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1월, 짜장콘서트에서 창작가곡 '눌'(訥)을 세계 초연한 바 있다. 김수우 시인의 텍스트에 최삼화 작곡가께서 선율을 얹었다. '눌'(訥)은 곧 '어눌'(語訥)을 말하는 것이니, 말 더듬이를 말한다. 왜 말을 더듬었을까, 왜 말을 더듬지 않을 수 없었을까? 2022. 5. 29 들풀처럼
눌(訥)
잎진 자리마다 돋은 겨울눈
풀거미집에 쪽문을 다는 봄안개
다 내 안의 말들입니다
말을 안에 넣어두니 하늘이 조용합니다
그대에게 닿지 못한 말은 그냥 소리라
어제의 인사는 그대 안에 다다를 때까지
빗살무늬를 긋는 바람일 뿐
그립습니다, 한 생각
수천 리를 돌아
그대에게 닿고서야 물기를 얻습니다
더듬더듬 말이 됩니다
예, 꽃들이 핍니다
예, 꽃들이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