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날들

다시 읽기: 겨울 果樹밭에서

浩溪 金昌旭 2018. 9. 16. 14:18

  

블로거 sun344711의 '과수원 그림'


겨울 果樹밭에서

고요히 흐르는 海流가 있다.

이따금 부는 바람에

빈 나무가지는 海草같이 떠서 흐른다.

 

이제 비로소 모든 것을 버림으로해서 얻은 自由

가만히 귀 기울이면

가라앉은 바다의 허밍 코러스.

 

눈물겨운 가을햇빛 속에 지탱해 오던 豊滿한 보람의 과일은

水深 모를 空虛를 위한 豫備

밤으론 쓸쓸한 들이 모여

珊瑚樹 사이 人魚들이 海流

머리를 헹구듯,

이 고요하고 슬플 것 하나 없는

虛無에 머리를 감는다.

 

아직도 기다림이 남은 이여

봄 여름의 푸르던 이파리의 餘韻도 다 지워지고

일렁이는 바다의 울음도 다 삭아서

맑은 空虛만이 남아 있는

太古같은 水深

너의 마음을 누이렴.

 

- 金奇鍾, '겨울 果樹밭에서'(197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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