 지휘자가 일일이 사자왕의 행진,거북이,당나귀,코끼리 등 개별곡들의 노랫말과 피아노 반주를 붙여 합창곡으로 탈바꿈시킨 것.
박근기씨는 '일렬로 서서 노래하는 학예회 식의 정기연주회 틀을 깨기 위해 관현악이나 피아노곡도 아름다운 멜로디만 있으면 시인의 시를 붙여서라도 합창곡으로 만들 생각'이라며 '내년에는 발레 모음곡인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이나 슈베르트 가곡인 겨울 나그네를 혼성합창곡으로 편곡해 무대에 올릴 것'이라고 의욕을 보였다.
부산코러스합창단 역시 3년 전부터 육군 53사단 훈련소 장병 위문 공연에 나서는 등 소외된 곳을 찾아다니며 합창의 선율을 들려주고 있다.
부산콘서트콰이어(단장 김명수)는 창단 10주년을 맞아 그동안 민간합창단에서 한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오페라에 도전한다. 11~13일 부산문화회관 중극장 무대에 올릴 메노티 오페라 '아말과 크리스마스의 밤'. 음악회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문화 눈높이를 올리기 위해 1년 전부터 계획했던 일. 사실 민간합창단이 오페라를 기획해서 무대에 올리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다. 생각만 있을 뿐 현실로 나타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이번 오페라 제작과정에 일일이 주체적으로 관여하면서 단원 스스로 정적인 합창에서 탈피해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 지휘자 전상철씨의 말이다. 일반인도 오페라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현실로 된 셈이다.
아기예수 탄생을 배경에 깔고 있는 이 오페라를 선택한 것에서도 부산콘서트콰이어의 지향점을 엿볼 수 있다. 다리를 저는 아들을 둔 아말의 어머니가 아기예수에게 줄 동방박사의 선물을 훔치면서 나오는 대목이 그것. 가난 때문에 아들의 다리도 못 고쳐주는 자신에겐 아기예수보다 아들이 더 소중한 존재라고 노래하는 대목에서 시대의 아픔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산콘서트콰이어는 사랑의 도시락보내기 운동에 수익금 전액을 전달할 계획이다. '일상적인 연주활동은 자기만족에 불과하고 합창 본연의 의미처럼 좋은 일을 하는 데 합창단의 역량이 사용되길 바란다'는 게 이들의 바람이다. 한편 이번 오페라를 앞두고 김 단장은 세트제작을 일임해 지원하고 운영자금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일련의 변화 움직임에 대해 음악평론가 김창욱은 '재정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민간단체의 시도이기에 민간합창단의 참신한 도전정신이 새삼 돋보인다'며 '새로운 음악회 형식과 다양한 레퍼토리의 발굴은 부산음악문화의 저변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이상헌기자 ttong@busanilbo.com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올해 들어 부쩍 기존의 틀을
깨는 과감한 시도와
주제의식이 뚜렷한 음악회를
만들면서 민간합창단의
활동이 많이 달라졌다.
서울서도 하지 못했던
작곡가 변훈 추모음악회를
성공적으로 해내고,
관현악곡을 합창곡으로
편곡하는 과감한 시도를
하는가 하면,합창단으로서는
꿈도 꾸지 못했던 오페라를
직접 만들어내고 있다.
또 합창단들의 연합체인
부산합창연합회가 발족되면서
전체적인 분위기도
많이 고조됐다.
지난해 부산합창올림픽을
치르면서 겪었던
나름대로의 충격들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한
덕택이다.
이런 변화를 이끌어가고 있는
민간합창단들이 한울림합창단,
부산코러스합창단,
부산콘서트콰이어.
최근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선 지난 2000년 8월 29일 작고한 작곡가 변훈 선생의 곡으로만 꾸민 추모음악회가 열렸다. 이 음악회를 기획에 올린 곳은 지난 1978년 창단돼 부산서 가장 오랜 연륜을 갖고 있는 혼성 민간 합창단인 한울림합창단(단장 차재근). 정공채 시인이 '떠나가는 배'의 배경음악에 맞춰 추모시를 낭송하면서 시작된 이날 음악회에서는 베이스 오현명이 '명태'와 '귀천' 등을 노래하면서 삶과 죽음의 경계를 초탈한 숙연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한울림합창단은 '순이야''행복''갈매기야 우는구나''사랑''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등 10곡을 일일이 합창곡으로 편곡해 노래함으로써 고인을 기렸다. 한울림합창단은 변훈 선생이 병상에서 작곡했던 곡과 작고한 뒤 발견된 미완성 유작까지 포함해 78곡에 달하는 변훈 선생의 곡들을 모두 검토한 뒤 이 가운데 22곡을 무대에 올렸다.
