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눌(訥)

浩溪 金昌旭 2022. 5. 28. 09:39

지난 해 11월, 짜장콘서트에서 창작가곡 '눌'(訥)을 세계 초연한 바 있다. 김수우 시인의 텍스트에 최삼화 작곡가께서 선율을 얹었다. '눌'(訥)은 곧 '어눌'(語訥)을 말하는 것이니, 말 더듬이를 말한다. 왜 말을 더듬었을까, 왜 말을 더듬지 않을 수 없었을까? 2022. 5. 29 들풀처럼

 

제33회 짜장콘서트에서

 

눌(訥)

 

잎진 자리마다 돋은 겨울눈

풀거미집에 쪽문을 다는 봄안개

다 내 안의 말들입니다

말을 안에 넣어두니 하늘이 조용합니다

그대에게 닿지 못한 말은 그냥 소리라

어제의 인사는 그대 안에 다다를 때까지

빗살무늬를 긋는 바람일 뿐

그립습니다, 한 생각

수천 리를 돌아

그대에게 닿고서야 물기를 얻습니다

더듬더듬 말이 됩니다

예, 꽃들이 핍니다

예, 꽃들이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