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영 기자께서 지난날 음악풍경이 주최·주관한 광복 76주년 기념콘서트 '노래여, 겨레의 노래여'(8월 7일 부산시민회관 소극장)에 대해 한 필(筆) 써 주시었다(예술부산 2021년 9월호, 통권 제195호).
비록 소규모 음악회였으나, 관객들의 만족도는 최상이었다. 사후(事後) 어디에도 언급되지 않아 자못 섭섭했는데, 더없이 유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나아가 본 기사가 향후 음악풍경의 공공 문화사업 추진에 적잖은 자양분(滋養分)이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빈틈 없이, 깔끔한 기사를 써 주신 기자님께 깊이 감사 드린다. 2021. 9. 2 들풀처럼
몇 년 전 북한 예술단이 한국의 한 공연에서 이선희의 「J에게」와 심수봉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등의 노래를 불러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폐쇄된 북한 체제에서 한국의 대중가요를 알고 있고 공연에서 그 노래를 불렀다는 게 마냥 신기했다. 이 외에도 「사랑의 미로」, 「동백아가씨」, 「아침이슬」 등 중국 연변을 통해 알려진 가요들이 북한 주민들 사이에 인기가 많다는 얘기를 듣고 노래의 전파력을 새삼 다시 생각한 적이 있었다.
같은 한국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른 남과 북이 한자리에 모인다면 우리가 함께 부를 노래는 어떤 것이 있을까. 전문예술단체 ‘음악풍경’이 광복 76주년을 맞아 8월 7일 부산시민회관 소극장에서 기념콘서트 ‘노래여, 겨레의 노래’를 통해 그에 대한 해답을 알려줬다. 남과 북이 함께 부를 수 있는 동요·가곡·대중가요·민요 등 모두 12곡을 선정해 지역에서 활동하는 네 명의 솔리스트가 부산시민오케스트라 앙상블(지휘 장진)의 반주로 연주했다.
지난 2015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이 과거 남과 북이 함께 불렀고, 지금도 애창하고 있는 500여 곡의 노래를 연구·채집하고, 특히 역사적 의미와 음악적 완성도가 높은 100곡을 선정했다. 100곡에는 「가을밤」, 「낮에 나온 반달」, 「따오기」 등 동요가 26곡, 「고향생각」, 「봄처녀」, 「봉숭아」 등 가곡 15곡, 「나그네 설움」, 「번지없는 주막」, 「찔레꽃」 등 대중가요 20곡, 「강강수월래」, 「몽금포 타령」, 「쾌지나 칭칭나네」 등 민요·신민요가 28곡, 「사랑의 미로」, 「솔아 솔아」, 「아침이슬」 등 분단 이후 우리나라에서 만든 곡 11곡이 포함되었다. 특히, 분단 후 우리나라에서 만든 11곡 중에는 북한에서도 적지 않게 유행하는 곡들이 포함되었다. 「우리의 소원」(안석주 작사, 안병원 작곡)과 「아침이슬」(김민기 작사, 작곡)은 북한판 노래방 음악이라 할 수 있는 ‘화면노래 반주곡’에 수록될 정도로 애창되는 곡이라고 한다.
음악풍경은 100곡 가운데 10을 엄선하고 자체에서 선정한 2곡을 추가해 근대 한국음악의 다양성과 대중성을 보여줄 12곡의 레퍼토리를 이날 들려주었다.
소프라노 왕기헌·박현진, 바리톤 시영민, 테너 양승엽은 펜스타드 편곡의 「우정의 노래」를 다함께 부르며 ‘노래여, 겨레의 노래여’의 막을 올렸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이 선정한 100곡 중 음악풍경이 엄선한 곡은 한국인이라면 즐겨 듣고 부르는 동요 「고향의 봄」, 「오빠생각」과, 가곡으로 「사공의 노래」, 「선구자」, 민중가요로 「아침이슬」, 「내 나라 내 겨레」, 민요는 「새야 새야」, 「박연폭포」, 흘러간 가요로 「바다의 교향시」, 「감격시대」였다. 자체 선정한 곡은 「아름다운 나라」와 「다시 만납시다」였다.
음악평론가 김창욱은 「아름다운 나라」와 「다시 만납시다」에 대해 “가장 최근에 만들어졌고, 남북이 공유할 수 있는 노래이면서, 무엇보다 노래가 좋아서”라고 설명했다.
「아름다운 나라」는 2008년에 만들어진 곡으로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을 노래하고 이 땅에 사는 우리는 모두 행복한 사람이라는 내용의 곡으로 국가 행사에도 많이 연주되었으며, 2015년 개정 교육과정 음악교과서에 수록되기도 했다. 「다시 만납시다」는 북한 가수 리경숙이 부른 노래로 남북통일의 염원을 담은 노래이다.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은 코로나 19의 확산과 절기상 입추임에도 35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으로 몸도 마음도 지쳐가는 상황이지만 ‘노래여, 겨레의 노래여'가 연주되는 부산시민회관 소극장 안은 평화로웠다. 마이크 없이 연주가 이뤄져 성악가들의 음색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고 재창립을 꿈꾸는 부산시민오케스트라 앙상블팀의 연주는 네 명의 솔리스트들 음색을 돋보이게 해주기에 덜함이나 더함도 없이 적절했다.
자외선이 가장 강할 때인 오후 3시에 열리는 음악회를 위해 소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동요부터 흘러간 대중가요와 가곡까지, 자주 듣고 불렀던 노래들을 마스크를 낀 채 조용히 따라 부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 흥얼거림은 주최측도 예상했는지 출연자와 관객은 「우리의 소원」을 함께 불렀다.
다음 공연에서는 이날 소개된 곡 외에 다른 곡들도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마스크를 벗고 같이 불러보고 싶은 마음에 통일보다 코로나 19가 종식되는 그날이 더 기다려졌다.
글_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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