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보이는 풍경

코로나19를 이겨 낸 짜장콘서트

浩溪 金昌旭 2021. 6. 3. 14:53

'예술부산' 2021년 6월호(통권 제192호)

스캔 바이 들풀처럼

 

스캔 바이 들풀처럼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생활을 바꿔 놓았다. 가고 싶은 곳을 갈 수도 없고, 보고 싶은 사람을 볼 수도 없게 만들었다. 그 가운데 문화예술공연은 거의 대부분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모두가 힘들어 하는 시기에 동아대 석당박물관과 음악풍경이 작은 쉼터를 마련했다. 비록 올해도 비대면 콘서트로 시작을 했지만, 이번 5월 1일은 봄의 시작을 알리며 짜장면을 먹는 대신에 역사문화 투어로 그 영역을 확대했다.

 

제27회 짜장콘서트 제1부 ‘보다’는 부산 근현대 역사문화 투어로 시작했는데, 한국전쟁 시기 대한민국 임시수도 정부청사였던 동아대 석당박물관을 출발점으로 부산 전차, 임시수도기념관을 살피는 코스였다. 석당박물관 도슨트인 문화유산해설사의 맛깔 난 진행이 짜장콘서트 참가자에게 역사와 문화와 당대 사람들의 삶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일제강점기 부산에 경남도청이 세워지게 된 시대적 배경과 한국전쟁 당시 긴박했던 상황들, 지금은 석당박물관으로 사용되며 많은 유물을 소장, 전시하게 되기까지 얼마나 큰 노력과 문화재에 관한 진심이 담겨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부산 전차가 도입되고 운행이 중단되기까지의 역사적 배경과 전차에 관한 에피소드들. 임시수도기념관의 ‘사빈당’(思邠堂)이라는 당호가 가진 의미, 한국전쟁과 이승만 전 대통령, 프란체스카 여사 등등 옛 기억을 떠올리게도 하고, 몰랐던 이야기도 듣다 보니 어언 2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투어가 끝나고 제2부 짜장콘서트 ‘듣다'가 이어졌다. 첫 연주곡은 박정현이 피아노 솔로로 연주한 베토벤의 「비창」 3악장이었다. 짜장콘서트의 오프닝은 다 함께 노래하는 형식인데, 이날 곡은 대표적인 동요인 윤극영의 「반달」이었다. 누구나 아는 「반달」을 함께 부르자 오랜만에 콘서트 다운 감동이 일었다.

 

5월 짜장콘서트의 초청 솔리스트는 테너 방주원이었다. 독창회보다 짜장콘서트가 개인적으로 더 힘들다며 부른 「내 마음」(김동진 곡)은 테너 방주원 특유의 부드러우면서도 힘 있는 음색이 돋보인 곡이었다. 솔리스트 방주원의 두 번째 솔로곡은 슈만의 연가곡 「시인의 사랑」 중 첫 번째 곡인 ‘아름다운 5월에'였다. 바깥 활동이 극히 제한적인 5월에 슈만의 '아름다운 5월에'를 들으면서 잠시나마 마음의 위안을 얻었으면 하고 선곡한 것이 아닐까?

 

소프라노 윤은신은 부산에서 비약적인 연주활동을 꾀하는 청년음악가이다. 테너 방주원의 제자일 때 배운 노래인 「연」을 레퍼토리로 선택했다는 윤은신의 얼굴에서 젊은 음악가의 신선함과 함께 뿌리 깊은 나무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솔리스트의 애창가요를 사연과 함께 들려줌으로써 어렵게만 느껴지던 음악이 조금씩 가까이 다가온 것도 긍정적인 의미였다.

 

솔리스트와 청년음악가 듀오는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중 ‘오 사랑하는 이여, 파리를 떠나서'라는 곡이었다. 제자가 성장해서 스승과 함께 무대에 선다는 것은 참 쉽지 않은 일인데, 짜장콘서트가 이 어려운 것을 해 냈다. 청년음악가 윤은신을 바라보는 스승 방주원의 마음, 두 사람의 공연에 마음을 뺏겨버린 콘서트 참여 청중들.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연주하고, 들을 수 있는 멋진 시간이었다.

 

본래 짜장콘서트를 마치면 짜장면을 다 함께 먹는 ‘먹다’로 진행되었어야 했는데, 코로나19로 부득이 콘서트 중간중간에 퀴즈를 내서 정답과 맞추는 관객에게 짜파게티나 짜짜로니를 선물로 전달했다. 곡목을 소개하고, 솔리스트를 소개하기 전에 음악풍경 이진이 실장의 쌈박한 짜파게티 퀴즈가 솔리스트 못지 않은 큰 호응을 이끌어 냈다.

 

2019년부터 이어져 온 음악풍경의 짜장콘서트는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가 출연하고, 솔리스트 1명과 청년음악가 1명이 출연하는데 그 목적이 참 멋있다.

 

첫 번째는 우리 부산에 있는 음악대학 및 대학원 졸업자, 해외유학파 청년음악가를 발굴하고, 개발하여 실제 연주무대에 설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청년음악가를 널리 알려서 그들에게 응원과 격려, 용기를 북돋아 주기 위함이다.

 

두 번째는 음악을 통한 사회적 소통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만남'이란 것이 어떻게 생겼는지 가물가물해지는 요즈음, 음악을 통해 고단한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으쌰 으쌰 힘을 내는 삶의 비타민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5월의 첫날. 코로나19로 움츠렸던 일상에서 벗어나 역사와 문화예술의 향기를 온몸으로 느끼게 해 준 석당박물관과 음악풍경! 힘든 나날 속에 한 줄기 빛으로 우리의 일상생활 가까이 다가왔다. 이처럼 멋진 짜장콘서트가 앞으로도 계속 진행되어 부디 문화예술을 갈망하는 많은 사람에게 숨쉴 수 있는 통로가 되어주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장해봉(문화유산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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