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03. 04 15:39 l 정민규(hello21)
"시민들이 만드는 오케스트라, 들어보실래요?"
변화를 연주하는 '부산시민오케스트라', 9일 첫 공연
▲ 부산시민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첫 공연을 앞두고 연습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교회에 모였다. 오케스트라단은 부산·울산·창원시립교향악단의 수·차석급 연주자와 부산의 청년연주자가 3관 편성(70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부산출신의 장진 수석지휘자와 바이올리니스트 박경희 악장이 이 오케스트라단을 이끈다. ⓒ 주찬양교회
한때 '문화의 불모지'라는 달갑지 않은 이름으로 불렸던 부산에서 시민들이 만드는 작지만 의미 있는 문화운동이 시작됐다. 오는 9일 첫 공연을 앞둔 부산시민오케스트라단은 시민들의 기획과 참여로 만들어진 말 그대로의 '시민오케스트라단'이다.
전국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순도 100% 시민 오케스트라단이 부산에서 시작될 수 있었던 것은 역설적이게도 열악한 지역의 문화 환경 때문이다. 부산은 영화에서 만큼은 부산국제영화제로 대표되는 영화 도시로 입지를 다져왔지만, 다른 문화예술 분야에서 성적은 남들 앞에 내놓기 부끄러운 수준이다.
대표적으로 지적되는 것이 턱없이 부족한 지역의 문화예술 시설이다. 지난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김기현(새누리당)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받아 공개한 '2011년 전국 각 지자체 인구대비 문회시설 현황'은 그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자료에 나타난 부산의 인구 100만 명 당 문화시설 수는 18개로 전국 꼴찌. 가장 많은 제주도(157개)에 비하면 1/8도 못 되는 초라한 수준이다. 영화제의 화려함에 감추어진 영상 문화도시의 이면에는 이렇게 드러내고 싶지 않은 이면이 숨어있었다.
그나마 있는 부산지역의 공연장의 가동율도 2010년 기준으로 59.4%로 서울(77.7%)은 물론 다른 광역자치단체의 평균 66.3%에도 못 미친다. 그마저도 시민 중 절반 가량이 영화를 통해서나마 문화 활동을 즐기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얇은데다가 한쪽으로 쏠려있는 편식 어린이의 식단을 연상케 하는 부산의 문화 밥상을 풍족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인 것은 지난해 여름. 부산출신의 지휘자 장진과 음악평론가 김창욱, 치과의사 최우석은 부산에서도 의미있는 문화 공연들이 필요하다는데 생각을 함께 했다.
연습장 없어 교회 빌려 연주하지만 "시민들에게 다양한 문화 제공하고 싶어"
▲ 부산시민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첫 공연을 앞두고 연습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교회에 모였다. 오케스트라단은 부산·울산·창원시립교향악단의 수·차석급 연주자와 부산의 청년연주자가 3관 편성(70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부산출신의 장진 수석지휘자와 바이올리니스트 박경희 악장이 이 오케스트라단을 이끈다. ⓒ 정민규
이후 시민오케스트단을 위한 준비위원회가 만들어졌고, 가을에는 단원을 선발하기 위한 오디션을 통해 60여 명의 단원도 꾸렸다. 기존 부산·창원·울산 시립교향악단 소속의 실력파 연주자들에 신예 청년연주자들이 더해져 제법 오케스트라단 다운 규모와 실력까지 겸비했다.
하지만 뜻이 좋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열악한 오케스트라단의 살림살이는 시민오케스트라단이 이겨내야 하는 도전이 되고 있다. 한 달에 5만 원씩을 정기적으로 내는 시민주주 355명을 목표로 했던 오케스트라단에는 지금 100여 명 남짓의 시민주주가 참여한 상태다.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 제대로 된 연습장을 갖추기도 힘들다. 첫 공연을 앞두고 오케스트라단은 교회를 빌려 화음을 맞추고 있다. 이마저도 교회 측의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시민들이 만드는 오케스트라단을 향한 사람들의 마음은 뜨겁다. 기존의 자치단체에서 운영하거나, 기업의 후원에 의존해 오던 오케스트라단이 보여주지 못한 새로운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9일 공연에서는 접하기 힘든 문화라고만 생각하던 클래식과 오케스트라를 시민들의 삶에 녹아들게 하기 위해 대중들에게 익숙한 선율 부터 준비했다. 영화 <타이타닉>, <캐리비안의 해적>과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등의 주제곡을 70명의 단원이 빚어내는 화음으로 접할 수 있다.
또 창립콘서트에는 부산 사하지역아동센터와 부산근육장애인협회, 두송종합사회복지관, 아시아공동체학교 등 300여 명의 문화소외계층을 초대한다. 원래 시민오케스트라단을 만들고자 했던 이유기도 한 소외계층을 위한 문화향유권 확대를 위해서다.
부산시민오케스트라단에서 참여하고 있는 김창욱 운영위원은 "시민오케스트라단은 시민의 힘으로 시민이 만들고 키우는 오케스트라를 모토로 삼고 있다"며 "오케스트라가 시민들에게는 다양한 문화를 제공하는 동시에 지역 청년 연주자들에게는 계속 연주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운영위원은 "지금은 비록 제대로 된 연습도 못하고 연주자들에게 개런티도 겨우 최저 수준에 맞춰 주고 있지만 시민오케스트라단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다양하다"며 "뜻있는 많은 시민들이 시민오케스트라단에 관심을 갖고 함께 꾸려나갈 수 있도록 동참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덧붙이는 글 | 부산시민오케스트라 창립콘서트 '보통사랍을 위한 팡파레'
2013. 3. 9(토) 오후 5시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주최 : 사단법인 한국문화예술협회
주관 : 부산시민오케스트라 운영위원회
부산시민오케스트라 사무국(간사 김희은 051-907-8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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