이런 노력으로 이들은 변훈 합창곡에 관한 한 여느 합창단에 비해 독보적인 존재로 우뚝섰다. 여기다 후학이 없어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변훈 선생을 위한 훈장 추서에도 발벗고 나서 화관문화훈장을 받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지난 10월 11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 내원암 경내에서는 한울림합창단의 또 다른 시도가 빛을 발했다. 사찰에 등장한 피아노는 따가운 햇살을 피해 우산을 쓰고 있었고 법당 앞 마당은 물론 장독대 아래,돌담 위,처마 아래를 가리지 않고 앉을 자리가 있는 곳이면 관객들이 자리를 잡았다. 산사음악회 프로그램을 클래식과 국악이 어우러진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내는 한울림합창단의 기획 무대를 보려는 관객들이었다. 정법 스님의 수화춤,소리꾼 김정민의 판소리 '심청가',드미트리 로카렌코프의 트럼펫 독주에 이어 마지막 순서는 수녀 비구니 목사 등 종교를 뛰어넘은 성직자들과 함께한 한울림합창단의 무대. 종교인 합창단을 무대에 세우기 위해 힘을 쏟고 내원암을 위한 신작가곡 '내원암 산길따라'를 만들기도 하는 등 기성 합창단에서 볼 수 없던 시도들을 이번 음악회에 쏟아냈다.
지난 10월 20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부산코러스합창단(단장 김여울)의 제4회 정기연주회. 일상적인 정기연주회의 프로그램이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를 통해 파격적인 변신을 했던 무대다. 2대의 피아노 반주로 동아음악학원 원생 어린이들이 사자 거북이 등 각종 동물옷을 입고 앙증맞은 율동을 펼쳤고,부산코러스합창단은 재치있는 노랫말로 엮어진 '동물의 사육제'를 노래했다. 원래 이 곡은 여러 동물의 음악적 이야기를 소재로 한 관현악곡. 합창에서 필수적인 노랫말이나 피아노 반주 부분은 원곡에서 찾아 볼 수 없다. 그래서 박근기 지휘자가 일일이 사자왕의 행진,거북이,당나귀,코끼리 등 개별곡들의 노랫말과 피아노 반주를 붙여 합창곡으로 탈바꿈시킨 것.
박근기씨는 '일렬로 서서 노래하는 학예회 식의 정기연주회 틀을 깨기 위해 관현악이나 피아노곡도 아름다운 멜로디만 있으면 시인의 시를 붙여서라도 합창곡으로 만들 생각'이라며 '내년에는 발레 모음곡인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이나 슈베르트 가곡인 겨울 나그네를 혼성합창곡으로 편곡해 무대에 올릴 것'이라고 의욕을 보였다.
부산코러스합창단 역시 3년 전부터 육군 53사단 훈련소 장병 위문 공연에 나서는 등 소외된 곳을 찾아다니며 합창의 선율을 들려주고 있다.
부산콘서트콰이어(단장 김명수)는 창단 10주년을 맞아 그동안 민간합창단에서 한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오페라에 도전한다. 11~13일 부산문화회관 중극장 무대에 올릴 메노티 오페라 '아말과 크리스마스의 밤'. 음악회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문화 눈높이를 올리기 위해 1년 전부터 계획했던 일. 사실 민간합창단이 오페라를 기획해서 무대에 올리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다. 생각만 있을 뿐 현실로 나타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이번 오페라 제작과정에 일일이 주체적으로 관여하면서 단원 스스로 정적인 합창에서 탈피해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 지휘자 전상철씨의 말이다. 일반인도 오페라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현실로 된 셈이다.
아기예수 탄생을 배경에 깔고 있는 이 오페라를 선택한 것에서도 부산콘서트콰이어의 지향점을 엿볼 수 있다. 다리를 저는 아들을 둔 아말의 어머니가 아기예수에게 줄 동방박사의 선물을 훔치면서 나오는 대목이 그것. 가난 때문에 아들의 다리도 못 고쳐주는 자신에겐 아기예수보다 아들이 더 소중한 존재라고 노래하는 대목에서 시대의 아픔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산콘서트콰이어는 사랑의 도시락보내기 운동에 수익금 전액을 전달할 계획이다. '일상적인 연주활동은 자기만족에 불과하고 합창 본연의 의미처럼 좋은 일을 하는 데 합창단의 역량이 사용되길 바란다'는 게 이들의 바람이다. 한편 이번 오페라를 앞두고 김 단장은 세트제작을 일임해 지원하고 운영자금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일련의 변화 움직임에 대해 음악평론가 김창욱은 '재정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민간단체의 시도이기에 민간합창단의 참신한 도전정신이 새삼 돋보인다'며 '새로운 음악회 형식과 다양한 레퍼토리의 발굴은 부산음악문화의 저변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이상헌기자 ttong@busanilbo.com
민간합창단에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올해 들어 부쩍 기존의 틀을
깨는 과감한 시도와
주제의식이 뚜렷한 음악회를
만들면서 민간합창단의
활동이 많이 달라졌다.
서울서도 하지 못했던
작곡가 변훈 추모음악회를
성공적으로 해내고,
관현악곡을 합창곡으로
편곡하는 과감한 시도를
하는가 하면,합창단으로서는
꿈도 꾸지 못했던 오페라를
직접 만들어내고 있다.
또 합창단들의 연합체인
부산합창연합회가 발족되면서
전체적인 분위기도
많이 고조됐다.
지난해 부산합창올림픽을
치르면서 겪었던
나름대로의 충격들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한
덕택이다.
이런 변화를 이끌어가고 있는
민간합창단들이 한울림합창단,
부산코러스합창단,
부산콘서트콰이어.
최근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선 지난 2000년 8월 29일 작고한 작곡가 변훈 선생의 곡으로만 꾸민 추모음악회가 열렸다. 이 음악회를 기획에 올린 곳은 지난 1978년 창단돼 부산서 가장 오랜 연륜을 갖고 있는 혼성 민간 합창단인 한울림합창단(단장 차재근). 정공채 시인이 '떠나가는 배'의 배경음악에 맞춰 추모시를 낭송하면서 시작된 이날 음악회에서는 베이스 오현명이 '명태'와 '귀천' 등을 노래하면서 삶과 죽음의 경계를 초탈한 숙연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한울림합창단은 '순이야''행복''갈매기야 우는구나''사랑''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등 10곡을 일일이 합창곡으로 편곡해 노래함으로써 고인을 기렸다. 한울림합창단은 변훈 선생이 병상에서 작곡했던 곡과 작고한 뒤 발견된 미완성 유작까지 포함해 78곡에 달하는 변훈 선생의 곡들을 모두 검토한 뒤 이 가운데 22곡을 무대에 올렸다.
이런 노력으로 이들은 변훈 합창곡에 관한 한 여느 합창단에 비해 독보적인 존재로 우뚝섰다. 여기다 후학이 없어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변훈 선생을 위한 훈장 추서에도 발벗고 나서 화관문화훈장을 받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지난 10월 11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 내원암 경내에서는 한울림합창단의 또 다른 시도가 빛을 발했다. 사찰에 등장한 피아노는 따가운 햇살을 피해 우산을 쓰고 있었고 법당 앞 마당은 물론 장독대 아래,돌담 위,처마 아래를 가리지 않고 앉을 자리가 있는 곳이면 관객들이 자리를 잡았다. 산사음악회 프로그램을 클래식과 국악이 어우러진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내는 한울림합창단의 기획 무대를 보려는 관객들이었다. 정법 스님의 수화춤,소리꾼 김정민의 판소리 '심청가',드미트리 로카렌코프의 트럼펫 독주에 이어 마지막 순서는 수녀 비구니 목사 등 종교를 뛰어넘은 성직자들과 함께한 한울림합창단의 무대. 종교인 합창단을 무대에 세우기 위해 힘을 쏟고 내원암을 위한 신작가곡 '내원암 산길따라'를 만들기도 하는 등 기성 합창단에서 볼 수 없던 시도들을 이번 음악회에 쏟아냈다.
지난 10월 20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부산코러스합창단(단장 김여울)의 제4회 정기연주회. 일상적인 정기연주회의 프로그램이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를 통해 파격적인 변신을 했던 무대다. 2대의 피아노 반주로 동아음악학원 원생 어린이들이 사자 거북이 등 각종 동물옷을 입고 앙증맞은 율동을 펼쳤고,부산코러스합창단은 재치있는 노랫말로 엮어진 '동물의 사육제'를 노래했다. 원래 이 곡은 여러 동물의 음악적 이야기를 소재로 한 관현악곡. 합창에서 필수적인 노랫말이나 피아노 반주 부분은 원곡에서 찾아 볼 수 없다. 그래서 박근기 지휘자가 일일이 사자왕의 행진,거북이,당나귀,코끼리 등 개별곡들의 노랫말과 피아노 반주를 붙여 합창곡으로 탈바꿈시킨 것.
박근기씨는 '일렬로 서서 노래하는 학예회 식의 정기연주회 틀을 깨기 위해 관현악이나 피아노곡도 아름다운 멜로디만 있으면 시인의 시를 붙여서라도 합창곡으로 만들 생각'이라며 '내년에는 발레 모음곡인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이나 슈베르트 가곡인 겨울 나그네를 혼성합창곡으로 편곡해 무대에 올릴 것'이라고 의욕을 보였다.
부산코러스합창단 역시 3년 전부터 육군 53사단 훈련소 장병 위문 공연에 나서는 등 소외된 곳을 찾아다니며 합창의 선율을 들려주고 있다.
부산콘서트콰이어(단장 김명수)는 창단 10주년을 맞아 그동안 민간합창단에서 한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오페라에 도전한다. 11~13일 부산문화회관 중극장 무대에 올릴 메노티 오페라 '아말과 크리스마스의 밤'. 음악회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문화 눈높이를 올리기 위해 1년 전부터 계획했던 일. 사실 민간합창단이 오페라를 기획해서 무대에 올리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다. 생각만 있을 뿐 현실로 나타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이번 오페라 제작과정에 일일이 주체적으로 관여하면서 단원 스스로 정적인 합창에서 탈피해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 지휘자 전상철씨의 말이다. 일반인도 오페라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현실로 된 셈이다.
아기예수 탄생을 배경에 깔고 있는 이 오페라를 선택한 것에서도 부산콘서트콰이어의 지향점을 엿볼 수 있다. 다리를 저는 아들을 둔 아말의 어머니가 아기예수에게 줄 동방박사의 선물을 훔치면서 나오는 대목이 그것. 가난 때문에 아들의 다리도 못 고쳐주는 자신에겐 아기예수보다 아들이 더 소중한 존재라고 노래하는 대목에서 시대의 아픔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산콘서트콰이어는 사랑의 도시락보내기 운동에 수익금 전액을 전달할 계획이다. '일상적인 연주활동은 자기만족에 불과하고 합창 본연의 의미처럼 좋은 일을 하는 데 합창단의 역량이 사용되길 바란다'는 게 이들의 바람이다. 한편 이번 오페라를 앞두고 김 단장은 세트제작을 일임해 지원하고 운영자금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일련의 변화 움직임에 대해 음악평론가 김창욱은 '재정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민간단체의 시도이기에 민간합창단의 참신한 도전정신이 새삼 돋보인다'며 '새로운 음악회 형식과 다양한 레퍼토리의 발굴은 부산음악문화의 저변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이상헌기자 ttong@busanilbo.com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올해 들어 부쩍 기존의 틀을
깨는 과감한 시도와
주제의식이 뚜렷한 음악회를
만들면서 민간합창단의
활동이 많이 달라졌다.
서울서도 하지 못했던
작곡가 변훈 추모음악회를
성공적으로 해내고,
관현악곡을 합창곡으로
편곡하는 과감한 시도를
하는가 하면,합창단으로서는
꿈도 꾸지 못했던 오페라를
직접 만들어내고 있다.
또 합창단들의 연합체인
부산합창연합회가 발족되면서
전체적인 분위기도
많이 고조됐다.
지난해 부산합창올림픽을
치르면서 겪었던
나름대로의 충격들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한
덕택이다.
이런 변화를 이끌어가고 있는
민간합창단들이 한울림합창단,
부산코러스합창단,
부산콘서트콰이어.
최근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선 지난 2000년 8월 29일 작고한 작곡가 변훈 선생의 곡으로만 꾸민 추모음악회가 열렸다. 이 음악회를 기획에 올린 곳은 지난 1978년 창단돼 부산서 가장 오랜 연륜을 갖고 있는 혼성 민간 합창단인 한울림합창단(단장 차재근). 정공채 시인이 '떠나가는 배'의 배경음악에 맞춰 추모시를 낭송하면서 시작된 이날 음악회에서는 베이스 오현명이 '명태'와 '귀천' 등을 노래하면서 삶과 죽음의 경계를 초탈한 숙연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한울림합창단은 '순이야''행복''갈매기야 우는구나''사랑''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등 10곡을 일일이 합창곡으로 편곡해 노래함으로써 고인을 기렸다. 한울림합창단은 변훈 선생이 병상에서 작곡했던 곡과 작고한 뒤 발견된 미완성 유작까지 포함해 78곡에 달하는 변훈 선생의 곡들을 모두 검토한 뒤 이 가운데 22곡을 무대에 올렸다.
이런 노력으로 이들은 변훈 합창곡에 관한 한 여느 합창단에 비해 독보적인 존재로 우뚝섰다. 여기다 후학이 없어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변훈 선생을 위한 훈장 추서에도 발벗고 나서 화관문화훈장을 받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지난 10월 11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 내원암 경내에서는 한울림합창단의 또 다른 시도가 빛을 발했다. 사찰에 등장한 피아노는 따가운 햇살을 피해 우산을 쓰고 있었고 법당 앞 마당은 물론 장독대 아래,돌담 위,처마 아래를 가리지 않고 앉을 자리가 있는 곳이면 관객들이 자리를 잡았다. 산사음악회 프로그램을 클래식과 국악이 어우러진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내는 한울림합창단의 기획 무대를 보려는 관객들이었다. 정법 스님의 수화춤,소리꾼 김정민의 판소리 '심청가',드미트리 로카렌코프의 트럼펫 독주에 이어 마지막 순서는 수녀 비구니 목사 등 종교를 뛰어넘은 성직자들과 함께한 한울림합창단의 무대. 종교인 합창단을 무대에 세우기 위해 힘을 쏟고 내원암을 위한 신작가곡 '내원암 산길따라'를 만들기도 하는 등 기성 합창단에서 볼 수 없던 시도들을 이번 음악회에 쏟아냈다.
지난 10월 20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부산코러스합창단(단장 김여울)의 제4회 정기연주회. 일상적인 정기연주회의 프로그램이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를 통해 파격적인 변신을 했던 무대다. 2대의 피아노 반주로 동아음악학원 원생 어린이들이 사자 거북이 등 각종 동물옷을 입고 앙증맞은 율동을 펼쳤고,부산코러스합창단은 재치있는 노랫말로 엮어진 '동물의 사육제'를 노래했다. 원래 이 곡은 여러 동물의 음악적 이야기를 소재로 한 관현악곡. 합창에서 필수적인 노랫말이나 피아노 반주 부분은 원곡에서 찾아 볼 수 없다. 그래서 박근기 지휘자가 일일이 사자왕의 행진,거북이,당나귀,코끼리 등 개별곡들의 노랫말과 피아노 반주를 붙여 합창곡으로 탈바꿈시킨 것.
박근기씨는 '일렬로 서서 노래하는 학예회 식의 정기연주회 틀을 깨기 위해 관현악이나 피아노곡도 아름다운 멜로디만 있으면 시인의 시를 붙여서라도 합창곡으로 만들 생각'이라며 '내년에는 발레 모음곡인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이나 슈베르트 가곡인 겨울 나그네를 혼성합창곡으로 편곡해 무대에 올릴 것'이라고 의욕을 보였다.
부산코러스합창단 역시 3년 전부터 육군 53사단 훈련소 장병 위문 공연에 나서는 등 소외된 곳을 찾아다니며 합창의 선율을 들려주고 있다.
부산콘서트콰이어(단장 김명수)는 창단 10주년을 맞아 그동안 민간합창단에서 한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오페라에 도전한다. 11~13일 부산문화회관 중극장 무대에 올릴 메노티 오페라 '아말과 크리스마스의 밤'. 음악회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문화 눈높이를 올리기 위해 1년 전부터 계획했던 일. 사실 민간합창단이 오페라를 기획해서 무대에 올리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다. 생각만 있을 뿐 현실로 나타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이번 오페라 제작과정에 일일이 주체적으로 관여하면서 단원 스스로 정적인 합창에서 탈피해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 지휘자 전상철씨의 말이다. 일반인도 오페라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현실로 된 셈이다.
아기예수 탄생을 배경에 깔고 있는 이 오페라를 선택한 것에서도 부산콘서트콰이어의 지향점을 엿볼 수 있다. 다리를 저는 아들을 둔 아말의 어머니가 아기예수에게 줄 동방박사의 선물을 훔치면서 나오는 대목이 그것. 가난 때문에 아들의 다리도 못 고쳐주는 자신에겐 아기예수보다 아들이 더 소중한 존재라고 노래하는 대목에서 시대의 아픔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산콘서트콰이어는 사랑의 도시락보내기 운동에 수익금 전액을 전달할 계획이다. '일상적인 연주활동은 자기만족에 불과하고 합창 본연의 의미처럼 좋은 일을 하는 데 합창단의 역량이 사용되길 바란다'는 게 이들의 바람이다. 한편 이번 오페라를 앞두고 김 단장은 세트제작을 일임해 지원하고 운영자금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일련의 변화 움직임에 대해 음악평론가 김창욱은 '재정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민간단체의 시도이기에 민간합창단의 참신한 도전정신이 새삼 돋보인다'며 '새로운 음악회 형식과 다양한 레퍼토리의 발굴은 부산음악문화의 저변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이상헌기자 ttong@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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